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함께했다”는 말로 인터뷰를 열고 닫았다. 강병기 전 경남 정무부지사의 인품을 칭찬하는 말이 여러 취재원들로부터 나왔다.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는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함께 눈물과 웃음을 나눈 사이다. 그러나 13석을 가진 원내 제3당의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두 남자는 처음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당내 갈등 해결, 이석기·김재연 의원 처리, 노선과 가치 등 여러 쟁점에서 강병기 전 부지사는 강기갑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왜 당 대표가 돼야 하는가.
=사태가 터지고 나서 이른바 신당권파와 구당권파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대결 상태를 유지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대립의 양 당사자가 나와서 선거에서 부딪치고 한쪽이 이기고 그런 식으로 가면 당이 어떤 지경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수습할 수 있는 중립지대에서 나와서 당을 수습하고 혁신 과제를 수행해야만 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
-초기에 언론 등에서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언제 출마를 결심했나.
=내 결심보다 부산·울산·경남 100인 선언이 결정적이다. (부·울·경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이석기 의원 사퇴와 갈등 해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고두고 보다가 이러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중재안을 마련해 양쪽(당권파와 혁신비대위 쪽)에 제안하고 시도해봤는데 양쪽이 자기 갈 길을 가더라.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강기갑 위원장은 당을 혁신하려면 자신이 당선돼야 한다는데.
=강기갑 위원장과 30년을 같이해와서 그분의 장점을 잘 안다. 불행하게도 강 위원장마저 혁신비대위 과정을 거치며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대결의 한 축, 중심이 돼버렸다. 강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어느 한쪽을 잘라내지 않으면 수습을 못하게 된다. 그러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외려 내가 강 위원장보다 당을 더 잘 이끌 수 있다.
-이정희 전 대표가 출마를 권유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정희 전 대표가 의원 활동을 하며 2010년 이후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사태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고 통화도 못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선 가능성과 판세는 어떻게 예측하나.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빙이다. 이렇게 보는 근거는, 당권파들이 명시적으로 나를 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그럴 마음도 없을 것이고. 그러나 막상 투표하게 되면 현재 극단의 대립을 하고 있어서 (당권파가) 강 위원장에게 표를 줄 확률은 높지 않다. 또한 이번에 모바일투표를 하도록 되어 있다. 정파 선거니 뭐니 하지만 거기서 벗어난 중립 당원들이 있다. 그분들 마음을 누가 사느냐가 이 선거의 관건일 거다. 어느 쪽도 장담하기 어렵다.
-라디오에서 “그런 걸(당권파 지지) 구걸한 적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분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석기·김재연 의원 사퇴 불가 태도다. 그런데 나와 선거운동하는 부·울·경 당원 동지들은 자진 사퇴로 풀어내는 게 맞다는 쪽이다. 이 점이 다르고, 앞으로 당 대표가 되면 당을 운영하는 데도 그분들이 우리와 함께할 영역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분들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거래를 하거나 그럴 생각도 없고, 그분들도 판단을 자기 기준에서 할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드러날지 알 수 없다.
-당 대표가 되면 현재 진행 중인 이석기·김재연 당기위 출당 절차에 대해 어떤 조처를 내릴 것인가.
=애초 우리는 혁신비대위가 마지막까지 정치적 해결, 즉 자진 사퇴를 통해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는 견해였는데 혁신비대위가 (설득에) 실패했다. 그분들이 자진 사퇴를 못하겠다고 한 이유는, 1차 진상조사위 결과를 승복할 수 없으니 다시 조사해서 책임질 게 있으면 명백하게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중앙위에서 진상조사위 특위를 꾸릴 것을 결정한 바 있다. 자진 사퇴를 마지막까지 설득해서 2차 진상조사위 결과와 상관없이 설득을 받았다면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안 갔을 텐데 곧바로 제명 절차로 넘어가버린 것이다. 나는 이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 2차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고 이달 말 발표하겠다니 그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독립기구인 당기위 절차는 절차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2차 조사 결과에서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무슨 대책이 있는가.
=2차 진상조사 결과를 예단해서 당 대표 후보로 나온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2차 진상조사에 암묵적 압박이 될 수 있다.
-1차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한 견해는.
=보고서 자체의 내용은 내가 전문가가 아니고 진상조사에 참여하지 않아 모르지만 그 발표 이후 수많은 논쟁있었다. 당권파에서 하나하나 반박을 했고 거기에 재반박이 있었고 논쟁이 남았다. 1차 진상조사 결과가 논쟁거리 없이 완벽했다면 2차 진상조사까지 안 갔다. 시빗거리가 남아 있다.
-부·울·경 진보 벨트에서 4·11 총선 때 통합진보당이 실패했다. 진보 분열을 실패 이유로 꼽는 견해가 있다. 부·울·경의 유력한 진보정치인이자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서 부·울·경 총선 패배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부·울·경 전체의 총선 평가를 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결과적으로 진보 진영이 창원·울산 등에서 다 실패했다. 나를 포함한 부·울·경 동지들은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명확한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부·울·경에서) 성과를 냈다면 당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는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
-새로나기특위 쇄신안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지금 통합진보당이 부실·부정경선 문제로 출발해 종북 논쟁의 한복판에서 사상 검증당하듯 위기에 서 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혁신비대위에서 새로나기특위를 꾸리고 종북 논쟁에 불을 지피는 식으로 발표를 했다. 우리 당이 지켜야 할 진보정당으로서의 근본적 정체성이나 기본 노선 등이 있는데, 신당권파 쪽에는 그런 것을 허물려는 생각을 가진 분이 많다.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정치 부활에 대한 견해는.
=당을 혁신할 가치 중 하나가 노동중심성이다. 몇 가지 공약이 있다. 가령 노동할당제를 부활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당직에 조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당이 특위 등을 꾸려 독자적 사업을 해야 한다.
-당장 민주통합당에서 야권 연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 연대 전망은.
=통합진보당 사태가 거듭나기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면 야권 연대는 누가 하라 마라 할 문제가 아니고 정권 교체는 야권 전체의 공동 과제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이석기 의원의 애국가 발언 등에 대해 종북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내가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해) “순박하다”고 표현했는데 그게 마치 두둔하는 것처럼 잘못 보도됐다. 여전히 우리 당의 의원이라 조심스럽지만, 정치도 일정한 경험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아직은 좀 순진하다. ‘예민한 시점에 이런 발언을 하면 일파만파가 되겠구나’ 하는 계산이 좀…. 그런 걸 안타깝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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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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