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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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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일 줘야 청년층 부담 던다”

‘인생이모작지원센터’ 개관한 서울시 이충열 복지정책관… “경로당도 못 가는 50~60대를 모두 산으로 내몰 건가”
등록 2013-08-10 08:40 수정 2020-05-03 04:27
탁기형

탁기형

“50~60대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충열 서울시 복지정책관 (사진)은 지난 2월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개관한 이유를 이렇 게 설명했다. “70~80대는 노인복지관, 경로당이라도 있지만 50~60 대는 사회관계가 끊어지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외로운 ‘등산족’으 로 변해가고 있다. 새로운 노년층이 배우고 즐기며 공동체를 형성할 공간이 절실하다.”

서울시 노인정책의 차별성이 무엇인가.

우리나라 노인정책은 ‘남은 인생 편안히’에 머문다. 요양원 증설, 실버타운 조성, 독거 어르신 돌봄 서비스, 경로당·노인회 지원 확대 등 보호 대상인 어르신의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다. 보호·지원 정책이 필요하지만 초고령화 사회가 초래할 사회·경 제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변해야 한다. 고령인구 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지원하고 대상도 50대 퇴직자까지 넓혀야 한 다. 새로운 노년층의 제2인생을 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지원할 계 획이다. 앞으로 고령인구가 지역사회의 보호를 받는 세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세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 10월30일 ‘행복한 노년 인생이모작 도시, 서울 어르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노인정책 대상을 50대까지 확대해 연 령·소득수준·건강 등 다변화하고 있는 노인계층의 수요에 어울리는 ‘맞춤형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다. △제2인생 설계 지원 △맞춤형 일 자리 △건강한 노후 △살기 편한 환경 △활기찬 여가문화 △존중과 세대통합 등 6개 분야 35개 정책으로 구성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게 현실인데, 노인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내나.

최대한 개인별 능력에 맞는 일자리, 안정적·자립적 노후생활을 보 장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 다. 지난 6월 수행적합성, 진입가능성, 공급안전성 등을 기준으로 어 르신 적합업종 76개를 발표했다. 그중 44개는 서울시가 발굴한 새로 운 직종이다(60~61쪽 참조). 노령층을 위한 공공 일자리도 계속 늘 려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688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4만 개의 공공 일자리를 제공했다. 실질적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기간을 7개월에서 9개월로 늘렸다.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노인 일자리 수가 18만6천 개나 된다. 수 치상으론 많아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노인은 하루 4시간 기준으로 한 달에 열흘 일하고 20만원 정도 받는다. 이런 일자 리가 청년 취업에 영향을 미치겠는가? 오히려 노인 일자리 창출은 여 러 가지로 긍정적이다. 노인이 겪는 역할 상실, 고독과 소외감 같은 정신적 문제에 도움이 된다. 일로 빈곤 문제도, 건강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의료비 등 노인 부양 비용이 줄면 국가 재정의 절감 효과도 생긴다.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오히려 청년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덜어주는 일이다.

10년 후에는 젊은이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연구가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25∼49살 핵심생산가능인구의 노년부양비가 2013년 31%에서 2023년 52%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년부양 비란 65살 이상 고령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비율이다. 올해 25∼ 49살 인구는 100명당 31명의 고령자를 부양하면 되지만 2023년이 되 면 100명당 52명, 즉 젊은이 2명당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 다. 생산가능인구를 15∼64살로 보는 통계청 수치를 보더라도 노년부 양비는 2020년 22.1%, 2030년 38.6%, 2040년 57.2%로 치솟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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