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개선을 위해 생활임금 조례를 추진하겠습니다.”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3월12일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일자리 도지사’가 되겠다며 이같이 약속했다. ‘무상 대중교통’ 공약을 둘러싼 폭풍 논란에 잠시 가려지긴 했지만, 생활임금 조례 역시 상당히 논쟁적인 화두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조달계약을 맺는 민간기업 소속 노동자까지 생활임금 적용 범위를 넓힐 건지,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정부의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건지 등이 논란거리다. 앞서 경기도지사 출사표를 던진 김진표 민주당 의원도 생활임금 조례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생활임금이 노동·복지 대표 공약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부천시, 전국 최초로 조례 제정현재 생활임금을 조례로 제정한 지자체는 1곳뿐이다. 경기도 부천시가 지난 1월 전국 최초로 조례를 제정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중심으로 생활임금 조례안을 2012년에 마련했고, 이듬해 10월 부천시의회가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경기도와 법제처 등이 “부천시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해 위법하다”며 딴죽을 걸었다. 근로자 임금 결정 등 예산 편성은 지방자치법상 보장된 지자체장의 권한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경기도는 부천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가, 안건이 다시 통과되자 “대법원 소송까지 가겠다”던 강경한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경기도의회에서는 격렬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쪽 도의원들이 “도지사가 공공부문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최저임금의 130~150% 수준)을 지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기도 생활임금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경기도의 재의 요구와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조례 제정이 무산됐다. 지난 3월5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청 공무원 봉급도 깎고 있는 현실에서 생활임금을 논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천시의회에 대한 경기도의 진짜 속내가 뭐였든지 간에, 오는 4월 부천시 소속 노동자나 부천시가 출자·출연한 기관의 노동자 516명은 생활임금 적용받게 된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5210원)도 받지 못하던 노동자 223명은 시급 5580원으로 계산한 월급을 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293명도 최고 5860원까지 시급이 올라간다. 연간 1억9천만원가량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고현주 부천지역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은 “부천시는 운이 좋았지만, 구청이나 시 단위의 다른 지자체가 실제 조례를 제정하려면 광역 지자체의 반발(재의 요구) 탓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2013년 가장 먼저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한 곳은 서울 성북구청과 노원구청이었다. 구청장의 결단이었다. 이곳에서도 올해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박영래 노원구청 홍보팀장은 “생활임금 적용 대상자를 지난해 68명에서 올해 101명으로 늘렸다. 오는 7월 새로운 구의회가 구성되면 생활임금 조례 제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례뿐 아니라 생활임금 제도 존폐 여부조차 지자체 선거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민주당 지방선거 정책으로 밀자”이 때문에 올해 초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지자체가 직접고용하거나 위탁고용한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조례 제정이 논란이 되자, 아예 생활임금의 상위법 토대를 마련해두기 위함이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민주당 내 지자체장들의 모임인 ‘참좋은 지방정부위원회’ 등에서 당의 대표적인 지자체 선거정책으로 생활임금을 밀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2년 ‘서울시민복지기준선’을 발표하면서 생활임금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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