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의 의원을 모두 총살시키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중산층에 속하는 성형외과 의사 알렉산드로(62)에게 경제위기의 해법을 묻자 이런 과격한 대답이 돌아왔다.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시위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저지른 일도 아닌데 왜 우리가 갚아야 하는가? 국고를 탕진한 정치인들이 갚아라!”는 절규가 바로 그것이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조세 징수나 정리해고, 연금 삭감 같은 긴축정책은 그리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과 위기만 확대하고 있다.
트로이카의 목마를 가두고
독일의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기금증액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9월30일에도 아테네 중심가에서는 시위가 이어졌다.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 1천여 명이 세금독촉장을 모아 불사르고 세금징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여름이 끝나자 다시 시작된 시위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위기를 초래한 책임자들을 문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되는 살인적인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고 극단적인 긴축처방을 요구하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재정이 고갈된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과 IMF의 지원금으로 근근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지급하기 어렵다. 따라서 구제금융의 지원금이 끊기면 국가 전체가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주권의 상실”이라는 굴욕을 무릅쓰고서도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라 불리는 유럽연합, IMF, 유럽중앙은행(ECB)에서 파견된 구제금융 실사단까지 수용한 상태다. 그리스 정부와 트로이카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아테네 시내는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자와 공무원,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아나키스트들까지 뒤엉켜 그리스의 위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9월27일에는 시위대가 재무성 입구를 차단한 채 실사단의 출입을 방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면초가에 내몰린 그리스 정부는 세수 증대와 연금 삭감, 공공부문 일자리 정리 등의 긴축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9월27일 의회에서는 부동산특별세 신설법안을 통과시켰다. 주택 보유자에게 가중된 세금을 부과하는 법으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자 퇴직한 공무원 코스타스(72)는 여간 걱정이 아니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아테네시에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하고 있고 밧모섬에 유산으로 받은 집을 한 채 갖고 있다.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줄기 시작한 연금으로 인해 생활고에다 세금까지 가중돼 집을 팔아서라도 부담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집을 팔려고 내놓더라도 경제위기 탓에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판이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리스 정부가 2015년까지 공공부문 일자리 10만 개를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근무자들은 일손을 놓은 상태다. 정부는 유럽재정안정기금 증액으로 한숨을 돌렸다지만 국민에게는 대책 없는 정리해고와 물가 상승, 가중된 세금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스는 경제위기로 촉발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아테네(그리스)=하영식 통신원 willofange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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