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브렉시트의 검은 그림자

폭락했던 세계 증시 회복 등 일차 충격 잦아들었지만 장기 불황 이어지고 한국 조선·해운업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으로 분석
등록 2016-07-07 16:36 수정 2020-05-03 04:28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6월29일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 가결이 나오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AFP 연합뉴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6월29일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 가결이 나오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AFP 연합뉴스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출할 길을 얻었지만, 세계는 불황에서 탈출하기 어려워졌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폭풍이 2016년 6월 전세계를 강타했다. 영국인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자, 정치에 민감한 전세계 증시 포인트는 곤두박질쳤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6월24일, 영국 증시(FTSE100)는 한때 9% 가까이 떨어졌고, 독일 증시(DAX30)도 장중 10%까지 폭락했다. 영국 통화인 파운드화의 가치도 이날 한때 30년 내 최저치인 1.32달러로 11%나 폭락했다. 한국 코스피도 전날보다 3.09% 떨어진 1925.24로 장을 마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도미노처럼 퍼져나간 불안 요인</font></font>

세계경제가 순식간에 흔들린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국민투표 전 유럽연합을 탈퇴한다면 2018년까지 실업률이 1.6%포인트 상승하고 평균 실질임금도 2.8% 하락해 경제성장률이 3.6%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HM Treasury Analysis). 세계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국 경제가 더 위축된다면 불안한 심리는 도미노처럼 세계 금융시장으로 퍼져나간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도 “불확실성이 급격히 고조되고 국제 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경기 위축을 우려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기간을 연장하고 한도 확대를 통해 대응할 경우 유로화와 파운드화 동반 약세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50%" align="right"><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ffffff"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fffff"><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
<font size="4"><i><font color="#991900">경기가 좋아진다는 호재가 나와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의 길을 선택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세계 및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하향 조정했다. </font></i></font>
</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일주일이 지나면서 일차 충격파는 일단 잦아든 상태다. 미국과 유럽 등의 통화 당국이 즉각 대응에 나서자 미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나라의 주가는 반등했다. 영국 파운드화도 떨어지는 것을 멈췄다. 한국 증시 코스피는 7월1일 1987.32로 마감하면서 브렉시트 전인 1986.71(6월23일 기준) 수준을 회복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경제가 당장이라도 곤두박질칠 것처럼 경고하던 언론들도 조용해졌다. 국민투표로 탈퇴를 결정하자마자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는 등 탈퇴 절차를 진행해야 할 영국 내각도 리더십이 부재하는 혼란 상태다. 영국이 진짜 브렉시트를 하려면, 총리를 다시 세우고 유럽연합 집행부와 2년간의 협상을 거친 뒤 유럽의회 등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짜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수 있을지, 단기간 내에 가능할지 회의론마저 일고 있다.

국내 상황도 충격파에서 벗어났다. 증시는 출렁였지만 소비자들은 영국발 불황이 시작됐다기보다, 버버리 등 영국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거나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영국 여행 비용이 줄어드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오래된 불황과 상시화된 기업 구조조정 탓에 수천km 밖 섬나라 일에 무덤덤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가운데 대영 수출액 비중은 1.4%(2015년 기준) 정도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전체 아시아 국가의 대영 수출 비중은 3.5% 미만이다”라고 평했다.

문제는 장기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호재가 나와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의 길을 선택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당장의 걱정보다 장기적 전망이 우울하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끝없는 세계경제 저성장 예고 </font></font>

국제금융센터 자료(6월29일 속보)를 보면,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세계 및 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하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유로존의 경우 1.5%→1.3%, 영국은 2%→1.5%, 미국은 2%→1.9%로 낮아질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영국의 교역 조건 악화와 미래 불확실성, 금융 여건 악화 등이 이유로 꼽혔다. 여기서 가장 안 좋은 것은 소비와 투자를 막는 미래 불확실성이다.

프랑스 금융회사 소시에테제네랄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해소되지도 않았고,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진) 중국 경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브렉시트가 터졌다. 영국이 진짜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그렇다고 돌이키기도 쉽지 않아 세계에 산적한 문제만 더 쌓이게 됐다”고 했다.

경제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타며 움직여야 하는데 정치적 이슈가 터지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답답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의 유일한 효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막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연준은 미국 경제의 회복을 전제로 오는 9월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금리가 오르지 못하고 다시 내려간다는 것은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우울한 관측과 같다. 경기 회복 가능성이 없으면 금리를 내려 시장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는 저성장의 장기화가 한국 수출 산업을 덮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브렉시트로 인해 하반기 국내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 추가 약화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에 직접적으로 유럽으로 가는 비중이 큰 선박(37%), 자동차 부품(22%), 가전(20%) 등의 추가 둔화가 불가피하다.”(‘시계 제로로 만든 브렉시트, 앞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따라서 브렉시트의 대두는 한국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과 현대상선·한진해운 등 해운업의 구조조정이다. 이들 기업은 세계경기 악화와 경영자들의 경영 실패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조선·해운업의 상황이 좋아지려면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아져 바다의 물동량이 늘어나고 선박 건조 발주가 증가해야 한다. 채권단도 구조조정 계획을 짜면서 이들 기업이 흑자를 낼 시기가 언제일지 중요하게 본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울산·거제까지 미치는 영국발 경제 파장</font></font>

그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인력 구조조정 폭도 줄지만, 그 시기가 멀어진다면 당장 조선소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 구조조정 폭이 커진다.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는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경제도 벼랑으로 몬다. 영국이 자국의 주권을 찾겠다며 유럽연합과 이혼하는 데 치르는 비용이 이들과 한참 먼 곳에 사는 한국의 울산과 거제·통영까지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브렉시트에 한국 정부가 재정 확대나 고용안정 등의 대응책으로 바삐 움직여야 할 이유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인터넷신청▶ <font color="#C21A1A">http://bit.ly/1HZ0DmD</font>
카톡 선물하기▶ <font color="#C21A1A">http://bit.ly/1UELpok</font>
<font color="#006699">* 캠페인 기간 중 정기구독 신청하신 분들을 위해 한겨레21 기자들의 1:1 자소서 첨삭 외 다양한 혜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font>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