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11월 16일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한 시민들이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진의 공포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11월15일 오후 2시29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점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은 지난해 9월12일 발생한 경주 지진보다 규모(5.8)는 작았지만 충격은 그에 못지않았다. 지진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고, 도심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후부터 16일 오후까지 50여 차례의 여진도 이어졌다. 어찌해볼 도리 없이 견뎌야 하는 천재지변의 특성상 물리적 피해 못지않게 정신적인 충격도 크다. 게다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지진과 관련해 떠오르는 의문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11월17일 기준으로 기상청 자료를 보면,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마지막으로 관측된 여진이 17일 오전 8시25분께 포항시 북구 북쪽 8km에서 일어난 규모 2.1의 지진이었다. 2.0 규모 이상의 여진은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는 15일 33차례, 16일 16차례의 여진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지진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지진은 사실상 끝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없다. 지진은 시간 순서대로 전진-본진-여진으로 나뉜다. 어디서부터가 전진이고 본진인지는, 지진이 끝난 다음 판단하는 것이다. 전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뒤 여진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다가 앞선 지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날 수도 있다. 본진은 전진 이후 곧바로 올 수도 있고, 여진의 끄트머리에서 날 수도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도 9일 발생한 7.3 규모의 지진이 전진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1일 9.0의 대지진이 본진으로 발생했다.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시의 규모 6.3 지진 또한 6개월 동안의 전진에 이어 등장한 것이었다.
포항 지진이 발생한 위치와 지질 구조를 살펴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안전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수도권에도 지진이 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옛 역사 기록을 보면 한반도에선 평양 북쪽, 동서 해안, 속리산 부근에서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1518년 한양에서 난 지진은 규모가 최소 6.0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진으로 가옥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수도권의 추가령 단층대에서 지진이 나면 규모에 따라 수만 명의 인명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결정적으로 예측이 힘든 이유가 있다. 한반도의 지질 조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단층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도권은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진 조사의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활성단층 조사는 겨우 지난해 시작됐다.
두 지진은 땅이 움직인 형태가 사뭇 다르다. 경주 지진은 단층면을 따라 지반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주향이동단층이 중심이 됐다. 반면 이번 포항 지진은 한쪽 지반(상반)이 다른 쪽 지반(하반)을 타고 올라가는 역단층이었다.
경주 지진은 포항 지진보다 에너지양이 4배 컸다. 하지만 피해는 포항 지진이 더 컸다. 지진이 얕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은 지표면에서 15km 안팎 깊이에서 시작된 데 반해 포항 지진은 9km 깊이에서 시작됐다. 경주 때는 진앙지 바로 위에서조차 큰 파괴가 일어나지 않았을 만큼 직접 피해가 없었다. 포항 지진은 상대적으로 지표면 부근 진동의 세기가 심하게 나타났다.
경주와 포항은 지질 구조도 다르다. 경주 지역은 화강암 등 비교적 단단한 암반으로 이뤄진 반면, 포항은 퇴적암층에 자리잡았다. 포항 지역은 1730만~1200만 년 전인 신생대 3기에 동해에 가라앉아 형성된 해성 퇴적층이 분포하고 있다. 이 지층은 암편을 손으로 강하게 누르면 부스러질 정도로 강도가 약하다. 특히 퇴적암층에서는 지진파의 증폭이 발생할 수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포항시 흥해읍은 퇴적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지역이어서 구조물 손상 등 지진 피해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연약층에서 지진파가 증폭되면 큰 피해가 발생한다. 1985년 9월19일 멕시코 서부 해안에서 규모 8.1의 지진이 났는데 320km나 떨어진 멕시코시에서 1만여 명이 죽고 3만여 명이 다치는 큰 피해가 생겼다. 호수를 메워 만든 멕시코시 지하의 연약층에서 지진파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SNS에는 ‘지진운’이라고 이름 붙은 사진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구름이 일정 간격을 두고 일렬로 배열된 모습이 지진의 전조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흔한 ‘권적운’(다른 구름보다 상층에 속하는 잔물결 모양의 조각구름)일 뿐, 지진 활동과는 무관하다. 경주 지진 뒤 온라인을 달군 ‘부산 지진 전조현상’이라는 까마귀 떼나 물고기 떼 동영상은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현상들은 지진과 관련이 없으며 사후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조기 경보는 가능하다. 지진파는 종파(P파)와 횡파(S파)로 나뉘는데 두 지진파는 속도 차이가 있다. 좀더 빠른 P파(시속 8km)를 분석하면 파괴력이 더 큰 S파(시속 3km)가 도달하기 전에 경보를 내릴 수 있다. 일본은 P파 도달 4~5초 내에 경보를 발령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 기상청도 2020년까지 현재 지진관측소 160개를 350개로 늘려 10초 내 경보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국내 원전 24기 중 23기는 지반가속도 0.2g(지진 규모 6.5 해당)에 맞춰 내진설계됐다. 신고리 3호기와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등은 지반가속도 0.3g(지진 규모 7 해당)로 내진설계됐다. 내년 6월이면 기존 원전의 내진 성능도 모두 0.3g로 상향 조정된다. 발전소 바로 밑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 7.0 규모에 맞춰 설계한 것이다. 진앙지가 원전에서 멀수록 원전이 받는 충격도 줄어든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안전과 관련한 핵심 설비의 내진 성능은 규모 7.4로 대폭 강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 환경공단 등은 11월16일 24개 원전과 중저준위방폐물 처분 시설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 참사에서 확인되듯 자연재해는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원전의 안전망을 파괴할 수 있다. 원전의 대부분이 양산단층대 근처에 있다는 점도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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