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2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시민사회단체가 국회 앞에서 법안 철회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차별금지 법안 2개는 모두 철회됐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6.8% 대 66.8%.
2014년 통계청 를 보면, 우리나라 13살 이상 인구의 6.8%가 ‘지난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여성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 가운데 66.8%가 그런 충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호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석사, 2014년 8~9월 548명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이는 2012년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사회적 욕구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4.8%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결과보다 갑절 넘게 높은 수치다. 이호림씨의 설문조사 모집단에서 남성(72.3%)이 여성(27.75)보다 크게 높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우려할 만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성소수자들 가운데 여성보다 남성의 자살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절반 이상의 성소수자들이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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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씨의 연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자살 충동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우가 25.5%에 이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2차례 넘게 자살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앞서 인용한 통계청 조사를 비롯해 국가 차원의 자살 동기 분석에는 성정체성과 관련한 항목 자체가 없어 더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다. 지난 3월25일, 23살 여성이 서울 마포구 서강대교에서 몸을 던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성소수자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까운 이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하기도 했지만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이호림씨는 “2007년 이후 한국 정부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명시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받고 있으나 법 제정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 들어 2013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각각 성적 지향성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냈다가 반대 여론에 떠밀려 불과 두 달 만에 철회했다.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보다 앞선 2012년 11월 차별금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통진당이 해산되면서 법안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국가 차원의 조사와 대안 마련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성소수자들 스스로 문제 개선을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최근 ‘마음 연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성소수자들이 자살 위기에 빠진 이들을 발견해 상담기관 등에 연결해주는 일종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맡는 게 현재로선 자살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준비모임을 거쳤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9일에는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연계한 성소수자 대상 자살 예방 교육 ‘보고 듣고 말하기’도 진행됐다.
성소수자가 일반 상담기관을 찾아가면
이 프로젝트의 박재완 팀장은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들은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면서 ‘동성애-에이즈(AIDS)-세금 낭비’라는 프레임을 계속 퍼뜨리고 있다. 성소수자가 상담기관에 찾아가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는 점을 밝히면 무시나 비꼬기, 심지어 거부를 당하는 등 마음 놓고 상담조차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5월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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