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집단지성 선거운동 시대가 열렸다”

선거법 제93조 1항 한정위헌 결정 뒤 송호창 변호사, ‘2MB18nomA’ 송진용씨, 대학생 최철민씨 생생토크…“후진 법해석 바꾸는 첫 걸음 뗐지만, 바꿔야할 후진 선거법 많다”
등록 2012-01-05 13:52 수정 2020-05-03 04:26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이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를 포함하는 것은 한정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2011년 12월29일 오후 5시, 대학생 최철민씨, 송호창 변호사, 회사원 송진용씨(왼쪽부터)가 서울 재동의 한 카페에서 유권자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이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를 포함하는 것은 한정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2011년 12월29일 오후 5시, 대학생 최철민씨, 송호창 변호사, 회사원 송진용씨(왼쪽부터)가 서울 재동의 한 카페에서 유권자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2년은 ‘선거의 해’다. 20년 만에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같은 해에 뽑는다. 당선이 지상 과제인 정치인들은 자신이 얼마나 국민에게 필요한 ‘자원’인지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이 난장 속에서 유권자는 누가 ‘진짜’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그러려면 정보를 풍부하게 공유하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드러내며,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전선거운동을 막는다며 선거가 치러지기 6개월 전부터 ‘입막음’을 당하는 현실에서 이게 가능한 일일까. 숨통이 조금은 트인 것 같다. 정치적 의사표현 기간과 방식을 규제한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이 포함되는 것은 한정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헌재)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유권자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찾는 ‘첫걸음’일 뿐이다. 은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유자넷)와 함께 유권자의 자유와 권리를 찾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유자넷은 ‘지지·반대의 권리, 정책 호소의 권리, 투표 권유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전국 시민단체 40여 곳의 네트워크다.

과 유자넷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진 직후인 2011년 12월29일 오후 5시, 서울 재동 헌재 근처 한 카페에서 한정위헌을 이끌어낸 이번 헌법소원 사건의 청구인 쪽 대리를 맡은 송호창 변호사, 회사원 송진용(42)씨, 대학생 최철민(25)씨를 만났다. 송 변호사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SNS의 위력’을 체험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송진용씨는 트위터 ‘2MB18nomA’의 주인장으로, ‘대통령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 계정으로의 접속을 차단당했다. 법학을 전공한 최철민씨는 안희정 충남지사 비서실 인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자원봉사 등을 했고 페이스북 활동에 열심이다. 이들은 SNS와 정치, 정치적 의사표현, 유권자의 권리, 그리고 민주주의를 놓고 ‘생생토크’를 벌였다.

사회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갑자기 인터넷 세상이 확 열린 것 같다. 어떻게 보는가.

송호창(이하 송) 2007년 대선 때 BBK 문제 등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뜨거운 쟁점이었다. 그런데 언론이 진실을 알리는 게 아니라 왜곡하니, 분노한 사람들이 상식에 기초해 발언할 방법을 찾게 됐다. 개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유튜브,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해 표현한 거다. 그런 사람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처벌됐다. 이번 결정은 인터넷상의 정당한 의사표현 행위는 적법하다는 점을 인정한 획기적인 결정이다. 개인이 선거 기간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해야 중요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데, 이걸 선거법이 원천적으로 막아온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2007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192명을 모아 헌법소원을 내면서 이 사건이 시작된 건데 4년 만에 이런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벌금을 다 내고 범죄자가 된 상황이다. 재심을 청구할 거다.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지만, 4년 동안 받은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회 헌재가 같은 사안을 두고 불과 2년여 만에 결론을 뒤집었다. 왜 그랬다고 보나.

최철민(이하 최) 졸업 논문을 헌재와 관련해서 썼다. 지금까지의 결정을 보니 국가기관 중에서 국민 여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기관인 것 같더라.

송진용(이하 진용) 환영할 만한 판결이고, 좋은 일이고, 또 그래야 하는 거다. 하지만 나는 ‘선거일 180일 전’이 아닌데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항소심까지 진행하고 있다(송씨는 선거법이 규제하는 ‘선거일 180일 전’이 아닌 2011년 5월 트위터에 한나라당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2년 1월, 늦어도 4·11 총선 뒤엔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

그것도 훨씬 유리하게 될 듯하다. 헌재 결정문에도 180일 이내의 의사표현 행위가 적법하면 그 이전은 훨씬 더 적법하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환영할 만한 판결이고, 좋은 일이고, 또 그래야 하는 거다. 하지만 나는 ‘선거일 180일 전’이 아닌데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항소심까지 진행하고 있다. 2012년 1월, 늦어도 4·11 총선 뒤엔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
송진용 회사원

“김제동 처벌은 관심법”

사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투표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려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방송인 김제동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

(한정위헌 결정이 난 93조1항과) 시점상 차이가 있다(김제동씨는 선거 당일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254조 1항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트위터에 올린 내용도 특정 후보 지지·반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김씨가 누구를 지지하는지는 누구라도 다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사람이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누구를 지지하라는 뜻이다’라는 게 검찰의 논리다. 인과관계가 전혀 맞지 않다. 김씨는 이 결정이 없었어도 혐의가 인정되긴 힘들 거다. 이번 결정은 김씨 행위가 훨씬 더 적법하고, 건강한 시민의 의사표현 방법이었다는 걸 법적으로 공인한 것이다.

사회 박원순 후보 캠프에선 김씨를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

한 번도 우리 편이라고 발언하거나, 그렇게 움직인 적이 없다. 그래서 김씨는 선거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훨씬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우리 멘토들(박 시장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유명인사들) 18명은 지지를 표시한 사람들인데, 김씨는 여기에 들어온 적도 없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한 번도 지지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누구나 다 안다’는 건 지레짐작이다.

유자넷(이하 유) 관심법이다. (모두 웃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사회 지금쯤이면 헌재 결정 소식이 다 알려졌을 텐데, 트위터는 어떤가.

일동 (20초가량 집중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더니) 난리났다. (웃음)

진용 기사를 RT(리트윗·글을 읽어보라고 주소를 남기는 것)하는 사람도 많고. (구체적인 차이점을 모르고) 나한테 무죄라며 축하한다는 사람도 많다.

김제동씨는 어떻게 되냐는 질문이 아주 많다.

그런데 이번 판결이 SNS와 관련해서 뭘 허용해준다는 첫 판결인가. 캠프에 있을 때 선거법을 보니 모든 게 ‘안 된다’여서 당황스러웠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우리와 관련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낀 첫 번째 선거였지만, 선거운동원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의 앞이 모두 가로막혔다. 이젠 SNS를 통해 젊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가능해진 것 같다.

사회 헌재 결정 전에는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요즘말로 쫄았는가.

안 쫄았다. ‘쫄아야 되나?’ 생각은 했다.

그게 그거다. (모두 웃음)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우리와 관련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느낀 첫 번째 선거였지만, 선거운동원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의 앞이 모두 가로막혔다. 이젠 SNS를 통해 젊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가능해진 것 같다.
최철민 대학생

무지한 방송통신심의위원의 후진 질문

사회 송진용씨는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받은 다음에도 적극적으로 글을 썼는가.

진용 글 쓰는 게 오히려 즐거워졌다. ‘껀수’가 생긴 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접속이 차단됐는데, 그게 계정을 폐쇄·삭제하거나 이용정지하는 것과는 다르다. 트위터가 해외 사업자라 최대한으로 규제하는 게 접속 차단인데, 프로필 페이지를 불법 경고창으로 막아놓는 거다. 내가 로그인하고 글을 올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다른 사람들도 보는 데 약간의 제한은 있지만 큰 지장은 없다. 그 부분도 웃기고 황당하지 않은가. 그래서 행정소송을 하고 있다.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선거와 관련해서든 정치적 의사표현과 관련해서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쫄지 않고 하고 있다. 내가 쫄거나 슬퍼하면 다른 사람들도 위축되는 것 같아서 즐겁게 하고 있다. 트위터 친구들에게서 많은 격려를 받고 있다.

트위터에 자생적으로 발생한 ‘명까교’라는 게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까는’ 종교다. ‘교주님’은 외국에 있고, 나는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 웃음) 경찰 추산으로 명까교 신도가 100만 명 정도인데 (모두 폭소) SNS가 커지니까 국가기관은 이걸 규제하고 제재하려고만 한다. 내 트위터 계정이 대통령을 욕한다는 이유만으로 접속이 차단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는데 기각당했다. 그런데 다시 2011년 6월20일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등 19개를 찾아내 접속을 차단하더라. 다시 이의신청을 하니 의견진술을 하러 오라고 해서 2011년 7월21일에 갔다.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이 얼마나 무지한지 말씀드리고 싶다. “어떻게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한꺼번에 운영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 (모두 웃음)

(위원들이) 반공통일위원회인 줄 알고 간 것 아닐까. (모두 웃음)

진용 누구는 아이디를 문제 삼으며 “아버지한테도 욕을 안 하는데, 어떻게 국가의 아버지인 대통령에게 욕을 하느냐”고 하더라. (모두 “대체 누구냐?” “말도 안 된다”며 어이없어 폭소) 어떤 사람은 “욕설은 정치적 견해의 표현이 아니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생각이 외출할 땐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하더라. (모두 폭소)

‘시스루룩’도 있다. (모두 폭소)

검찰도 마찬가지다. 사전선거운동 수사와 관련해서 조사받은 뒤, 검찰이 느닷없이 전화해 ‘중요하고 긴급한 보강 수사’라며 폴로(follow)가 몇 명이냐고 묻더라. 전화기를 던져버릴 뻔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 아니냐. 형식적인 수사라 약간 이해는 되지만, 수준이 그렇다.

선관위나 검찰이 잠잠하다가도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헌재 판결이 사회적 분위기와 유권자들이 원하는 지향을 보여줬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는 두려워하지 않을 듯하다. 정치적 표현은 더욱 늘어날 거다.

490명이 2700명을 이긴 비법

사회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에 SNS 영향이 컸는가.

SNS라는 게 수만∼수십만 명에게 (글을) 쏘는 유명인한테는 방송 개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편리한 자동 문자다. 투표 당일에 캠프에서 어른들은 전화기를 붙들고 왜 투표를 안 하느냐며 설득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SNS에 그냥 올리니까 퍼지는 속도가 다르더라.

박원순 후보가 처음 대중 앞에 나간 게 2011년 9월 말이었다. 그 전날 박 후보가 “남산 산책로를 돌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 같이 할 사람들은 그때 같이 하면 좋겠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몇 시간 뒤 조국 서울대 교수가 그걸 보고 “날씨 좋은 날 나도 같이 하겠다”고 자기 트위터에 올렸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쫙 모여들었다. 주말 아침 10시에 산책을 시작했는데, 모인 사람들이 박 후보와 조 교수의 사진을 찍어서 트위터로 올리니, 그걸 보고 또 사람들이 모여들더라. 딱 하루 전날 박 후보가 산책하러 가자고 올리고, 몇 시간 뒤 조 교수가 같이 가겠다고 올렸는데, 그 다음날 기사가 나왔다. 이건 단순히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일 뿐만 아니라, 기사의 콘텐츠도 생산하는 일이다. 온·오프라인이 결합해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움직인 결과 한두 시간 같이 걸으며 청년들의 어려움이 뭔지, 비정규 도서관 사서들, 구두 수선하는 분들의 어려움이 뭔지 알게 된 거다. 우리는 그걸 반영해서 정책 공약으로 만들었다. 현장에서 문제를 듣고 대안까지 찾는다는 박 시장의 자세는 그날 시작된 거다.

이렇게 조직과 돈으로 승부를 거는 큰 조직이 무조건 이기는 상황을 깰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생겼다는 게 정치적으로 훨씬 더 큰 의미다. 2012년 선거는 더 재밌을 거다. 정당·정치인·선거전문가들이 해온 낡은 방식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자기 자리에서 낼 수 있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많이 낼 거다. 선거조직원이 490여 명밖에 안 된 우리 캠프가 2700여 명인 나경원 후보 캠프를 이긴 건, 인터넷에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출마선언문을 냈을 때, 인터넷에서 누군가 감동적인 음악을 깔고, 스크롤로 글자를 흘러내리게 하고, 박원순의 감동적인 사진을 모아서 홍보 동영상을 만든 뒤 유튜브에 올렸다. 수많은 시민들이 자기 재능을 조금씩 보태 살을 붙이는 집단지성과, 어떤 조직의 전문가가 하는 것은 수준이 다르다.

사회 헌재가 인터넷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규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유권자 운동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온라인상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보장하려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건 중복 규제다. 93조 1항 말고도 정보통신망은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해야 한다. 후보자 비방죄(251조)도 법적으로 처벌하면 비판 기능이 약해지므로 자율 규제를 해야 하고, 해당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 온라인과 관련한 몇 가지 조항, 선거운동 기간 관련 부분 등을 국회가 한꺼번에 손보고, 온·오프라인 모두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과 관련한 규제를 개정해야 한다.

‘비방’과 ‘반대’의 차이도 모호한데다, 비방은 형법으로도 다스릴 수 있다. 게다가 선거법은 선거에 나온 사람을 목적으로 한 법인데, 그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공인 아닌가. 그렇다면 선거법의 비방 대상은 공인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엔 공익성을 더 크게 인정해야 한다. 다른 선거법 조항도 기존 법률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이렇게 조직과 돈으로 승부를 거는 큰 조직이 무조건 이기는 상황을 깰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생겼다는 게 정치적으로 훨씬 더 큰 의미다. 2012년 선거는 더 재밌을 거다. 정당·정치인·선거전문가들이 해온 낡은 방식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자기 자리에서 낼 수 있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많이 낼 거다.
송호창 변호사

“돈 주면 표 준다 여기는 후진 제도 바꿔야”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것 중에 손학규·박근혜와 관련한 인터넷 글이 있다. 선거법의 후보자 비방죄는 ‘대선 후보가 되려는 자’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 결정을 놓고 이젠 SNS로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비방하거나 명예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건 여전히 안 된다. 정말 필요한 비판은 욕설보다, 그 후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거다. 비방이나 허위사실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후보 자질을 정확히 말할 수 있고 더 효과적이다. 맹목적으로 모욕을 주거나 욕설을 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현명한 트위터·인터넷 이용자들은 정확히 뭐가 필요한지 표현할 것이다.

현재 법 제도도 상당히 문제가 많다. 비방을 처벌하는 규정은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에선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으로 욕설하는 것을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없다. 정말 미개한 후진국, 이승만 시대에나 통할 법한 거다. 비방이라는 일본어식 개념, 한국어로는 개념 규정도 안 되는 걸 법에다 넣어놓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시민의식에 자신감이 없다는 거다. 시민들을 1960년대처럼 돈 좀 주면 와서 표를 찍을 거라고 생각하는 관점으로 만든 제도다. 아주 낡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 이제는 국회에서 낡은 제도는 법에서 빼고, 합헌적이고 21세기 시민의식 수준에 맞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정리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