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프로그램이 전국을 종횡무진해도 강원도는 강원도다. 겹겹이 산이고 사이사이 강이다. 잘 알려지지 않아 숨은 여행지이고, 알려진들 가기 쉽지 않으니 또다시 숨은 여행지다. 무심코 지나치니 ‘히든 스폿’이기도 하다. 여름휴가철이면 새삼 확인하는 강원도의 힘이다.
명징하고 청량한 계곡 트레킹
인제 아침가리계곡
인제에 내린천 래프팅만 있을까. 첨벙대며 숲길과 물길을 오가는 아침가리 트레킹 역시 놓칠 수 없다. 방태산 자락 아침가리는 이름부터 오지다. 아침 나절 정도만 햇볕이 들어, 그때 밭을 간다 해 아침가리다. 보통 방동약수에서 조경교까지 방동리 트레킹 6km, 조경교에서 진동1리까지 아침가리(조경동·朝耕洞)계곡 트레킹 6km를 합쳐 이른다. 여름에는 종점 진동1리에서 조경교까지 아침가리계곡 구간 왕복으로 족하다.
첫걸음은 진동1리 진동계곡산촌문화휴양관 앞 주차장이다. 곧 계곡과 숲길이 나란하다. 물길은 산골을 굽이치며 소를 만들고 다시 길을 연다. 아침가리계곡에선 맑은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서다. 명징하고 청량하다. 그런데 줄곧 물가 숲길을 걷는다면 계곡 트레킹이라 할 수 없다. 아침가리계곡 트레킹의 진수는 숲길과 물길을 넘나드는 데 있다. 숲길을 걷다 길이 끊기면 계곡을 건너고 돌무더기를 발끝으로 더듬고 다시 숲길을 걷다 계곡을 건너길 반복한다. 물길을 10여 차례 가로지르면 조경교에 이른다. 신발이 젖고 무릎이 물에 잠기는 건 각오해야 한다. 험난한 행로가 모험과 일탈의 즐거움이다.
굳이 조경교를 목적 삼지 않아도 무방하다. 편도 3시간30분에서 4시간이니 왕복은 한나절이다. 적당히 걷다 멈춰 계곡에 발 담그고 쉬며 걸어볼 일이다. 권하지 않아도 계곡 절경에 절로 걸음이 멎는 순간이 많다. 계곡 트레킹인 만큼 아쿠아 트레킹화나 여벌 옷을 준비해야 한다. 생수나 가벼운 간식을 챙기는 게 좋다. 계곡에는 휴대전화 불가 지역이 많다. 혼자보다 같이 걷는 게 안전하고, 빗방울이 거셀 때는 트레킹을 자제해야 한다.
연계 여행지&맛집
인제군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약 10분, 양양군 미천골자연휴양림이 약 20분 거리다. 숙박 예약이 만만치 않지만 휴양림만으로 찾을 만하다. 원대리 자작나무숲도 들를 만하다. 원대임도와 원정임도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원대임도 쪽을 추천한다. 아침가리계곡 가는 길의 고향집(인제군 기린면 조침령로 115, 033-461-7391)은 비지찌개, 두부전골 등이 저렴하고 맛있다. 원대리 쪽은 옛날원대막국수(인제군 인제읍 원남로 1113, 033-462-1515)가 맛집이다. 막국수와 곰취편육이 대표 메뉴다.
주소: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조침령로 1063(진동계곡산촌문화휴양관 앞 주차장)나 홀로 고즈넉한 쉼의 시간
양구 박수근미술관
강원도는 원주 ‘뮤지엄 산’, 횡성미술관 자작나무숲 등 자연을 벗 삼은 미술관이 여럿이다. 박수근미술관 역시 미술관을 품은 공원 같다. 이종호 건축가는 ‘미술관 자체가 박수근 화백과 만남을 이루는 통로’가 되도록 설계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한층 흥미롭다.
박수근미술관은 원래 박 화백의 생가 터다. 뒤쪽 사명산 줄기가 강원도를 말한다. 건물은 박수근미술관, 박수근파빌리온, 현대미술관이 축을 이룬다. 박수근미술관은 화강암을 쌓아 벽을 올렸다. 박 화백 그림의 질감과 닮았다. 박수근파빌리온은 박수근의 심상이 뿌리내렸다. 파빌리온 안에는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 황재형의 전시(2018년 4월15일까지)가 한창이다. 탄광촌의 삶을 묘사한 그림이다. 갤러리현대 박명자 회장이 기증한 장욱진, 김기창, 천경자 작가의 작품도 볼거리다. 무엇보다 조덕현 작가의 설치회화 ‘박수근 2014∼1914’가 마음을 움직인다. 박 화백의 서울 창신동 자택 마루를 재해석했는데, 따뜻한 울림이 한참을 머물게 한다. 건물동을 오가는 길목에는 작품 속 빨래터나 자작나무숲, 언덕 위 박수근 묘소, 그가 사랑한 밀레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호밀밭 등이 행간의 쉼과 여유를 선물한다.
박수근미술관은 강원도 북쪽 양구 지역이라 지리적, 심리적 거리감이 있다. 실상은 춘천이나 인제와 연계한 여행으로 충분하다. 홀로 떠나 정적인 시간을 갖기에도 제격이다. 박수근 화백의 정감 있는 작품과 이종호 건축가의 섬세한 건축이 기대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뜻밖의 발견이라 말하는 사람도 많다.
연계 여행지&맛집
양구시 슬로건이 ‘청춘양구’다. 그만큼 공기가 맑고 자연이 빼어나다. 제1경이 두타연계곡이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이라 2006년에야 개방됐다. 2013년부터 신분증만 있으면 출입 가능하다. 양구백자박물관도 가깝다. 맛집은 장작불로 두부를 만드는 전주식당(양구군 양구읍 비봉로 91-23, 033-481-7922)이나, 양구 시래기로 정식을 내는 시래원(양구군 남면 봉화산로 457, 033-481-4200)이 좋다.
주소: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033-480-2655, www.parksookeun.or.kr그 여름 산상의 화원
정선 만항재
사람 마음이 비슷하다. 높이 올라 멀리 보고 싶지만 오르는 길이 만만찮아 금세 포기한다. 강원도에서 유독 심하다. 대안은 있다. 정선과 태백에 걸친 함백산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포장도로(함백산로)가 지난다. 1200~1300m 고지를 차로 오른다. 여름 만항재의 매력은 또 있다. 다른 지역 야생화는 보통 봄에 핀다. 만항재는 11월에서 4월까지 눈이 쌓여 여름이 활짝 피는 시기다. 올해는 7월29일~8월5일 함백산야생화축제가 열린다. 물론 축제를 피하면 좀더 한가롭다.
드라이브로 즐길 경우 고한에서 태백 쪽으로 함백산로를 넘는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은 만항마을에서 만항재쉼터까지 만항숲길 따라 야생화를 감상하며 오른다. 만항마을은 고한 탄광산업과 함께 생긴 마을이다. 현재 도로 옆 집 담마다 야생화 벽화가 장식돼 있다. 만항재쉼터는 고갯마루다. 도로 왼쪽은 하늘숲정원이고 오른쪽은 산상의화원이다. 기슭에 산책로를 마련해 정한 길을 따로 거닐며 여름 야생화를 만끽한다. 말나리, 범꼬리, 동자꽃, 노루오줌 등 여름 꽃이 흐드러진다. 더위도 걱정할 필요 없다. 여느 산 정상급에 해당하는 높이다. 여름 숲 피서 삼아 거닐 만큼 시원하다. 현지 사람은 종종 야간 드라이브로 만항재를 찾는다. 낮이 꽃천지라면 밤하늘은 별천지다. 하루를 묵어갈 때 놓치지 말자.
연계 여행지&맛집
만항재 가는 길에 삼탄아트마인과 정암사를 차례로 지난다. 삼탄아트마인은 옛 삼척 탄좌에 들어선 예술단지다. 랜드마크처럼 서 있는 권양기(수갱 타워)마저 작품인 듯하다. 정암사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의 하나다. 적멸궁에서 산 중턱 수마노탑까지 오가며 산사의 정취를 느낀다.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는 약 40km 13개 코스의 운탄고도다. 과거 석탄을 나르던 산길이 트레킹 코스로 변신했다. 만항재 옆 함백산은 이제 차량 진입이 불가하다. 그럼에도 1200~1300m가 시작점이다. 만항마을에는 만항할매닭집(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104, 033-591-3136)이 토종닭볶음탕을 맛있게 한다. 고한읍내 메밀촌막국수(정선군 고한읍 고한로 79, 033-591-3939)의 곤드레정식이나, 상상초콜릿(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62-297, 033-592-2433) 곰취마카롱은 정선의 맛이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865(만항재야생화쉼터), 033-592-5455, www.gogohan.kr도 반한 이색 피서지
평창 이끼계곡 vs 삼척 이끼폭포
강원도 계곡이 연출하는 특별한 테마는 이끼다. 그다지 대수로울 것 없는 이끼가 무리를 이뤄 계곡을 덮으니 진풍경이다. 눈으로 즐기는 피서로 으뜸이다. 올여름은 장맛비가 제법 내려 가물던 예년보다 한층 푸르고 싱그럽다.
먼저 평창이다. 평창은 흥정계곡, 금당계곡, 회동계곡 등 물 좋기로 소문난 고장이다. 가리왕산 장전계곡도 빼놓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장전은 ‘긴 밭’이라는 의미로 화전민이 터를 일구고 살았다. 물이 맑고 차며 숲이 짙은 게 특징이다. 너른 바위 쉼터도 많다. 특히 상류에서 작은 콘크리트 다리 건너 이끼계곡이 명물이다. 겹겹이 푸른 바위와 맑은 물길이 태고의 신비를 깨우는 듯하다. 자연스레 사진 욕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끼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현재 철책으로 보호하고 있다.
삼척 무건리에는 이끼폭포가 있다. 계곡을 끼고 있지만 특별히 ‘폭포’라 이름 붙였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심을 모았다. 영화에서 옥자와 미자가 뛰놀던 폭포 계곡이다. 물이 짙고 푸르러 국내인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 폭포까지는 차를 세우고 약 1시간30분 걸어간다. 제1폭포에서 밧줄을 타고 올라 제2폭포, 제3폭포까지 이동하며 감상한다. 다만 8월20일까지는 생태탐방로 공사로 출입이 어렵다. 정비하면 밧줄 대신 우회로가 신설될 예정이다. 늦은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사진 좋아하는 사람은 영월 상동계곡까지 포함해 ‘우리나라 3대 이끼계곡’이라 부른다.
연계 여행지&맛집
장전계곡은 평창과 정선의 경계다. 정선 쪽에는 덕기산계곡이 코스 삼을 만하다. 덕기산계곡은 강원도 숨은 계곡으로 손꼽는 이가 많다. 삼척 이끼폭포는 환선굴이나 대금굴과 가깝다. 환선굴은 화려하고, 대금굴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삼척 해변 가운데 부남해수욕장이 특색 있다. 군사작전지역이라 여름에만 개방한다. 올해는 7월14일~8월20일 이용 가능하다. 진부면 맛집은 남경막국수(평창군 진부면 진벌길 4, 033-335-8968)가 있다. 막국수도 좋지만 꿩만두도 맛있다. 명진왕갈비탕(평창군 진부면 진부중앙로 82-1, 033-335-5388)도 추천한다. 삼척시 도계면에는 텃밭에노는닭(삼척시 도계읍 도계로 334, 033-541-9989)의 물닭갈비가 소문났다.
주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장전길 장전폭포 033-330-2771, 강원도 삼척시 도계면 산기길 무건리이끼폭포 033-570-3846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정년이’ 큰일 했다…여성국극 연일 매진, 신작 제작도 활발
내일 서울 새벽부터 ‘첫눈’ 3~8cm…시, 제설 비상근무
단독사고 난 승용차 안에서, 흉기 찔린 부부 발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기만료 전역...임성근 무보직 전역 수순
뉴스타파 “오세훈 지인, 명태균에 20억 주고 덮자고 강혜경 회유”
여야, 김건희 특검법 다음달 10일 재의결하기로
[단독] ‘김건희 인맥’ 4명 문화계 기관장에…문체부 1차관 자리도 차지
‘정우성 득남’ 소식이 쏘아올린 작은 공
윤, ‘김건희 특검법’ 3번째 거부…재의요구 법안 25개째
[단독] ‘도수치료’ 급여화해 정부가 관리…2차 의료개혁 방안 윤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