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9일은 일곱 번째 맞는 사회복지사의 날이었다. 그러나 이날 사회복지사들은 왼쪽 가슴에 환한 꽃 대신 검은 리본을 달았다. 올해 초 경기도 용인·성남, 울산 등 3곳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한 달 간격으로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 사회복지사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3월28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공공·민간 영역 사회복지사와 전문가를 한자리에 불러 사회복지사의 자살 현상을 진단하는 긴급 좌담회를 했다. 이날 서울 한강로3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좌담회에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모임인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복 서울 용산구 청파동 주민생활지원팀장과 서울 노원구 상계3·4동 주민생활지원팀의 하재홍 주무관이 참석했다. 민간 영역 사회복지사를 대표해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의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김연은 관장이, 전문가로는 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연구실장이 나섰다. 좌담회 진행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인적자원연구소장인 이기영 부산대 사회복지학과가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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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이하 이) 올해 초부터 잇따라 벌어진 사회복지사의 자살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사회복지의 각 영역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심경은 어떠한가.
강혜규(이하 강) 1987년 사회복지전문요원 제도가 생기고, 1990년대 말 사회복지사 신분이 별정직 공무원에서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의 여건도 안정적으로 바뀌어야 했는데, 변화가 더뎌지면서 더 나빠진 듯하다. 여러 가지로 참담한 심경이다. 결국 누적된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행정부·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세 주체가 사회복지사의 여건 개선에 대한 협력과 공감을 하는 게 중요하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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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복(이하 김) 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개편하자는 이야기는 늘 나온다. 정권마다 사회복지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이 늘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사무소 사업(1990년대 중반), 시·군·구 주민생활지원 행정 개편(2006~2007년)이 있었고, 2010년에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구축했다. 최근엔 희망복지지원단이 생겼다. 그런데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있다. 행정직 공무원은 줄고 사회복지직은 늘어난다고 하는데 결국 실무 인력은 큰 변화가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이런 현실이 이번 자살 사건으로 귀결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
하재홍(이하 하) 지난 3월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울산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날 짓누르는 조직과 질서 앞에 지난 2명의 죽음을 자신들이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스트레스를 외부에서 인정해주지 않자 죽음으로 표출한 거라고 본다. 사회복지사가 부족해 복지정책 집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른바 ‘깔때기 효과’(복지깔때기론)는 이미 오래전 전문가와 현장 종사자들이 지적했다. 그러나 해결이 되지 않고 악화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경력이 쌓이면 실무자에서 관리직으로 빠진다. 실제로 내가 일하는 지역은 인력 충원이 어느 정도 된 상태라서 울산처럼 힘들진 않다.
강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사회복지직 공무원과 사회복지 업무를 하는 행정직 모두 ‘사회복지 담당’이라고 분류한다. 2011년에 충원 계획을 세울 때 자료를 보면 이들이 읍·면·동마다 평균 3명 정도 있다고 나온다. 그런데 ‘평균 3명’은 더 많거나 홀로 일하는 곳도 있다 는 뜻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충원하면 행정직을 빼는 경우도 많다. 전국에 2060개 동이 있는데 이 가운데 60%가 1명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얼마나 확충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직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김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함께 팀을 꾸려 일하면 어려움이 있을 때 서로 격려·위로해줄 수 있다. 그런데 행정직이 주민생활지원팀장을 맡으면 극단적으로 무관심한 경우가 있다. 거친 민원인에 대해 행정직 중간관리자로서 잘 대처해주면 좋겠지만,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과중한 업무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인식의 차이가 크다. 적어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서울처럼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주민생활팀장을 맡아 현장 공무원의 언로를 틔워줬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을 보면 울산은 기본 지식도 습득하지 못한 직원이 업무가 과중되자 무기력·자괴감에 빠진 듯하다. 나도 25년 동안 일했지만 공무원 조직 안에서는 ‘너희가 선택했으니까 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성남시의 공무원 자살 사례를 보면 적어도 과장급 고참이 있었더라면 구청장·동장과 면담해 사고를 예방하는 대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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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간 영역 사회복지사들은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업무 과중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김연은(이하 연)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6천 명이지만 자살자는 1만5천 명을 넘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10명 중 1명은 최근 1년 동안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의 경우도 이보다 낮지는 않을 거다. 세상을 떠난 3명의 공무원 모두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지만, 주변에서 얼마나 이들이 힘든 것을 공감했을까. 자살 전에는 여러 번 신호를 보내기 마련인데 이를 알아채지 못한 건 폐쇄적인 공무원 문화 탓이다. 또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이직 등 다른 진로를 찾기 어렵다. 민간 영역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민간 영역도 힘들지만 여기서 견디기 힘들면 그만두고 이직하면 된다는 퇴로가 있다. 그런데 공무원은 이 직업이 아니면 끝이다, 막다른 길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실습을 나온 대학생 35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100%가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지망했다. 공무원이니 일이 편하고 안정적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오면 업무 강도가 엄청나다. 1년 미만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간 영역의 사회복지사들은 실습·인턴십을 하며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는 과정을 겪지만 공무원은 그런 과정 없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지만 본다.
김 공무원 조직 안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전문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지만, 나도 별정직 공무원으로 사회복지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예산을 잘 따거나 기획을 잘하는 행정적 역량을 더 평가한다. 거의 행정직 공무원의 잣대로 평가받는다.
강 동감한다. 최근 복지 프로그램이 많아졌는데, 그만큼 사회복지직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일도 많아졌다. 자산 상태를 파악하고,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주민들을 잘 파악해서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해야 한다. 한 사람이 생각할 게 너무 많다. 양적 변화뿐만 아니라 직무 유형이 너무 넓어졌다. 외부에서는 이런 실태를 모르고 원스톱 서비스가 좋은 게 아니냐고 말한다. 문제는 그 일을 하는 공무원이 한두 명뿐이라는 점이다. 적정 규모의 인력을 충원하려면 복지기관을 규모화해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주민자치센터 등의 기관을 합쳐 규모화해 팀장도 뽑고 구조와 위계를 갖춰서 복지 업무를 해야 한다.
이 그렇다면 대안은 뭐가 있을까. 중앙정부에서는 13개 부처의 292개 복지 프로그램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담당하는 복지전달 체계를 만들려 한다. 그러나 최말단 주민자치센터에서는 그 구조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얼마 전 복지청을 세우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고통스럽지 않게 일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김 늘 인력 문제다. ‘총액인건비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 행정직을 뺀 자리에 신규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충원했다. 사회복지직 인력을 충원하면 3년 동안 인건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해준다. 그런데 3년 뒤에는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방자치단체는 인력 충원을 보류하려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장 사회복지사가 고질적인 민원인이 휘두르는 폭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자체 감사 제도도 필요하다. 현장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범정부적으로 안정적으로 처리해주는 체계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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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최근 우리 복지관에서 7년 동안 일한 민간 사회복지사 3명이 일을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다. 과거에는 사회복지사에게 소명의식을 강조했는데, 지금 민간 사회복지사에게 그런 걸 강요하기는 힘들다. 전문직으로 대우받고 싶어 하는데 현실은 어렵다. 민간 영역의 복지가 공공 영역과 함께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무가 과중한 민간 영역에서도 대안이 필요하다. 남성 사회복지사가 일이 힘들다고 운다. 계속 야근하면서 고충을 토로한다. 앞으로 사회복지 영역에서 적정 인력을 유지하려면 현장에 필요한 표준 인력을 산출해봐야 한다.
하 박근혜 정부는 고용복지 연계, 맞춤형 개별복지로 가겠다고 한다. 결국 국민기초생활법 체계를 포기하겠다는 거다. 이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을 좀 봐야 한다. 고용복지 연계 복지서비스는 과거 실패한 보건복지서비스를 떠올리게 한다. 천천히 한국형 사회복지 모델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이끌어야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걸 내놓는 건 아니다.
김 정권이 자신만의 복지 색깔을 낸다면 외형적인 부분보다는 내부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계산하는 통 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대학입시 정책이 매번 바뀌어 혼란을 주는데, 25년 동안 일하면서 늘 사회복지 영역은 과도기란 말을 쓰고 있다.
이 이제는 사회복지사에게도 복지 재분배가 필요하다. 사람을 위한 복지가 이를 제공하는 사람조차 보호해주지 못하면 그건 복지가 아니다. 이렇게 가면 사회에서 고통받는 소외계층으로 사회복지사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리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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