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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할까?

당·청의 긴밀한 협력 내세우지만, 인사와 정부 개편에서 일방통행으로 판명된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
등록 2013-02-24 16:31 수정 2020-05-02 04:27

박근혜 당선인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05~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4대 개혁 법안에 반발해 127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을 이끌고 거리로 나가 53일 동안 장외투쟁을 한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엔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밀어붙이려던 세종시 수정안을 불발시킨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큰 틀의 협력 관계는 유지돼, 이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재도입 이후 처음으로 임기 말 집권여당을 탈당하지 않는 기록을 남겼다. 여야를 넘나들며 15년 동안 여의도 정치를 직접 체험한 박 당선인이 당·청 관계 및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2월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2월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견제자 없이 허약한 새누리당

당·청 관계의 우위는 늘 대통령이 차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왕적 총재로 군림하지 않겠다”며 당·청 분리를 선언했다. 취지는 좋았지만 실패했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소통이 사라졌고, 여당은 국정에서 소외됐다. 노 대통령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등으로 당·청 관계는 갈등 일로를 걸었고, 이는 국정운영 불신으로 이어졌다. ‘여의도 경험’이 없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취임 즈음에 ‘당·청 일치’를 내세웠는데,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당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친박계의 반발을 샀고, 총선 결과 당의 권력이 친박계로 넘어가며 당·청 관계는 다소 소원해졌다. 그러나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의 뜻을 대체로 따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 박 당선인의 측근들은 “당·청 관계는 3권 분립 정신이 존중되는 가운데 유기적이고 원활한 협조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법안이든 예산이든 청와대가 뭔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여당에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다양한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일방통행식의 청와대 우위가 관철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밀봉 인사, 정부조직 개편안 일방 발표 등 징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인사 검증뿐 아니라 정부조직법 개정안, 민생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2월6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는 3시간 동안 한마디 토론 없이 박 당선인의 ‘말씀’과 외부 인사 특강만으로 끝났다. 조순형 전 의원은 “박 당선인이 당 대표일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새누리당은 주요 현안에서 박 당선인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안에 이 대통령 시절 박근혜 의원처럼 견제의 힘을 가진 이가 없고, 결국 새누리당이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박 당선인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전 의원이 4월 부산 영도 재선거에서 국회 복귀에 성공해 당을 이끌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야당도 대통령이 하라면 해야?

야당과의 관계도 벌써부터 삐거덕대고 있다. 2월7일 ‘북핵 관련 3자 긴급회의’에서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국정 동반자임을 확인”하고 “국정 전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위해 여야 간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합의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원안 고수’만 외치는 박 당선인의 태도는 이런 합의를 무색하게 한다. 대통령이 하라면 여든 야든 하라는 것인가?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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