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고 싶은 회사의 채용 시스템을 안다는 것은 바로 문제의 정답지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면접관의 질문 기법을 알아두는 게 당연히 취업희망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채용박람회에서 면접 이미지 연출법을 배우는 모습.한겨레 김정효
한국남부발전은 올해 초 채용 전문면접관을 공모해 교육하고 테스트를 거쳐 21명을 발령 냈다. 공모에 지원한 직원 가운데 3분의 1만 면접관의 타이틀을 얻었다. 직급은 사원급부터 임원급까지 다양하다. 특히 면접관은 자질과 요건을 배운 뒤 모의면접이라는 실습 과정을 밟았다. 다른 면접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원자 역할을 맡을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개 면접을 한 것이다. 모의면접이 끝나고 대학생과 면접관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자신의 오류를 고쳐나갔다. 최대권 인사팀 차장은 “처음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이나 사람을 보는 노하우가 단순한 교육으로 생겨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원자의 훈련된 답변을 변별하고 직무 역량을 파악하는 면접 기술을 교육받은 뒤에는 그 필요성과 효과에 대부분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용컨설팅 회사인 시너지컨설팅 이병철 대표는 기존 면접을 “선배의 오류를 반복하는 연쇄 악순환”이라고 표현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면접관의 느낌과 경험으로만 주먹구구식으로 면접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지원자는 채용 방법을 철저히 공부하며 면접에 대처하고 있는데, 정작 회사는 어떤 변화도 주지 않고 예전부터 선배들이 해오던 방식을 고집한다. ‘채용의 오류’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기업이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는 셈이다.” 신입사원을 채용해 정년까지 계속 고용하면 인건비가 무려 23억4천만원(2011년 중소기업 평균 연봉 기준)이나 든다. 만일 채용에 실패해 모처럼 뽑은 신입·경력 사원이 곧바로 그만두면 기존 사원의 사기도 급격히 떨어진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어쩌면 좋지 않은 회사이거나 미래가 없는 회사가 아닐까?’라는 회의가 몰려오는 탓이다.
반복되는 악순환에서 탈출하려면 우선 면접관을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그리고 다수의 지원자를 여러 차례 심층면접해야 한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의 면접 시간은 평균 8분인 데 비해 외국 기업은 2시간이 넘는다.
특히 요즘 지원자는 예측 가능한 수많은 상황을 대비한 ‘베테랑’이라서 감춰진 본심을 드러내는 면접기법이 절실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우리 회사에 왜 입사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는 훈련된 답변만 얻는다. 이럴 때는 자사와 비슷한 회사의 예를 들어 질문하는 게 좋다.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식으로 묻고 상대에게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한다. 그러면 지원자는 경계심을 풀고 별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답변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회사에 대한 지원자의 감정과 사고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직무 역량 질문은 과거 행동에 맞춰져야 한다. 지원자의 과거 행동을 앎으로써 그의 미래 업적을 판단하는 게 면접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변하지 않아서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은 동일한 행동을 앞으로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지원자의 성공 사례를 풀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해주십시오’라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핵심은 ‘~했을 때의 일’이다. 특정한 사건의 특정한 순간을 끄집어내도록 한다. 무언가를 잘 해냈다고 꾸며내는 것은 간단하다. 하지만 면접관이 ‘먼저, 맨 처음에 무엇을 했는가’ ‘다음에 무엇을 했는가’ ‘그 밖에 무엇을 했는가’라고 추가 반복 질문을 쏟아내면 진짜 경험과 가짜 경험을 변별할 수 있다. ‘5년 뒤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뻔한 질문으로는 절대 알아낼 수 없는 지원자의 참모습이 그렇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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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방법이 바뀌면 이직률이 떨어진다.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뿐 아니라 기존 사원의 충성도까지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김정기 오리온 인재경영팀장의 설명이다.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면밀히 검토한 면접관이 맞춤 질문을 던지니까 지원자들이 ‘이 회사는 나를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원을 존중하는 기업 이미지가 뿌리내리면서 이직률이 개선됐다.” 편의점 점포 1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기존 사원의 마음가짐 변화를 들려줬다. “회사의 비전, 경영목표, 인재상을 면접교육을 받으며 다시 공유하니까 첫 마음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나는 우리 회사에 어울리는 인재상인가’ 되돌아보며 직장생활을 다잡게 된다.”(신종호 HR팀 대리)
채용하지 않은 지원자에게도 긍정적 기업 이미지를 남기는 게 또 다른 과제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서는 채용 인원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많은 인원이 불합격한다. 바로 그들이 어떤 형태로든 회사의 ‘고객’이 된다. 이 고객은 면접관의 태도로 기업 이미지를 결정한다. 헤드헌팅 전문회사 ‘HRKorea’가 이직자 26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98%가 ‘면접관의 태도가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최대권 인사팀 차장은 “기업과 지원자가 처음 대면하는 자리가 면접이다. 따라서 면접관은 기업의 얼굴이며 지원자, 특히 잠재적 고객을 상대하는 홍보대사다”라고 말했다. 면접을 ‘마케팅 장소’라고 인사 담당자들이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면접관은 ‘갑질’을 일삼아서도, 비굴해서도 안 된다. 지원자들은 자신이 일할 조직의 사람들이 강하고 의지할 수 있으며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기 바라니까 말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회사가 합격자를 선택하듯이 지원자도 회사를 선택한다. 특히 최상의 인재 1%는 회사를 골라 가는 역면접 현상도 자주 나타난다. 면접관이 결례를 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이런 인재를 놓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영업직에 지원한 박수현(31·가명)씨의 말이다. “면접관이 업무가 힘든데 버틸 수 있겠느냐, 주말에 제대로 못 쉰다고 계속 회사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강조했다. 6개월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음 굳게 먹으라는 뜻이었겠지만 심한 부담감을 느꼈다. 합격했지만 입사를 포기했다.” 대기업에 합격한 지방대 출신 송지영(26·가명)씨도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복수 합격한 중견기업을 선택할까 망설였다. “‘○○대에서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영광인 거 알고 있지?’ 라던 면접관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면접에서도 대놓고 지방대를 차별하는데 입사하면 오죽하랴 싶었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B급이면 B급 이상의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역량을 면접관이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의미다. 그만큼 탁월한 자질과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편안한 모습이 필요하다. 지원자가 긴장을 풀고 편안함을 느끼도록 배려하는 작은 친절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둘째, 심리적 안정감도 중요하다. 면접관이 안정돼야 지원자도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질문할 때 적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격양된 반응이나 표현은 삼가야 한다. 셋째, 균형 있는 인내심을 빼놓을 수 없다. 지원자의 장황한 답변은 적절한 방법으로 제재하되 신경질적인 반응은 금물이다. 지원자가 퇴장하는 중에 혼자서 또는 다른 면접관과 얘기하는 것도 부정적 이미지를 남긴다. 넷째, 예리한 관찰력이다. 면접관은 말하는 게 아니라 말을 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원자의 답변, 표정, 어투, 어조 등 중요한 단서를 포착해야 한다. 다섯째, 객관적 분석력이 뒤따라야 한다. 관찰하고 찾아낸 결과를 정확하게 표현함은 물론 객관적 시각에서 평가·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면접 중 의견이 달라도 수용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면접관은 누구라도 될 수 있다.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까닭이다. 프로 면접관들의 공통점이 긴 시간에 걸쳐 채용·면접 실무를 맡아 경력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간이나 조직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유연성을 개발한 결과다. 면접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이유이기도 하다. “채용 원칙이 바로 서야 좋은 인재가 모인다. 그리고 인재경영이 흑자냐 적자냐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결정된다.”(이병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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