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스위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확산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전세계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연대 조직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Basic Income Earth Network) 16차 정기총회가 7월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각국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1986년 기본소득에 대한 국제회의를 처음으로 개최한 이후 2년마다 정기총회를 열고 있다.
최후의 보루, 기본소득7월7~9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정기총회의 주제는 ‘사회적, 생태적 전환과 기본소득’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아 기본권을 지탱해줄 최후의 보루로서 기본소득, 탄소배출권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주민에게 나눠주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기본소득 등이 주로 논의된다.
각국에서 기본소득 운동과 연구 작업을 해온 인사들이 대거 방한한다. 정부 주도로 ‘기본소득 실험을 위한 예비 연구’가 진행 중인 핀란드에서 오랫동안 기본소득 운동을 펼쳐온 경제학자 얀 오토 안데르손, 학문적으로 기본소득 이론의 틀을 처음 마련하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를 창설한 필리프 판 파레이스 벨기에 루뱅대학교 특별객원교수, 2010~2014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에서의 기본소득 실험 프로젝트 결과를 기록한 책 을 펴낸 연구자 사라트 다발라 등이 기조 연설자로 나선다.
특히 독일에서 벌어지는 ‘마인 그룬트아인콤멘’이라는 기본소득 시민운동 운영책임자인 아미라 예히아가 특별 초청돼 흥미를 끈다. 독일에서는 2014년부터 크라우드펀딩 등으로 모은 자금을 해마다 일정한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1년간 매달 1천유로씩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기본소득이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을 전세계에 소식으로 전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로 36명이 기본소득을 받았고 네덜란드와 미국, 스위스, 아일랜드 등으로도 비슷한 실험이 퍼져가고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7월4~10일을 ‘기본소득 주간’으로 선포하고, 서울 신촌과 홍익대 앞 등에서 콘서트, 댄스파티,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도 열 예정이다. 대회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 bien2016.org/kor)에서 하면 된다.
국내 학계와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무르익는 분위기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는 6월3일 ‘이제 사회수당을 말하자’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기본소득 제도 등을 논의했다. 이승윤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국 불안정 노동시장과 사회수당’이라는 발제문에서 만 19~24살 청년들에게 한 달 생활비(2014년 기준 138만원가량)와 최저임금(주 40시간 기준 월 109만원가량) 간의 차액인 30만원을 ‘청년 기본소득’으로 매달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교성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난 4월 말 발표한 ‘이 시대 복지국가의 쓸모?!’라는 글에서 완전고용과 경제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자유주의 복지국가’나 ‘소득 주도 성장론’의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기본소득 도입’ 등 복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디어에서 실현 방안으로노동당과 녹색당은 지난 4·13 총선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만 24살 청년에게 지급하는 연간 5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도 일종의 기본소득이다. 청년들이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안효상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한국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기본소득이 이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위기 시대에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방안으로서 논의가 전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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