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얄개들’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을 만든 음악가 단편선은 2012년 불현듯 떠오를 인디밴드로 얄개들을 꼽았다. 음악평론가 차우진씨는 “지금 홍대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밴드”라고 했지만 하필 그 이름은 수십 년 전 청춘을 지칭했던 말이다. 2011년 11월 얄개들은 인디어워드에서 ‘이달의 루키’로 선정되기도 했다. 얄개들은 송시호(보컬·베이스), 유완무(기타·보컬) 이경환(기타), 정원진(드럼) 등 20년 지기 동네 친구들이 함께 시작한 밴드다. 얄개들이 뜬다면, 그것은 청춘의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무것도 하지 말자”
얼핏 이 청춘은 간결하고 무심하다. 12월28일 서강대 앞 연습실에서 만난 얄개들 멤버들은 그저 “외국 이름이 싫어서” “우리 사는 꼬라지와 비슷한 것 같아서” ‘얄개들’이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시작했다고 한다. 2011년 9월 첫 음반을 내고 단독공연도 두 차례 열었지만, 각자 레슨하고 아르바이트하고 밤에 모여 연습하는 현실에는 큰 변화가 없다. “너는 새로운 시작이라 했고 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지”()라는 그들의 가사처럼, 지금 청춘과 희망을 결부시키려 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홍익대 앞을 파고든 얄개들의 선동은 이렇다. “그래, 우리 아무것도 하지 말자.” “ 가사를 두고 놈이처럼 살자고 선동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냐면요,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은 다 안 해버린다면 좀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엉터리 같은 생각이오.”(송시호)
한편으로 이 청춘은 치열하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더니 철봉에 등골 빠지도록 매달리는 음반 사진을 싣는 식이다. 꽉 찬 연주는 4명의 기교를 경쟁적으로 드러내다 하나로 흘러간다. 편곡할 때면 4명이 해체 직전까지 치열하게 싸우다 결국 균형을 찾곤 한단다. “트렌드에 함몰되지 않겠다는 의지”()로 요약되는 그들의 음악은 “누구의 뒤도 쉽게 따르지 않겠다”는 야심찬 음악적 다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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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보다 이야기하고 싶어”
서른 살 청춘들에겐 희망도 생계형이다. “우리가 음악으로 먹고살려면 대한민국 대학생이 모두 우리 이름을 알아야 하는데 그런 날이 오려나.”(송시호) “한 획을 긋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유완무) “새로운 음악적 형식 이런 게 아니라 4명이 내는 색깔이 새로운 음악이 됐으면 좋겠어요.”(정원진) “꼭 역전해야 하나요? 혁명을 한다기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이경환)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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