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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취업은 내가 책임집니다

대학법인 10곳 중 6곳꼴로 설립자·이사장의 친·인척 근무
등록 2016-07-21 15:22 수정 2020-05-03 04:28
동의대와 동의과학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의학원의 김인도(왼쪽) 이사장과 단국대학 장충식 이사장. 한겨레 자료, 연합뉴스

동의대와 동의과학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의학원의 김인도(왼쪽) 이사장과 단국대학 장충식 이사장. 한겨레 자료, 연합뉴스

사립대 설립자 가족들의 ‘대학 물려주기’ 실태는 일반적인 상식과 도를 넘는다. 이번에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국 대학·전문대학·대학원대학 법인 10곳 가운데 예닐곱 곳에서 설립자·이사(장)의 친·인척이 주요 보직을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2015년 현재 사립대학법인 144곳, 사립전문대학법인 94곳, 사립대학원대학법인 33곳을 기준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는 144개 대학법인 가운데 설립자 또는 법인 이사(장)의 친·인척이 근무하는 대학법인이 무려 86곳이다. 전체 대학의 59.7%에 이르는 수치다. 역설적이게도, 그나마 대학법인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전문대학법인의 경우 법인 94곳 가운데 80곳(85.1%)에서, 대학원대학법인은 33곳 가운데 20곳(60.6%)에서 설립자·이사(장)의 친·인척이 근무했다.

도를 넘은 ‘대학 물려주기’

법인에서 이사장이나 이사, 대학에서 총장·부총장·교수로 일하는 친·인척 수 자체도 상당하다. 대학·전문대학·대학원대학법인 전체를 놓고 통계를 내보면, 설립자와 이사장의 친·인척 교직원이 확인되는 것만 511명이나 된다. 세부적으로는 대학법인에서 설립자나 전직 이사장의 친·인척 가운데 해당 학교에서 현재 이사장으로 근무하는 이가 22명이었다. 이사로 근무하는 이도 49명이었다. 법인 산하 대학에서 총장으로 근무하는 이는 37명,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교수는 86명이나 됐다.

특히 설립자나 전직 이사장의 가족이 핵심 보직을 차지한 법인·대학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친·인척 이사장이 271개 전체 대학법인 가운데 157곳(57.9%)에 이르렀다. 여기서 ‘친·인척’은 대학 설립자 및 전·현직 이사장의 형제·자매·아내와 사위(며느리)를 포함한 직계손을 대상으로 했다. 이사장을 맡은 경우가 72명, 총장과 부총장을 맡은 경우가 53명, 이사직에 오른 이도 32명이나 돼 이사장, 총장·부총장, 이사급 핵심 보직을 맡은 이만 157명이나 됐다. 이들은 학교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뿐 아니라, 지위를 이용해 ‘대학의 가족 세습 체제’를 유지하는 데 밑돌 구실을 하고 있다.

비리 저질러도 쉽게 복귀

실제 대학 법인을 세습 경영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켜 퇴출됐던 설립자 가족들이 일정 기간 뒤 주요 보직을 회복하는 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사장이나 총장 재임 시절 자신들이 심은 ‘이사회 인맥’을 활용해 재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 가운데는 대학 등록금을 유용하거나, 법인 재산을 악용해 이권에 개입돼 사법처리를 받거나 교육부 징계를 받은 경우도 많다.

단국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단국대에서 1967년부터 수십 년간 이사장과 총장을 맡으며 학교를 주물렀던 장충식 이사장은 2004년 교비 유용 혐의로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단국대가 514억원의 교비를 유용한 사실을 확인한 뒤, 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장 이사장과 감사 2명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장 이사장은 1999년에도 교비 1252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에도 부실한 재단 운영으로 총장직에서 한 차례 물러났다가 3년 만에 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i>사립대학 가운데는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집단적으로 대학에 취업해 마치 ‘가족 회사’를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i>

세종대의 경우에도, 주명건 전 이사장이 교비 횡령 등이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돼 퇴출당했으나, 한 차례 재단 이사 복귀를 시도했다가 무산되고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임시이사와 총장 등을 규합해 결국 이사 직함을 되찾았다.

사립대학 가운데는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집단적으로 대학에 취업해 마치 ‘가족 회사’를 방불케 하는 곳도 있다. 설립자·이사장의 친·인척이 법인 설치·운영 대학에 5명 이상 근무하는 곳도 24개나 이른다.

특히 학교법인 동의학원의 경우, 동의대와 동의과학대에서 친·인척이 무려 14명이나 근무하고 있다. 한국영상대를 운영하는 인산학원과 호남대를 운영하는 성인학원도 각각 친·인척이 10명, 8명 근무하고 있다. 이 밖에 친·인척 7명이 근무하는 대학이 3곳, 6명이 7곳, 5명이 11곳이었다.

이들 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에 취업한 친·인척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동의학원의 경우, 설립자 김임식의 아들 김인도가 이사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또 다른 아들이 총장, 며느리와 손녀는 교원을 맡고 있다. 또 직원·교원 가운데 4촌 친척 1명, 5촌 2명, 6촌 7명 등이 포함됐다.

처조카 사위, 외손주, 손녀 사위… 끝이 없네

인산학원 역시 설립자 겸 총장인 유재원의 딸 유소영이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설립자의 아내가 이사를 맡은 것을 비롯해 아들, 동생, 6촌 친척이 교원으로 일한다. 또 처남, 외사촌, 처조카와 처조카 사위까지 직원으로 취업시켜둔 상황이다. 건국대·단국대·상명대 등의 사례를 보면 손자, 손녀뿐 아니라 손녀 사위에서 증손녀까지 4대에 걸쳐 취업을 책임지는 경우가 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사립대학 내 친·인척 취업 문제와 관련해 법적 제한이 사실상 없다보니, 설립자를 중심으로 가족이 사학 운영권을 틀어쥔 뒤 손쉽게 ‘가족 세습’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대학이 특정인의 사적 재산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대학 설립자 가족이 누구보다 강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학교를 사유화할 목적으로 친·인척을 채용하거나, 가족에게 대물림하려는 시도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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