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를 불러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을 “예고된 참사”라고 평했다. 김 의원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방전문위원, 뒤이어 2003~2005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이후 김장수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의사결정 구조와 군 내부 사정 등에 두루 정통한 김 의원은 이번 사태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제대로 설명해줄 적임자로 꼽힌다.
김 의원은 6월1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과 만나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 내내 과도한 비밀주의로 일관하면서 국회의원을 무시했다. 새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반복된 것”이라며 “한마디로 군은 문재인 대통령을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게 바로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총리 인선 뒤 이어지는 내각 발표에서 외교·안보 라인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도 군에 좋지 않은 신호라며 “국방 개혁을 본궤도에 올리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대로 치면 ‘말년 병장’ 같은”
간단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뒤에도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문 대통령을 군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드를 주요한 의제로 다룰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당선 직후 5월 중순 미국과 중국에 홍석현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특사로 보낸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그것을 알면서도 김관진 전 실장은 제대로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고, 한민구 장관은 필수적인 보고조차 누락했다.
이번 문제는 사드 도입 과정의 진상을 파악해 앞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미래형 과제를 풀다가 나온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직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긴박하게 외교 문제로 줄타기를 하는 상황에서 사실관계 하나 제대로 파악 못한 꼴이 됐다. 사실 창피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충격적”이란 말에 분노가 담겨 있어 보인다. 김 전 실장이 인수인계 없이 (사드 등 국가안보실이 진행한 현안 관련)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고 대통령기록물로 밀봉한 것은 사드 반입을 기정사실화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상식적으로 박근혜 정부냐 문재인 정부냐를 따지기 전에 대한민국 정부의 영속성 측면에서 당연히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이 정도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어떤 조사나 교정, 개선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결과적으로 그들은 박근혜 정부만을 위해,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의 사적 업무를 수행한 부하 직원처럼 움직였다. 게다가 그들 뒤에는 미국이 있다. 지금도 (미국은) 사드 배치에 “절차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하지 않나. 국회에서 사드 배치 과정의 불투명성 등 여러 문제에 대해 국방부를 질타하면 “미국과 협의한 것”이라며 책임을 면하려 했다. 미국과 한국의 틈 어딘가에 김 전 실장이나 한 장관이 있다. 이런 사정이 있으니 지금처럼 행동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군대로 치면 ‘말년 병장’ 같은 태도이다. 짐 싸서 나가면 그만이라는 수준이다. 공직자로서 공무 수행의 사명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새 정부는 (인수인계나 보고가 없으니) 당연히 자료도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사드 배치 과정을 다 알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안보실뿐 아니라 민정수석실도 실무자급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한 뒤 1년 가까이 국회도 똑같은 일을 당해왔다.
“박근혜 정부 인사 동거 체제 빨리 끝내야”
군은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려온 고유의 방식이 있다. 그 일단이 드러났다. 지금 청와대가 상황을 잘못 관리하면 군에 만만하게 보일 수 있다. 참여정부 초기, (군) 장악이 어려워 혼란이 많았다. 그때 민정수석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군은 정권 초기에 짜임새 있게 장악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레이더 장비는 이미 들어와 있다. 그 점에서 보면 4기 반입 보고 누락은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작은 팩트로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작지만 둑을 무너뜨릴 만한 균열이 생겼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4기 반입’이 아니라 ‘보고 누락’이 문제다. 진상 파악을 서둘러야 한다. 진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갈 수 없다.
진상 조사를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국면이 흐를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문제에서 (배치 찬반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듯하다. 대선 때는 신중함으로 읽힐 수 있지만 이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려면 지향을 분명히 하여 주변국 설득 작업을 해야 한다. 후보 시절 ‘색깔론’ 프레임을 우려해 취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관성이 계속되면 안 된다.
두고 봐야 한다. 우선 보고 누락을 들여다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듯하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의 진상 조사라는 단계로 진행해야 국방 개혁까지 갈 수 있다. 김 전 실장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적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게 급선무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국방 개혁이 된다. 박근혜 정부 인사들과 동거 체제를 빨리 종식해야 한다.
“국민 의지대로 군 통제한다는 원칙”
군 인사 전체와 연결하는 것은 좁은 시야다. 다만 (장관 등) 핵심 요직의 상징적인 인사로 군 통수권자가 군을 장악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것도 쉽지 않다. 군과 갈등 양상으로 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지대로 군을 통제한다는 원칙 아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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