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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실현 시나리오

아동·노인·청년 대상 ‘단계별’ 도입 방안 내놓은 대선 주자들…

박원순·이재명 “재원 조달 충분히 가능하다”
등록 2017-01-11 22:33 수정 2020-05-03 04:28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1월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생생 대한민국을 향한 민생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만나 얼싸안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1월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생생 대한민국을 향한 민생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만나 얼싸안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과 관련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실현 가능성’이다. 국가가 나에게 매월 일정한 돈을 통장에 넣어주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국가가 진짜 그 일을 해줄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이 앞선다.

일단 대부분의 대선 주자가 기본소득, 혹은 기본소득 취지에 걸맞은 정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모든 국민이 대상인 전면적 기본소득제 도입을 바라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것처럼 아동·노인·청년 대상 기본소득제도가 시작되면, 추후 대상이 점점 늘어나 모든 국민이 기본소득을 받는 전면적 기본소득제 도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아직 대선이 본격화되지 않은 시점이라 대선 주자들은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기본소득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러 토론회에서 나름의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놨다. 이들은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 비용을 20조원 안팎으로 예상한다. ‘작은 정부’라는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해본 박 시장과 이 시장 모두 조달 방안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다.

단계적 도입 비용 20조원 안팎 예상

박원순 시장은 2016년 12월21일 ‘한국형 기본소득제’ 도입 구상을 발표했다. “18세 미만에게 아동수당, 30세 미만에게 청년수당, 65세 미만에게 실업부조(직장인)와 상병수당(자영업자), 65세 이상에게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성숙기에 다다랐을 때 연간 최소 20조원에서 최대 35조원 규모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 시장은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의 질문에 “이는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다. 불필요한 토건 예산 축소 같은 세출 구조조정 등 재정개혁에서 약 32조원, 대기업 법인세 감면액 삭감 및 법인세율 인상, 탈세 억제 등 조세개혁에서 약 16조원, 그리고 통합적 공공투자 관리체계 구축 같은 공공부문 개혁으로 약 4조원 등 연평균 56조원의 추가 재원 조달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한국형 기본소득제 설계를 돕는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는 “이 재원으로 기본소득제 도입뿐 아니라 기본소득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한 ‘병행 대책’ 비용까지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금성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면 민간 보육비나 사교육비가 함께 올라가 정부에서 받은 돈을 모두 사교육비로 쓰는 등 기본소득제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무상보육 서비스 내실화나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감소 정책, 청년 주거 문제 해결 등 ‘병행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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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공교육·주거 대책 병행해야”

이재명 성남시장도 여러 토론회와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밝혔다. 이 시장이 밝힌 기본소득제 도입 방안은 현재 경기도 성남시가 시행하는 청년배당제도 전면화, 기초노령연금 확대, 아동·장애인 기본소득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한다. 이를 위해 약 20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6년 12월27일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은 “성남시에서 시행하는 청년배당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데 약 4조원이 필요하다. 이건 대한민국의 내년 본예산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기에 (실행에) 전혀 문제 없다. 또한 (아동·청년·노인 기본소득 등) 구간별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 20조원이 안 든다. 성남시정을 해본 경험치로 정부 예산 7~10%를 조정해 30조원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도 밝혔다. 그는 “500억원 이상 버는 대기업 440개에 8% 증세하면 15조원, 연간 10억원 이상 버는 슈퍼 소득자 6천 명에게 10% 증세하면 2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자, 배당, 증권양도소득 등 불로소득에 30% 세율로 과세하고 부동산 체제를 개혁하면 예산 50조~60조원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1인당 연간 50만~100만원, 3인 가구로 치면 연간 200만~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략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밝혔다. 이들이 가장 많이 꼽은 항목은 ‘소득세 인상을 포함한 전반적인 조세개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승민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4명이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안으로 소득세 인상을 꼽았다.

증세 다수 동의, 기존 복지 예산 축소는 엇갈려

‘기존 복지정책 예산을 줄이고 기본소득 예산으로 전환한다’는 항목에 3명(안희정·유승민·심상정)이 동의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기본소득제에 찬성하는 보수 세력의 전형적 입장이다.

유승민 의원은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 기존 복지제도를 전면 개편한다는 전제하에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기본소득을 전제로 한다면 기존 복지정책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스위스·네덜란드 등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는 국가에서도 기존 복지정책 예산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래서 정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안 지사는 현재 한국 사회에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이다. 기본소득제 도입이 오히려 기존 복지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전체적인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에서 증세는 불가피하다. 조세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의 조세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심상정 대표는 조금 다른 입장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현재 복지정책을 점검해 잘못 쓰이는 예산이 있으면 재정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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