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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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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거세지는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사이버 검열’ 공포에 카톡 떠나 러시아산 모바일 메신저로 ‘피난 행렬’…
해킹으로도 뚫리지 않는 뛰어난 보안성과 대화 기록 남지 않아 인기
등록 2014-10-07 06:02 수정 2020-05-02 19:27
러시아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개발한 파벨 두로프. 두로프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했고, 보안에 초점을 둔 ‘텔레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러시아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개발한 파벨 두로프. 두로프는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했고, 보안에 초점을 둔 ‘텔레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하필이면 ‘다음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한 그날 10월1일, 검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대규모로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9월18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운용해 포털 사이트의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사이버 검열 의지’를 불태운 뒤부터 이미 대규모 ‘사이버 망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의 압수수색 소식은 보안을 최우선으로 만들었다는 ‘텔레그램’으로의 망명을 더욱 가속화했다.

‘사생활 보호 권리’ 모토 내걸고

연일 모바일 메신저 앱 다운 순위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는 텔레그램의 인기 이유는 뭘까. 일단 뛰어난 ‘보안성’이다. 텔레그램은 모든 대화 내용을 암호화해 전송하기 때문에 제3자가 쉽게 들여다볼 수 없다. 외국 회사에다 서버도 독일에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요청한다고 해도 국내 업체인 ‘다음카카오’처럼 정보를 내줄 의무도 없다. 게다가 텔레그램의 암호화 기능은 해킹으로도 뚫리지 않는다. 지난 3월 약 20만달러(약 2억원)의 상금을 걸고 텔레그램의 암호화 시스템을 해킹하는 대회를 열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비밀 대화창에는 흥미로운 기능이 있다. 상대방이 문자를 봤다는 것이 확인되면 설정된 시간(3초~일주일)이 지난 뒤 문자가 ‘자동 폭파’된다. 또 비밀 대화창의 대화 내용은 중간 서버를 거치지 않고 해당 모바일로 직접 전송되기 때문에 대화 기록 자체를 서버에 남기지 않을 수 있다. 대화창에서 하나의 메시지만 따로 복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화 내용을 전부 저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부 ‘사생활 보호 권리’(Tal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를 모토로 내걸고 만든 기능들이다.

일반 메신저로서의 다양한 기능도 거의 갖추고 있다. 일반 사진, 동영상, 파일 첨부 등도 속도가 빠르고 대화창 오른쪽 마이크를 누르는 동안 실시간 녹음도 가능하다. 컴퓨터 자판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PC용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PC용 프로그램에서는 비밀 대화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은 광고도 없으며 평생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 이용자들의 텔레그램 이용 수가 급증하자 최근에는 한글 버전도 만들어졌다.

수려한 외모의 개발자 두로프도 화제

수려한 외모로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텔레그램 개발자 파벨 두로프에 대한 몇 가지 사실도 텔레그램을 믿고 쓸 수 있는 데 한몫한다. 두로프는 대학 졸업 직후인 2006년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고 불리는 ‘브이콘탁테’(VK)를 개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러시아에서 가장 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정받았다. 이 사업으로 그는 20대에 약 2억6천달러(약 2조원)의 자산가가 된다. 중요한 것은 두로프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부정선거를 규탄했던 주요 인사들의 VK 페이지를 삭제해달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도 부족해 정부로부터 받은 공문을 VK 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정부의 불법적 행태를 고발한 뒤 VK 대표직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두로프는 러시아를 떠나며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현재 텔레그램 본사는 독일 베를린에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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