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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땅! 제주도 우리땅?

제주에 들어오는 외국자본 중 중국 자본 비율 압도적이지만 부동산·관광업에만 편중… 자신들만의 리그로 수익 독차지, 관광업 일자리는 고용조건 열악해
등록 2016-08-02 21:39 수정 2020-05-03 04:28
홍콩-싱가포르 합작회사인 람정제주개발이 2조여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신화역사공원 공사 현장. 류우종 기자

홍콩-싱가포르 합작회사인 람정제주개발이 2조여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신화역사공원 공사 현장. 류우종 기자

“그동안 제주에는 이런 관광시설이 없었습니다. 다 지어지면 상상을 뛰어넘는 획기적 공간이 될 겁니다.” 7월26일 오후 2시, 제주 북쪽 정수리에 해당하는 제주항에서 뜨겁다 못해 따가운 7월 햇볕과 대결하며 도착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신화역사공원 홍보관에서 직원이 말했다.

한창 공사 중인 신화역사공원에 이르는 길인 제주 서쪽 중산간 지대 도로 양옆으로 엘리시안 CC·아덴힐 CC·캐슬렉스 CC·블랙스톤 CC 등 각종 골프클럽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즐비했다. 여러 공사 현장을 지나쳐 도착한 ‘신화역사공원 제주투자진흥지구’ 부지 역시 라바 등의 캐릭터가 그려진 높은 공사가림막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가림막 위로 포클레인 등 공사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웬만큼 분양하면 완판된다

제주 땅 250만m²(약 76만 평)에 2380개 객실을 갖춘 고급 호텔, 228개의 독채형 빌라와 1290세대의 콘도 등 숙박시설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쇼핑몰(7만m²), 세계 신화를 테마로 한 어드벤처 테마파크(50만m²), 워터파크(1만3천m²) 등이 ‘신화역사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다. 2014년 홍콩 부동산개발회사인 란딩국제발전유한회사와 싱가포르 리조트 운영 전문기업인 겐팅싱가포르가 50%씩 출자한 합작기업 람정제주개발(주)이 2조원의 투자를 결정해 공사가 한창이다.

홍보관 옆엔 콘도와 빌라 모델하우스가 마련돼 있었다. 260m² 독채형 빌라 모델하우스에 들어갔다. 분양가 20억원에 달하는 3층 건물 테라스로 올라가자 멀리 영국 국제학교 NLCS 흰 건물이 보였다. 박상진 람정제주개발 리조트콘도 세일즈 담당 상무는 “영어교육도시 인근에 있다는 점, 주변에 아이를 학교에 보낸 부모들이 즐길 다양한 시설이 생긴다는 점 등에서 국제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는 한국 부모를 비롯해 교육에 관심 많은 중국 상류층의 호응이 높다”며 “공사 승인률만큼 분양할 수 있는 규칙에 따라 분양이 가능한 40%의 물량은 거의 계약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귀족’ ‘고급’ ‘프리미엄’ ‘엄청난 규모’ 같은 단어들이 떠도는 거대한 공간에서 매끈한 돈 냄새가 났다. 거액의 돈을 투자한 뒤 흘러드는 돈을 거머쥐는 이는 다름 아닌 ‘중국 기업’이다.  

제주도에 유입되는 중국 자본의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제주도가 매달 발표하는 ‘주요 외국인 투자사업 현황’(50억원 이상 그린필드형 사업만 분석)을 보면 지난해 6월 제주도에 투자한 중국·홍콩 자본은 16개 사업 5조6476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투자액의 66.9%를 차지했다. 1년 뒤인 올해 6월 제주에 투자한 중국·홍콩 자본은 19개 사업 12조8088억원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사업 전체에서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82%로 압도적이다.

투자사업 내용을 보면 대부분 부동산 임대업과 음식·숙박업에 쏠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외국인 투자기업 현황’(2015년 6월 기준)에서 중국 자본 투자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부동산 임대업이 43%, 음식·숙박업이 22.8%로 대부분이다. 50억원 이상 중국 자본 투자사업 역시 의약품을 생산하는 1개 업종을 빼고 18개 사업이 모두 관광·숙박업이다(표 참조).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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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중국 자본 투자가 부동산 임대업 및 음식·숙박업으로 쏠리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고태호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초 발표한 연구자료 ‘제주지역 중국자본 투자현황 및 시사점’에서 “중국 자본 투자는 IT·BT 관련 첨단산업 육성, 제주 지역 향토 자원을 활용한 제조업 육성 등 제주도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정책 방향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결국 제주 경제에 미치는 경제 효과가 일회적이어서 제조업 육성 등 지속적인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에는 부동산·관광·숙박 위주 투자가 내실 있는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제주도는 땅만 빌려주게 된다
2014년 중국인들이 소유한 제주 토지 분포 현황. 중국인들은 주요 해안 지역, 지가가 싸지만 개발 가치가 높은 중산간 지역, 골프장 인근, 생태보전 가치가 높아 개발이 어려운 송악산 일대 등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위쪽)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녹지그룹이 조성한 제주 헬스케어타운. 헬스케어타운에는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외국계 영리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김태일 제주대 교수 제공, 류우종 기자

2014년 중국인들이 소유한 제주 토지 분포 현황. 중국인들은 주요 해안 지역, 지가가 싸지만 개발 가치가 높은 중산간 지역, 골프장 인근, 생태보전 가치가 높아 개발이 어려운 송악산 일대 등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위쪽)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녹지그룹이 조성한 제주 헬스케어타운. 헬스케어타운에는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외국계 영리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김태일 제주대 교수 제공, 류우종 기자

신화역사공원사업을 추진하는 람정제주개발은 신화역사공원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개장을 완료하면 약 65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다. 최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사업이 조건부로 승인된 오라관광단지의 경우 6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중국계 기업 JCC는 아예 새로 고용할 정규직 3922명 가운데 81%에 해당하는 3176명을 지역주민으로 뽑겠다는 고용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고태호 연구위원은 “관광산업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높고 정규직의 경우에도 임금 수준 등 고용 여건이 열악하다”고 분석했다. 신화역사공원이 밝힌 간접고용 규모는 직접고용 규모의 4배에 가까운 2만5천 명에 이른다. 오라관광단지 역시 계약직 고용 규모가 6994명으로 정규직보다 많다.  

부동산 임대 및 숙박·관광 산업 중심의 투자가 제주 지역 내 도민에게 실제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은 제주 사회 전체가 널리 공감하는 내용이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이미 제주도에 있는 4개 중국 여행사가 중국 관광객 80%를 핸들링하면서 제주 관광지는 한라수목원·용두암 등 돈을 내지 않고 볼 수 있는 곳을 구색 맞추기로 끼워넣고, 돈을 써야 하는 쇼핑센터·숙박시설·음식점은 중국인이 매입해서 운영하는 곳만 이용하도록 관광 코스를 짜왔다”며 “이제 녹지그룹이 운영하는 헬스케어타운이나 신화역사공원이 완공되면 이런 구조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역사공원이 홍콩·싱가포르 합작 자본으로 지어지는 만큼, 그들이 지은 숙소에서 자고, 그곳 테마파크에서 돈을 내고 놀고, 그곳에서 쇼핑하는 방식의 제주 관광은 제주도민에게는 아무런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사업 반복’도 문제다. 오라관광단지는 전체 사업면적 353만여m²에 휴양콘도·관광호텔 등 숙박시설, 국제컨벤션센터, 쇼핑몰, 백화점, 트로피컬 워터파크 등을 세우는 관광·리조트 복합시설로 신화역사공원을 비롯해 이미 투자가 결정돼 진행되는 여러 관광시설과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이정민 제주대 산업대학원 외래교수(도시계획)는 “지금은 여름 성수기에 숙소가 모자라 도내의 허름한 모텔 등도 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저런 숙박시설 등이 완공되면 도민이나 내국인이 운영하는 작은 게스트하우스들부터 차례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화역사공원·헬스케어센터는 공공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관이 조성한 공공부지를 외국자본에 내준 경우이고, 오라관광단지도 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너무 쉽게 사업변경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도시계획 정책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중산간 지역 집중적 매입
초록색 부분: 한경-안경 곶자왈 지역 . 빨간색 부분: 신화역사공원 전체 부지. 초록색과 빨간색이 겹치는 부분이 신화역사공원 건설로 훼손되었거나 훼손될 곶자왈 지역이다. 곶자왈은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덤불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로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뤄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을 말한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 제공

초록색 부분: 한경-안경 곶자왈 지역 . 빨간색 부분: 신화역사공원 전체 부지. 초록색과 빨간색이 겹치는 부분이 신화역사공원 건설로 훼손되었거나 훼손될 곶자왈 지역이다. 곶자왈은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덤불을 뜻하는 ‘자왈’의 합성어로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뤄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을 말한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 제공

환경 파괴도 심각하다. 신화역사공원·헬스케어센터·오라관광단지 등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사업하는 단지는 대부분 제주 중산간 지역에 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건축학)는 “중산간 지역이 생태학적 측면이나 경관적 측면에서 매우 소중한 제주의 땅 자원인데 이곳이 별 기준 없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중산간 지역은 해발 200~600m 지역을 의미한다. 상류·중류·하류로 이어지는 하천의 흐름 속에 중류에 해당하는 지역이어서 호우시 빗물 흐름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경관 측면에서 한라산, 바다, 해안변에 밀집한 도시 지역에 놓여 어느 지역에서 바라봐도 배경 경관을 형성하며, 제주도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보존해야 할 곳으로 논의되는 곶자왈 지역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김 교수는 “중산간 지역의 생태적 가치가 높음에도 기존 시가지보다 지가가 싸고 대부분 공동목장이 운영돼 토지 매입이 용이하다보니 헐값에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며 “신화역사공원·영어교육도시를 비롯해 지금 논란이 되는 오라관광단지 역시 대부분 곶자왈 지역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2014년 펴낸 ‘곶자왈 보전 관리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신화역사공원 등 관광지로 인해 곶자왈 603만5천m²가 훼손됐고, 영어교육도시 등 도시·주택 개발 사업으로 422만2m²에 달하는 곶자왈이 훼손됐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은 “이것도 그나마 2014년 통계이고 그동안 중산간 지역에서 계속 공사가 이뤄져 곶자왈 훼손 지역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인텔, 카페 그리고 중국인

제주는 돌과 여자와 바람이 많은 섬 ‘삼다도’라고 불렸다. 지금 제주 사람들은 씁쓸한 우스갯소리로 ‘삼다도’의 새로운 세 가지를 꼽는다. 무인텔과 카페와 중국인. 2016년 제주에 많아진 세 가지가 도민들은 반갑지 않다.

중국 관광객을 위해 조성된 바오젠 거리 바로 옆 옛 신제주종합시장이 있던 골목에서 30년째 장사해온 한 상인이 말했다. “중국인은 여기서는 돈을 안 써서 내 주머니는 그대로야. 저 골목은 번쩍번쩍한데 여기는 허름하지.” 제주 함덕 지역에 사는 채민영(37·가명)씨는 “여기를 가도 공사, 저기를 가도 공사해서 이제 이 섬이 낯설다”고 말했다. 지금 제주에는 어떤 개발이 필요할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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