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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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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1-11-29 00:00 수정 2020-05-03 04:22

일상 속에 파고드는 신종 사행산업… 경정·인터넷복권에 경견 오토레이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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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우뚝 솟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10만평의 호수는 보기에도 시원스럽다. 호수 주위를 빙 둘러싼 잔디는 어느덧 연노란 빛으로 곱게 물들었다. 잔디밭을 사이사이에 두고 곧게 뻗어 있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잔디와 산뜻한 대조를 이루며 호수의 정취를 한껏 돋운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3-1 ‘미사리 한강 조정·카누경기장’. 늦가을 정취로 흠뻑 물들어 있는 이 경기장 남쪽과 서쪽에서는 현재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경마(말), 경륜(자전거)에 이어 내년 4월부터 시작될 경정(모터보트) 사업을 위한 공사로, 지난해 9월 시작돼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정사업장은 관람시설과 입장권 발매소, 운영사무실을 갖춘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관람운영동(남쪽)과 보트 보관·정비시설이 입주하는 모터보트 관리동(서쪽) 등 2개 건물로 이뤄진다.

경정 시행 5개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경정사업을 주관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운영본부의 한원용 대외협력과장은 “게임(경정)에 투입될 선수·심판요원은 이미 확보한 상황이고, 경기장 시설 공사는 올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라며 “경정사업은 내년 4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과장은 “다만 게임 요일과 일수 및 베팅 상한액, 장외사업소 설치 등 세부사항에 대해선 아직 문화관광부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확정짓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경정의 게임방법은 경마, 경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주마다 6명의 선수가 출전해 최대 시속 80km로 내달리는 모터보트로 순위를 다투게 된다. 관객은 경주권을 구입, 우승예상 선수를 적어내 적중시킬 경우 배당금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600m의 경주수면을 3바퀴 도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한 경기당 걸리는 시간은 대략 2분30초 정도로 예상된다.

경정사업을 추진하는 쪽에선 ‘수상레저스포츠의 활성화를 통한 건전한 여가문화를 창출한다’는 점을 사업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모터보트 경기 수준을 높이고 관련산업의 발전을 꾀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목적은 ‘지방재정 확충, 기금 조성’ 등 뒤따르는 다른 사업목적 앞에서 왠지 공허해진다. 경륜과 경정이 모두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입된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더한다.

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신종 사행산업은 경정만이 아니다. 체육 복표(스포츠 토토)가 이미 도입돼 시행중이며 로터리(추첨)식 온라인복권이 내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발행·판매되는 인터넷전용 즉석복권은 이미 도입돼 있다. 심지어 경견(개 경기), 오토레이스(오토바이)사업을 하겠다며 나선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합법적인 공간을 벗어난 신종 도박산업도 속속 등장해 한탕을 노리는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복권판매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인터넷복권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존의 종이복권을 온라인복권업체가 인터넷을 통해 판매만 대행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기존 복권 발행액의 3% 정도를 배정하며 인터넷으로 산 뒤 추첨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주택복권, 플러스플러스복권, 또또복권 등 6개 추첨식 복권이 대상이며 헬로우럭, 한국전자복권, 로토 등 사이트에서 판매를 맡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발행돼 판매되는 인터넷 전용 복권도 등장했다. 이는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오프라인 즉석식 복권처럼 마우스로 긁어(스크래치) 당첨 여부를 확인한다. 지난 10월 판매를 시작한 주택은행의 ‘인터넷 주택복권’과 5월부터 발행하고 있는 제주도의 ‘인터넷 즉석 관광복권’이 있다. 보훈복지의료공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과학문화재단도 내년 초부터 인터넷 전용 즉석복권을 발행할 계획 아래 이미 사업자(발권 및 판매대행)를 선정해놓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근로자복지공단 등도 저마다 갖가지 명분을 내세우며 인터넷 복권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복권번호 임의로 선택하는 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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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즉석식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로토’(lotto)라고 불리는 추첨식 온라인복권이다. 로토는 이미 번호가 찍힌 기존 인쇄식 복권과 달리 복권번호를 임의로 선택하도록 한 뒤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내년 7월에 도입될 전망이다. 현재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복권발행 기관들로 꾸려진 복권발행협의회가 사업자 선정 및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중이다. 세부적인 게임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49개의 일련번호 가운데 고객이 직접 숫자 6개를 고르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온라인 단말기를 통해 번호를 입력하면 일정기간 뒤에 추첨하게 된다. 쉽게 말해 1부터 49까지 숫자가 적힌 공 가운데 6개를 고르도록 한 뒤 주택복권 추첨과 같은 방식으로 당첨번호를 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로토식 온라인복권은 구입자가 직접 번호를 선택하기 때문에 당첨자가 없는 경우가 생겨나고, 그 다음회로 당첨금이 이월·누적돼 (당첨금액이)수백억원대로 늘어날 수도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기존 오프라인복권(종이복권)의 주고객층이 30∼50대 남성들인 데 반해 온라인복권의 주고객층은 20∼30대의 젊은 층과 여성이 될 것”이라며 “온라인복권이 발매되면 복권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권의 일종인 체육 복표도 신종 사행산업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발매되고 있는 복표는 특정한 스포츠(축구, 농구) 경기의 승패를 예측해 당첨 여부를 가리는 복권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고 있다. 본래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축구에 도입키로 한 것인데 농구에도 복표를 도입했다. 비싼 시스템을 갖춰놓고 축구경기가 없는 겨울철에는 놀려야 하기 때문에 농구에도 도입하자는 게 명분이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갖가지 이유를 갖다붙여 속속 사행산업을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천억원대였던 국내 복권시장은 올해 복표가 도입되면서 6천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에는 월드컵대회,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행사가 치러지면서 복표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여기에 로토복권이 도입됨에 따라 복권시장은 올해의 두배 수준인 1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견사업에 매달리는 태백 등 지자체들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경견사업도 준비되고 있다. 내국인 카지노사업을 유치한 강원도 태백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경견과 오토레이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백시는 농림부에 관련법 제정을 건의한 데 이어 에너지경제연구원에 경견 및 오토레이스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놓고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내년 1월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용역보고서가 나오면 정부쪽에 정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견사업은 태백시 외에도 충북, 전북지역의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추진중이다. 이쯤 되면 네발 달린 짐승과 바퀴달린 물건은 모두 갬블링에 동원될 것이란 블랙유머가 나올 판이다.

근래 들어선 인터넷을 매개로 삼은 불법 도박사업도 심심찮게 나타나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파친코, 러시안룰렛, 슬롯머신, 블랙잭을 통해 딴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해주는 게임 사이트를 개설해 회원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인 사례가 등장했다. 또 외국계 불법 카지노사이트로 연결시켜주는 배너 광고를 게재했던 사이트 관계자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국내 배너 광고가 어려워진 뒤에는 정보제공 명목으로 전자메일을 통해 네티즌들을 공략하는 불법 도박사이트들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사행산업 현황
사업개시사업주체주관부처경기장
경마1922년한국마사회농림부과천, 제주
카지노
(내국인 출입)
2000년10월강원랜드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강원도 정선
복권종이복권1969년건설교통부등
9개 기관
건설교퉁부
문화관광부
등 각 부처
-
인터넷
즉석식
2001년5월제주도 등 2곳
로토식
온라인
2002년 7월께
(예정)
복권발행
협의회
경륜1994년국민체육
진흥공단
문화관광부잠실, 창원
경정2002년 4월
(예정)
국민체육
진흥공단
문화관광부미사리조정경기장
(경기 하남시)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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