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가족이 되어 반갑다. 여러분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다. 1년에 한 번씩 계약서 쓰는 게 불편할 뿐이다. 축하한다.”
김순희(가명)씨는 지난해 4월1일 열린 ‘정규직 전환’ 축하 행사 때 점장이 했던 이야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지금 와서 딴소리할 줄 알았으면 녹음이라도 해둘걸….” 당시 이마트는 전국 146개 매장의 도급사원 91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매장 곳곳을 누비며 상품을 진열하고, 음식을 조리하던 ‘아줌마’들이 대부분이었다. 김씨를 비롯해 만 55살(이마트 정년)이 넘은 사람들은 ‘촉탁직’으로 고용됐다. “계약서 쓸 때 정년 얘긴 듣지 못했어요. 도급 직원 중엔 63살까지도 일하는 분들이 있었으니 당연히 그럴 줄 알았죠.” 한숨 소리의 꼬리가 길다.
이마트는 최근 만 55살 이상의 촉탁직 720여 명에게 ‘시간제 일자리’ 전환을 통보했다. 주 40시간에서 주 25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면, 120만원 남짓한 월급은 반토막 난다. 지난 2월5일 서울의 한 이마트 매장 인근에서 김씨를 비롯해 56~59살 ‘여사님’들 6명을 만났다. 나이 지긋한 여직원은 이마트 안에선 ‘여사님’으로 불린다. 이정옥(가명)씨는 “남편과 아이들을 벌어 먹여야 하는데 50만~60만원으로 어찌 살겠느냐. 시간제로 안 갈 거면 나가라는 건데, 이럴 거면 차라리 도급으로 그대로 두는 편이 나았다”고 하소연했다.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산불 결국 지리산까지…사상자 52명 역대 최다
이진숙, EBS 사장에 ‘사랑하는 후배 신동호’ 임명…노사 반발
항소심 무죄 뒤 안동 산불 대피소 찾은 이재명…“최선 다해 복구”
한국 산불, 나사 위성에 찍혔다…불길 따라 선명한 연기
결국 지리산국립공원 옮겨붙은 산불…“불길 잡기 어려워”
‘아들이 세 여자를 강간했다’…가해자 어머니 열연 김선영
‘20대 혜은이’의 귀환, 논산 딸기축제로 홍보대사 데뷔
비나이다, 비루한 이 땅에 비를 [그림판]
투잡 라이더 싱크홀 참변…25년 지인 “누구보다 성실히 산 사람”
‘입시비리’ 혐의 조민, 항소심서 “공소권 남용”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