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무스타(안녕하세요), 와와이!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들과 당신의 마을을 찾았던 게 벌써 1년이 되었군요. 당신과 마을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평화롭게 삶을 이어가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밭을 일구고, 옷감을 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당신들의 일상은 평화로움 자체였으니까요.
2010년 1월, 보름 동안 이어진 민다나오 평화여행. 그 여정에서 당신의 마을에서 지낸 게 일주일이었지요. 마을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아름답고 색다른 풍경, 삶과 전통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와 그것을 애써 지키려는 부족 사람들, 한국 사람의 눈으로 보면 참 불편한 게 많겠다 싶은데도 늘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아이들은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또래 친구들의 우정을 잊을 수가 없나 봅니다. 마을에서의 마지막 밤. 아이들이 너나없이 다음에도 탈란디그에 오면 좋겠다고 얘기하더군요. 왜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아주 따뜻하고 친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이 평화로워서 자기들도 평화롭게 지냈다는 겁니다. 다시 물었지요. 다른 나라에도 평화로운 곳이 있고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는 곳이 있는데 왜 굳이 여기에 또 오자는 거냐고.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하더군요. “다시 만나고 싶은 정든 친구가 있잖아요!”
하지만 당신의 마을을 직접 찾아보기 전만 하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민다나오는 이랬답니다. 가톨릭 정부군과 무슬림 반군 사이의 오랜 갈등으로 3년에 한 번씩 싸움이 일어나는 아주 위험한 곳, 무슬림과 원주민이 정부를 등에 업은 기독교인과 다국적기업 때문에 삶터에서 쫓겨나고 있는 곳, 오랜 분쟁으로 공동체가 붕괴되고 전통문화의 보존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곳.
내가 민다나오를 처음 찾았던 2008년 가을에도 반군 토벌 작전이 있었지요. 민다나오 전역에서 150여 개 마을, 수십만 명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마을에도 정부군 수십 명이 총을 든 채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군인들에 놀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건 바로 마을 주민들과 군인들의 표정이었습니다. 하나같이 웃음 띤 얼굴이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반군 소탕령이 내려진 와중에도 ‘민다나오 청소년 평화축제’가 마을 평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야 그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군인들이 반군 소탕 작전을 하다 마을 주민을 반군으로 잘못 알아 총격을 한 일이 있었다지요. 그 사태에 대해 중앙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자, 지역 군부대장과 부대원들이 마을을 찾아와서 사과했고요. 당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평화센터를 짓고 있었고, 군인들도 사과의 의미로 평화센터를 짓는 데 힘을 보탰다고 하더군요. 평화센터 짓는 일을 도우면서 군인들은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소박하고 따뜻한지, 마을이 얼마나 평화로운 곳인지 알게 된 거지요. 이후 반군 토벌 작전이 있을 때마다 다른 마을은 소개돼도 당신 마을만큼은 지역 부대장의 보증으로 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게 있었답니다. 평화는 결코 힘이나 구호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말입니다. 그곳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이 평화로울 때, 무엇보다 사람들의 삶이 평화로울 때 진짜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말이지요. 민다나오에는 여전히 분쟁이 끊이지 않고, 적잖은 사람들이 분쟁 때문에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의 마을처럼 민다나오 곳곳에 평화가 깃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 온 이들에게 늘 맑은 미소와 따뜻한 웃음으로 대해준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살라맛(감사합니다)!
제주도에서 당신의 친구, 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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