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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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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할 수 없는 꿈, 어디로 가나

해산에 필요한 행위 외에는 일체의 활동 금지돼…
이정희 전 의원은 논평했지만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내놓지 못해
등록 2014-12-23 15:50 수정 2020-05-03 04:27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을 결정한 12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대심판정을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을 결정한 12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대심판정을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12월19일 오전 통합진보당은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가 강제 해산을 결정한 정당이 됐다. 헌재 결정이 발표된 직후부터 ‘통합진보당’이라는 이름에는 ‘사용 금지’ 딱지가 붙었다. 통합진보당의 당직자들은 “당 직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얘기가 더 이상 없다. 언론에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헌재 결정에 대한 위반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의 모든 것이 2014년 12월19일에 멈춰버린 것이다.

<font size="3"><font color="#C21A8D">지역구 지방의원 31명은 의원직 유지 가능성</font></font>

통합진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이상규(서울 관악구을)·오병윤(광주 서구을)·김미희(경기 성남중원구) 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던 김재연·이석기 의원 등 총 5명은 즉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지역구 의원 3명의 지역구에 대해서는 내년 4월29일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비례대표 2명의 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는 2016년 20대 총선까지 의석 승계 없이 2명이 빠진 채 국회의원 정수가 298명으로 유지된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통합진보당에 대한 각종 예산상 지원을 즉시 중단했고, 통합진보당이 그동안 사용해온 국회 내 2개의 사무실을 일주일 이내에 비워줄 것을 통보했다. 이제 국회 안에서 ‘통합진보당’의 이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다만 당 소속 지방의원 37명 가운데 비례대표 6명을 제외한 지역구 지방의원 31명은 의원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신분은 선관위 전체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며, 지역구 지방의원은 정당법이나 공직선거법에 규정하고 있지 않아 선관위 판단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통합진보당의 등록을 말소하고 당 소속 정책연구소인 진보정책연구원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더불어 통합진보당의 수입 및 지출 계좌를 즉각 압류 조치해 더 이상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정치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당이 지원받은 국고보조금·선거보조금·여성추천보조금 등 총 163억원 가운데 그동안 쓰고 남은 잔액은 12월29일까지 국고에 귀속된다. 선관위는 국고보조금 이외의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도 법원에 ‘잔여재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정당으로부터 잔여재산 내역을 내년 2월19일까지 보고받은 뒤 국고에 귀속 조치할 계획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이후 해산에 필요한 업무 외에는 일체의 정당 활동이 금지됐다. 선관위는 “해산된 정당의 당원들이 종전의 당조직을 유지하며 해산된 정당의 명칭으로 계속 활동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의 예시로 들었다. 이 때문에 해산이 결정된 이후 통합진보당은 당의 이름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없게 됐다.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당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면 그 계획은 유사 정당 내지 대체 조직의 계획이 돼버려 계획 자체가 불법화되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해산된 정당이 나중에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싶어도 같은 명칭으로 정당을 등록하거나 해산된 정당의 강령(또는 기본정책)과 유사한 정당 등록 신청은 불가하다.

<font size="3"><font color="#C21A8D">“시민사회가 함께 논의를 풀어가야”</font></font>

이처럼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에서 통합진보당의 구성원들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헌재 결정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저희 마음속에 키워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 …어떤 정권도 진보정치를 막을 수 없고 그 누구도 진보정치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재야 인사들이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행동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홍성규 전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진보당의 해산이 진보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 전반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 각계각층 원로 등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논의를 풀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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