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의 감세정책은 무책임의 극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5월19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과 가진 인터뷰에서 “감세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던 여당이 이제 와서 감세 철회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한나라당의 추가 감세 철회 움직임을 뛰어넘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각각 40%와 30%로 높이는 이른바 ‘부자와 대기업 증세안’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이 대표는 “복지 수요 증가와 재정건전성, 조세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대기업과 고소득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민주당도 감세 철회를 넘어 증세 문제에 대해 좀더 분명한 태도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추가 감세와 관련한 한나라당 내의 기류가 복잡하다. ‘소득세·법인세 감면 모두 철회’(새 지도부·소장파)와 ‘법인세 감면 유지·소득세 감면 철회’(친박근혜계), ‘감세 유지’(친이명박계) 등 세 가지 의견이 혼선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처음 추가 감세 철회론이 나온 지 5일 뒤에 법인세 감면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전에 주장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나머지 소득세 감면 철회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정기국회 때도 소득세 감면 철회 관련 의원총회를 추진하다 흐지부지되지 않았나. 민주당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나.
이미 감세 혜택을 받은 고소득층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야 하지 않겠나. 증세대책을 낼 것인지 아닌지 당론을 분명히 해야 한다.
MB의 감세정책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데.
한마디로 무책임의 극치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방재정 문제도 심각하다. 감세가 지방교부세 축소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방재정의 심각성에 대해 물었더니, ‘정부도 땅 판다고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더라.
이 대표는 법인세·소득세 증세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복지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세입은 늘리기 힘들어 증세의 필요성이 높아질 전망이지만, 국민한테 세 부담 증가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국민 동의를 얻으려면 복지를 위한 증세라도 좀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는데.
복지 확대에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각각 의미가 있다. 선별적 복지의 경우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만 400만 명에 달한다. 또 현재의 최저생계비로는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도 210만명에 달한다. 보편적 복지는 국민이 복지 확대를 위해 기꺼이 세금을 더 내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믿음을 줘야 한다.
두 증세 법안을 보면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모두 높이고,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도 더욱 높였는데.
MB 감세를 복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전 세율로 되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고세율을 높여 해결하는 것이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려면 후자의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40%로 높인 것은 2001년 수준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30%로 높인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수준을 고려했다.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1천억원으로 높인 것은 대상 기업을 가급적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구간을 현행 2억원 초과에서 1천억원 초과로 높이는 경우, 해당 법인들은 200여 개에 그친다. 소득세도 최고구간을 현행 8800만원 초과에서 1억2천만원 초과로 높여도, 해당 구간의 납세자는 5만 명에 불과하다.
세입 기반 확충 방안에는 꼭 세금을 늘리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표양성화 등 다른 수단도 있는데.
맞는 얘기다. 우선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4년 전 경제 살리기와 ‘747’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음 대선 공약으로 무엇을 생각하나.
“죽지 말고 함께 살자”가 어떤가? 사람들이 자꾸 죽고 있다. 등록금 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난한 노인, 장애인 아들을 둔 부모가 잇달아 자살을 하고 있다. 국민이 노동과 복지에서 모두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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