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민혁(54·가명)씨는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검색했다. 직장생활 17년, 개인사업을 6년간 하다가 경제적 부담 탓에 절박함으로 시작한 구직 활동이었다. 클릭 몇 번으로 이력서를 보낼 수 있는 기업은 많았지만 좀처럼 ‘서류 통과’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답답함만 커졌다.
노사발전재단 전직지원센터(현 중장년 일자리지원센터)에서 컨설 턴트를 제안해왔을 때 양씨는 마치 직장에 취업한 것처럼 기뻤다. 컨 설턴트는 이력서를 고쳐주며 우편으로 입사지원서를 접수하라고 조 언했다. 하지만 우편 발송 비용이 부담스러워 양씨는 또다시 인터넷 에 매달렸다. 눈높이를 낮춰 여러 기업에 지원했지만 역시 아무런 연 락을 받지 못했다. 컨설턴트의 추천으로 ‘중견전문인력 재도약 프로 그램’을 수강했을 때다. 의 저자 이병철 시너지컨 설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경력자를 구하는 기업은 어떻게 채용합니까? 먼저 회사 안에서 찾아보고, 아는 사람을 통해 추천을 받습니다. 임원급이라면 헤드 헌팅 회사에, 낮은 직종이면 인력파견업체에 도움을 받지요. 아니면 미리 받아놓은 이력서를 살펴봅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마지막에 내는 게 인터넷 채용공고입니다. 인터넷에만 매달려서는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50대 재취업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을 찾아 채용공고가 없더라도 인사담당자에게 먼저 연 락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발 먼저 채용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타깃마케팅’입니다. 거절당할까 걱정스러운 마음만 벗어던지 면 최단기간에 맞춤형 채용정보,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입 니다.”
양씨는 재취업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우선 대한상공회의소 비즈 니스 정보 사이트 ‘코참비즈’에 가입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기업 리 스트를 뽑았다. 그중 우수 기업 9곳을 골라 대표이사 앞으로 ‘재취업 을 원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물론 경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동봉했다. 3곳에서 곧바로 연락이 왔다. 당장 채용할 계획은 없지만 만나보고 싶다는 거였다. 몇 달간 기다리 던 면접 기회가 그렇게 굴러들어왔다. 양씨는 면접에서 “경력은 현재 를 팔고 신입은 미래를 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바로 일할 수 있는 ‘베테랑’임을 강조하려는 전략이었다. 양씨는 재취업에 성공했다.
중·장년층이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이처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 하다. 신입사원과 똑같은 취업활동으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회사 가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방식,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재취업에서는 구체적인 일정을 짜놓는 게 중요하다. 이병철 대 표는 “재취업은 6개월에 성패가 갈린다”고 말했다. 재취업에 필요한 매뉴얼을 정리했다.
취업활동 사이클을 파악한다취업활동에는 사이클이 있다. 채용이 증가하는 시기는 보통 2~5 월과 9~11월이다. 당연히 기회가 많으면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이 시기에 취업활동을 할 수 없으면 정보 수집 기간을 길게 설정하든지, 미리 헤드헌팅회사에 등록해 시기와 직종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기 다린다.
퇴직 규정 및 고용보험제도를 잘 살펴보자회사의 취업규칙을 보면, 퇴직 절차 및 시기에 관해 규정돼 있다. 이에 맞춰 퇴직 일정을 잡아야 한다. 퇴직금 규정도 미리 파악하자. 딱 하루 빨리 퇴직하는 바람에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긴 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도 가입 기간과 퇴직 사유 등에 따라 지급 내용이 다르거나,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급 자격을 잘 조사해두자.
원만하게 퇴사한다현재 진행 중인 업무는 완전히 처리해야 한다. 업무의 진행 사항이 나 차후 예상되는 문제점 등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도록 문서로 작 성해 남기는 게 좋다. 또 거래처와 신세를 진 사람에게 반드시 인사 장을 쓴다. 퇴직 뒤에도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인간 관계다. 특히 중요한 고객에게는 우편으로 보내는 게 인상적이다. 인 사장은 퇴직 당일, 임박해 쓰지 말고 일주일 정도 여유를 두는 게 바 람직하다.
필요한 최저 자금을 준비하자고용보험의 실업급여는 개인 사유로 퇴사하는 경우에는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업자 신세를 각오하고 그만둘 때는 수입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저축이 필요하다. 이직할 곳이 결정됐더라도 급여일까지는 수입이 없으므로 생활비 지출을 고려한 자금계획을 짜둬야 한다.
정보 네트워크를 다각적으로 넓혀라취업정보는 되도록 폭넓게 많이 수집하자. 정보량이 적으면 회사 를 보는 눈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구인정보지, 신문, 파견회사, 헤드 헌팅회사, 취업알선기관, 인터넷 등 가리지 말고 정보를 찾는다. 옛 회사에서 제공하는 정보, 인맥 등 다각적인 정보 네트워크도 충분히 활용하자. 양민혁씨처럼 ‘나만의 채용정보’를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 면 금상첨화다.
정보 내용을 자세히 체크한다자신의 기준에 따라 수집한 정보를 정리한다. 회사와 업무가 바라 는 것과 내 생각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일차적으로 채용공고에 표기돼 있는 항목을 읽고 전화나 면접 때 확인하는 게 좋다. 같은 ‘영업’이라고 해도 그 스타일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직 종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라 알기 힘들 때도 망설이지 말고 물어 보자. 취업규칙에 정해진 노동시간을 회사에 직접 묻기 꺼려진다면 늦은 시간에 그 회사에 전화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화 문의, 안이하게 생각하지 마라불분명한 점을 묻거나 서류 접수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전화를 하 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인사담당자를 번거롭게 할 수 있으니 매너 를 지켜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 정중히 전화한 용건과 이름을 말 하고 인사담당자와의 연결을 부탁한다. 질문은 미리 정리해 간단히 묻는다. 중요 사항을 전달받을 수 있으니 메모할 준비도 한다. 연령· 경력 등 응모 자격에 관한 질문은 괜찮지만, 급여나 휴일 등 처우에 관한 질문은 피하는 게 좋다. 자칫 나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차별화한 서류가 통과된다인사담당자는 이력서를 평균 5초 본다. 남들과 똑같다면 결코 선택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당신의 이력서에는 제목이 있는가. 자신의 강 점을 찾아 제목으로 뽑는 게 차별화의 첫걸음이다. 인사담당자의 눈길 을 붙잡아 이력서를 다 읽게 만들 수 있다. 그다음 고객인 인사담당자 의 입장에서 작성해야 한다. 기업에서 어떤 인재를 뽑고 싶어 하는지에 맞춰 자신의 경력을 설명하는 맞춤형 이력서가 서류 통과의 노하우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라면접 때 반드시 묻는 게 퇴직 이유, 지원 동기, 전 직장에서의 업무 내용 등 세 가지다. 각 질문에는 의미가 있다. 퇴직 이유는 전 직장에 서 무슨 문제를 일으킨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질문이다. 지원 동기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알아보는 질문이다. 전 직장에서의 업무 내용은,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묻는다. 예상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참고 문헌 (이병철·2012), (노사발전재단·2012)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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