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16막16장 지상 중계

51일 동안 펼쳐진 16차례 공개변론의 결정적 장면들…

증인들의 ‘모르쇠’, 대통령 대리인단의 ‘막말’ 퍼레이드

대통령 대리인단인 서석구 변호사가 2월1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에 넣어온 ‘태극기’를 꺼내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월2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 변론 날짜가 확정됐다.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최종 변론을 진행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애초 24일이던 최종 변론일을 사흘 미뤄 “최종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더 이상의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13일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펴왔다. 2월22일에도 최근 퇴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과 정세균 국회의장 등 20명을 무더기로 증인 신청했으나 헌재는 “심판 지연 목적”이라며 모두 기각했다. 이정미 권한대행의 후임자를 지명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선택을 둘러싸고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논란이 거세다.

탄핵소추 의결부터 최종 변론일까지 81일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뒤 최종 변론일에 이르기까지는 정확히 81일이 걸렸다. 헌재는 3차례의 변론 준비 절차, 16차례 공개변론을 거쳐 이제 마지막 공개변론만 남겨두고 있다. 16차례의 공개변론에서는 모두 27명의 증인을 신문했다. 박 대통령 쪽 대리인단의 변호인은 18명에 이른다. 양쪽 대리인단이 검토한 검찰 수사 기록만 5만 쪽이 넘는다.

은 지난 1월3일 이후 열린 16차례 공개변론을 가장 최근부터 거꾸로 되짚어봤다. 사회부 법조팀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직접 받아적은 녹취록과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 등을 참고했다. 그 가운데서 가장 결정적이거나 ‘막장 드라마’에 가까울 만큼 황당했던 장면 위주로, 현장에서 오갔던 재판관들과 대리인단, 증인들의 육성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한다.

16차 공개변론: 2017년 2월22일

뒤늦게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 2월16일 14차 공개변론부터 참여한 김 변호사는 이날 1시간 35분 동안이나 변론을 펼쳤다. 그는 의원직 사퇴서를 쓰고 탄핵 표결에 참여한 야당 의원들을 가리켜 “국회의원이 무슨 야쿠자인가”라고 비판하고, 헌법재판관들이 “국회가 졸속 의결한 탄핵심판을 절차가 잘못됐다고 각하하면 ‘국민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탄핵 사유 13개 항목을 뜯어보면 국회의원 3분의 2가 모두 찬성했다고 보기 의심스럽다. (13개 항목 중) 세월호 사건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도 있었다. 또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을 탄핵 사유로 삼는 데 동의한 의원 대부분은 사실 진심은 뇌물죄가 아니라 모금 과정과 목적의 위법성을 보고 찬성했다고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검사들도 하지 않는 뇌물죄·직권남용죄·강요죄를 ‘섞어찌개’로 만들어서 탄핵소추한 것이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 같은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어떻게 이런 ‘섞어찌개’라는 소추안을 만들 수 있나.”

“약한 사람이 누굽니까? 여자 하나(박근혜 대통령)예요…. 강일원 재판관은 청구인(국회)의 수석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대통령 대리인단)

“이 사건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중요한 사건이라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의 이름으로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 만약 8명, 7명이 선고한다면 헌법상 하자 있는 결정이다. 잘못하면 내란 사건이 된다.”

“복잡한 법률 이론 생각하지 말고, 상식적으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 만일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국민이 결정하도록 맡겨보세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정면 충돌해서 우리나라 아스팔트 길들은 전부 피와 눈물로 덮여요. (중략) 만일 헌재가 없으면 시가전이 생기고,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내전 상태에 들어간다. 헌재가 어느 한쪽 편 들면 안 되죠. 그런데 분명히 헌재가 국회 편 들고 있다. 이건 헌재 자멸의 길이다. 약한 사람인 여자 하나(박근혜 대통령) 편드는 게 아니라, (재판관이) 강하고 똑똑한 변호사들 혹시나 잘못했을까 힘을 보태주는 건 법관이 해선 안 될 길이라고 믿는다. 강일원 재판관이 증인신문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런데 피청구인 쪽 증인에 대해서 주로 묻더라. 일단 시작이 비난이다. ‘앞뒤 말이 맞지 않아요.’ (중략) 청구인(국회)의 수석대리인이 되는 거다. 법관이 아니에요.”

마지막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님, 말씀이 좀 지나치신 것 같다. 조금 언행을 조심해주기 바란다. 수석대변인이란 말을 감히 할 수 없으시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했다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부부 동반 외유 등이 드러나 낙마한 이동흡 변호사(전직 헌법재판관)도 김 변호사에 이어 30분간 열띤 변론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오로지 대한민국만 생각하고 24시간 국정에 전념했는데 오랜 기간 알아온 최서원과 그 측근이 불법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최서원이 대통령을 속이고 이용하려 했다는 게 이 사건의 실질적 구조다.”

재판 진행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공격’이 계속되자 강일원 재판관도 반격에 나섰다.

강일원  “주심인 제가 편파적이라 하시니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전직 헌법재판관인) 이동흡 변호사님에게 먼저 질문 한두 가지 드리겠다. 재판 쟁점을 정리한다든지, 탄핵심판 준용 법령 정하는 걸 주심 혼자 할 수 있습니까? 재판부 권한이죠?”

이동흡  “예.”

강일원  “증인신문이 부족하다든지, 나와 있는 증거와 모순되면 재판부에서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동흡  “저도 재임 중에 그렇게 했습니다.”

강일원  “김평우 변호사님이나 정기승 변호사님 두 분 어르신은 헌법재판을 많이 안 해서 잘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법정에서 주심 재판관 이름을 특정해서 비판하고, (발언을) 철회했지만 ‘수석대리인’이라고 하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 문제가 됐을 발언이다. 유감임을 말씀드린다.”

“대통령 대리인단 시나리오의 클라이맥스는 헌재 선고 하루나 이틀 전에 대통령 하야.”
-이춘석 탄핵소추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공정성’을 재차 강조했다. “(지금까지) 사실 조회 신청 70건 중 피청구인(대통령) 쪽이 68건을 신청했다. 증인 채택도 38명이 이뤄졌다.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 공통이 3명, 청구인 신청이 9명, 피청구인 신청이 26명이다. 재판을 진행하며 쌍방에 의견을 묻고 조율했다. 그런데 피청구인 쪽이 또 증인 16명을 신청했고, 이 중 8명을 증인 채택했다. 막무가내로 요청한 부분은 불필요한 것 외에 증거 채택을 했다. 변론 준비 기일 3차례, 변론 14~15차례 한 번도 안 본 대리인들이 나와서 ‘재판 편파적이다, 무효다’ 하면 누가 납득하겠습니까. 매우 유감스럽다. 이 재판을 함부로 이렇게 말하시면 안 됩니다.”

이날 공개변론 직후 열린 청구인 쪽 언론 브리핑에서 탄핵소추위원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피청구인 변호인단의 변론 내용은 국회도 부정하고 헌재 재판 절차를 송두리째 부인하는 안하무인 태도였다. 이는 피청구인 쪽 ‘거대한 시나리오’의 시작에 지나지 않나 하는 판단이 든다. 변호인단 시나리오의 클라이맥스는 선고 하루나 이틀 전에 탄핵 인용 결정을 회피하기 위해 대통령이 하야하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15차 공개변론: 2017년 2월2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 고영태씨 등 출석하지 않은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낮 12시가 넘어 변론 종결을 선언하려는 순간,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가 돌연 이 권한대행의 말을 막아서며 막말을 쏟아냈다.

김평우  “12시가 넘었는데 제가 당뇨가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주시면….”

이정미  “어떤 내용입니까?”

김평우  “잠깐만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제가 조금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 먹어야겠는데 그럴 시간을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이정미  “그렇다면 다음번에 하시는 걸로 하고 오늘 변론은 지금 (끝내겠습니다).”

김평우  “오늘 하겠습니다.”

이정미  “오늘 꼭 해야 하는 이유는?”

김평우  “준비를 해왔으니까. 그럼 제가 점심을 못 먹더라도 변론을 하겠습니다.”

이정미  “12시가 다 되지 않았습니까.”

김평우  “12시에 변론 끝내야 한다는 법칙 있습니까?” (재판관들 퇴장하자 삿대질을 하며)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냐. 함부로 재판을 막 진행하냐.”

14차 공개변론: 2017년 2월16일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앞줄 가운데)을 포함한 국회 대리인단과 이중환 변호사 등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모습(뒷줄).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는 이날 변론에서 제 발등을 찍었다. 탄핵 사유 중 하나인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근거로 들었기 때문이다.

“국회는 피청구인(대통령)에게 아무런 근거 없이 뇌물죄를 탄핵 사유로 포함시켰다. 대통령과 최순실은 오랜 지인 사이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경제 공동체가 아니다. 재산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바 없고 완전히 분리된 경제 주체다. 또 제3자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단순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삼성그룹과의 관계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게 해달라는 부탁이 부정한 청탁이라는데 아무 설명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사실관계 소명이 부족하고 법리상으로도 불분명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변론 다음날인 17일 서울중앙지법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청구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시간 끌기 작전에 일침을 놨다. “피청구인 대리인께서 ‘시점을 정해놓고 한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왜 이 사건을 일주일에 2번, 3번씩 재판하느냐는 다 아시지 않나. 대통령의 권한 정지로 인한 국정 공백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두 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마냥 1년이고 2년이고 피청구인이나 청구인이 원하는 대로 재판할 수는 없는 상태 아닌가.”

13차 공개변론: 2017년 2월14일

대통령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가방에서 ‘태극기’를 꺼내 펼쳐들었다. 헌재 직원이 막았지만, 10초가량 태극기를 들고 있는 동안 이미 방청석에 있던 누군가 ‘찰칵’ 사진을 찍었다. 서 변호사는 14차 공개변론이 있던 16일에는 태극기를 어깨에 망토처럼 두른 채 기자들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다분히 ‘태극기 집회’를 염두에 둔 퍼포먼스였다.

이동흡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따뜻하게 봐주자”며 감성에 호소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 취임 이후 형제자매마저 부정부패에 연루될 것으로 우려해 청와대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부양해야 할 자식도 없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말을 들으며 오로지 애국심 하나로 사심 없이 평생을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해온 피청구인의 행위에 대해서 그녀의 애국심을 존중해달라는 말은 못하더라도, 조금은 따뜻한 시각에서 봐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태극기를 들고 나온 광장의 ‘불쌍한 박근혜’ 프레임이 헌재 대심판정까지 침투해 들어왔다.

12차 공개변론: 2017년 2월9일

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 노승일 케이스포츠재단 부장, 박헌영 케이스포츠재단 과장,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4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7시간 동안이나 진행된 증인신문 과정에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왜 (검찰 수사 기록에 있는 내용을) 묻는지 재판부로서 이해가 안 된다” “핵심으로 바로 좀 들어가달라. 불필요한 게 너무 많다”며 대통령 대리인단을 질타했다. 증인들에게 제법 많은 질문도 직접 던졌다.

강일원  “피청구인 대리인들이 안 물어봐서 제가 묻겠다. 최서원씨는 계속 그런 표현을 쓰고 있어요. 역겹다. 고영태씨나 증인, 노승일 이런 사람들이 이익을 추구하려고 자신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증인은 거짓말을 하는 거거든요.”

박헌영  “고영태, 노승일이 저한테 감정이 좋은 분들이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많이 화가 난 상태이기 때문에, 그분들하고 뭐 모의해서 증언한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입니다. 최순실씨 본인이 저 같은 경우는 순수하게 업무 진행했던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서석구  “증인, 양심적 내부고발자라고 스스로 말했다면서요.”

노승일  “스스로 이야기하고 다닌 적은 없다.”

서석구  “사람들이 말한 것인가. 무슨 의미일까? 구속되고 그런 건 없을 거다?”

노승일  “저는 국민들에게 박수 받는 게 부끄럽다. 최순실과 관련된 일을 했고 처벌받을 각오가 돼 있다.”

서석구  “결국 최서원을 이용해서 케이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을 할 생각으로 더블루케이까지 만들었던 걸로 보이는데?”

노승일  “최순실은 우리를 음식점의 이쑤시개로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용하겠습니까.”

서석구  “케이스포츠재단이 최서원이가 돈 빼먹으려고 설립한 거라면서요. 정상화되는 게 맞겠어요?”

강일원  “됐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서석구  “(큰 소리로) 이 중대한 재판에서 어떻게 증인이 대통령 측 변호인에게 이렇게 합니까?”

노승일  “대통령은 윗분이고 국민은 하찮은 인간입니까?”

이정미  “증인! 서 변호사님! 조용히 하세요.”

11차 공개변론: 2017년 2월7일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증인 출석.

10차 공개변론: 2017년 2월1일

헌법재판관 8인 체제에서의 첫 공개변론.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박한철 전임 헌재 소장님이 어제 퇴임하셨다. 헌재 소장직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중요한 심판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 사건 심판 과정에서 절차의 공정성과 엄격성이 담보돼야만 심판 결과의 정당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는 바로 ‘반기’를 들었다. “박한철 전 소장이 3월13일 이전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저희 대리인은 헌재 재판관의 임기를 이유로 심판 선고 기일을 미리 정하는 것은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 후임 재판관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채 짧은 심리를 통해 탄핵심판을 선고하겠다는 건 사안 선후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날은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과 최순실의 연설문 작성 관여 등에 대해 증언했다.

9차 공개변론: 2017년 1월25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마지막 재판. 박 소장은 “1월31일 저의 임기가 만료된다.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참가하는 변론이다. 탄핵 사건 선고 전에 재판장 공석 사태가 예상되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이정미 재판관도 3월13일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13일까지는 이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가 “그 말씀은 국회 소추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선고 시점과 비슷하다. 이번 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하자, 박 소장은 “마치 물밑에 다른 의사소통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재판부에 대한 모독”이라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8차 공개변론: 2017년 1월23일

최순실씨는 1월16일 헌법재판소 5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증인은 검찰에서 최순실과 고영태는 어떤 관계냐는 질문에 내연관계라고 했죠?”

“고영태가 돈 때문에 나이 많은 최순실과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에 대해서 고역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죠?”

“증인이 알기론 둘이 언제부터 사귀는 사이였나?”

“최순실은 2014년 7월 이혼한 걸로 아는데, 이혼하기 전부터 내연관계였다는 말이 되네요?”

이날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를 앞에 두고, 대통령 대리인단의 정장현 변호사는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질문을 마구 던졌다. 탄핵심판의 본질적 실체와는 거리가 먼 질문이었지만, 고영태씨를 깎아내리기 위해 변론의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이러한 대리인단의 인식은 2월1일 10차 공개변론에서도 드러났다. “사건의 발단은 대통령의 40년 지기로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최서원이 고영태와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 최서원과 고영태의 관계를 알게 된 이들이 이익을 추구하다 실패하자 언론에 제보해, 대통령이 추구한 목표와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됐다.”(이중환 변호사)

7차 공개변론: 2017년 1월19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없는 사람’ 최순실과 대통령의 차명폰을 고백했다. 문자메시지 1197차례, 전화통화 895차례. 2013~2015년 정 전 비서관이 최순실과 주고받은 연락 횟수다. 하루 평균 3번꼴이다. 연락은 차명폰으로 했다.

이용구  변호사(국회 대리인) “차명전화로 연락한 이유가 뭔가?”

정호성  “도청·감청 위험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이용구  “피청구인(대통령)도 차명폰이 있었나?”

정호성  “그렇습니다.”

이용구  “최씨에게 비상 국정운영 문건, 인선 발표한 문건 전달했죠? 최씨 의견을 듣거나 컨펌 받으라고 해서 보내준 거죠?”

정호성  “최씨가 내용을 하루 이틀 전에 안 거지, 의견을 밝힌 건 아니다. 최씨는 기본적으로 저희한테 (공식적으로,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이었다.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안타깝게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 (최씨가) 밖으로 등장하면서 꼬인 것 같다.”

6차 공개변론: 2017년 1월17일

증인으로 부른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고영태씨 등이 불출석해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5차 공개변론: 2017년 1월16일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는 거의 모든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에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어제 일도 기억 안 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고영태씨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고영태 증언 자체는 완전 조작”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현식, 박헌영 등이 “저한테 전부 뒤집어씌우고 있다”고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이) 혼자 되셔서, 저도 혼자 되고, 마지막 국익에 일조하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지켜드려야 해서 남아 있었지 사익이나 이득을 취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차 공개변론: 2017년 1월12일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경호관으로서 비밀 누설을 할 수 없다” “보안 사항이라 말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 횟수 등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대통령께서 돈(옷값)을 외부에 준 게 더 큰 기밀 같다. 그 말씀은 편하게 하시면서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온 게 왜 더 큰 기밀이냐”고 꼬집었다.

3차 공개변론: 2017년 1월10일

증인신문이 예정된 최순실, 정호성, 안종범이 불출석해 이날 변론은 1시간 만에 끝났다.

2차 공개변론: 2017년 1월5일

“아무리 언론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지키는 태극기를 외면하고 북한 언론이 극찬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일제 식민지 해방하고 북한에서도 지켜준 신이 헌재도 보호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대통령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의 ‘태극기 사랑’은 이때부터 유난했다. 탄핵심판 사건의 첫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이영선 행정관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모든 개인 업무는 공무상 기밀로 들었다” “알지만 자세히 말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며 답변을 대부분 거부했다.

1차 공개변론: 2017년 1월3일

첫 공개변론은 9분 만에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출석을 확인하고, 다음 기일을 정하기만 했다. 대공지정(大公至正·아주 공정하고 지극히 바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이번 사건을 대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황예랑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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