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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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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사의, 두 번의 반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진퇴 논란
등록 2013-10-01 14:13 수정 2020-05-03 04:27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진퇴를 둘러싼 ‘핑퐁게임’이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축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인지, 복지 공약이 무력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항의성 또는 체념성 사표인지를 놓고 여러 설이 분분하다. 어느 쪽이든 주무 장관이 기초연금 공약으로 인한 갈등으로 물러나려는 모양새가 됐다.
핑퐁게임은 방식과 시기 면에서 보기 드문 양상으로 전개됐다. 지난 9월22일 사퇴설이 보도되자 진 장관은 9월24일 출장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공약 후퇴 책임에 따른 사퇴 이야기는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9월25일 새벽에 귀국해 “장관으로서 무력감을 느껴서 그만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진 장관을 만난 정홍원 국무총리가 “없던 일로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가라앉는 듯했다. 박 대통령이 공약 축소를 공식화한 9월26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뒤 진 장관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사퇴 의사를 다시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론에 공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이를 즉각 반려했다.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장관을 대통령이 붙잡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공약 축소에 대해 사과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는 와중에 청와대가 마련한 기초연금안에 큰 문제가 있는 거로 비치게 된 것이다.
진 장관은 3선 의원(서울 용산)으로,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정책을 총괄했다. 경제 부처에 판판이 밀리는 복지부 장관의 무력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박 대통령이 받을 배신감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진 장관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 참여하지 않아 ‘친박’에서 배제됐다가 지난해 총선 뒤 이한구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나설 때 박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서 ‘돌박’한 뒤 승승장구한 ‘실세 장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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