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연대단체인 ‘국제여성평화서비스’(IWPS) 소속으로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했던 알리아(가명)가 2009년 만났던 팔레스타인 활동가 와엘에게 보내는 편지다. _편집자
와엘,
“웰컴 투 팔레스타인.” 당신이 내게 한 첫 마디는 누구든 팔레스타인에 가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환영의 인사 ‘웰컴’이었죠. 2009년 9월, IWPS에서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기 2주 전이었을 거예요. 나블루스 지역단체 ‘탄윌’을 방문하면서 당신을 처음 만났지요. 팔레스타인에서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활동가를 만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당신은 주민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스라엘 제품 거부운동과 올리브 수확 지원 등 지역운동을 한다고 했죠.
당신을 따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이라크부린이라는 마을에 갔던 때를 기억해요. 그 마을 역시 근처의 수많은 마을들처럼 불법 유대인 점령민들의 폭력에 의해 힘겨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죠. 이스라엘은 점령촌을 건설한다고 마을의 땅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서 여기저기 불법으로 초소를 세워놓았죠. 그곳에서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서안지구의 작은 마을 빌라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보고 토론했죠. 무력으로 자신의 땅을 빼앗고 집을 파괴하고 이웃들을 괴롭히는 ‘점령자들’과 이에 대한 항의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이스라엘군 앞에서 ‘돌을 던질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갔죠. 당신은 ‘돌을 던졌다’는 이유로 체포돼 한창 교육받을 시기를 감옥에서 보내는 청년들의 현실을 가슴 아파했어요. 그래서 그날도 ‘비폭력 직접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토론이 끝난 뒤, 한 청년은 “돌을 던지는 것 말고도 우리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었죠.
제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 된 2009년 12월 첫쨋주, 당신이 집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라크부린 마을의 이장님 말이 기억났죠. “이스라엘 군인이 ‘와엘을 언젠가는 감옥에 처넣을 거야’라고 했어.” 당신은 “늘 듣던 말이야. 잡아 가두는 게 어디 한둘이야?” 하며 웃어넘겼지만, 함께 있던 이들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죠.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 점령하에 누구라도 이스라엘 군인에 의해 다치거나 죽을 수 있고, 누구든 점령민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꼭 활동가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라고 당신이 말했듯이, 팔레스타인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도 알아요. 그리고 치안·행정권이 모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있는 도시 나블루스에서조차 이스라엘 군인들이 밤마다 공격하고 가택침입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한밤중에 당신이 체포되는 모습을 지켜봤을 가족들의 공포와 슬픔이 떠오르니 믿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을 잃은 그들처럼 당신을 아는 우리의 마음속 불빛도 꺼진 것 같은 느낌이었죠.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을 다시 방문했을 때, 쿠퍼콰둠 마을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만난 한 아주머니는 “남편 면회를 가려고 한다”며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서 있었어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답니다. 그 순간 당신이 떠올라 수소문했고 일주일 뒤면 석방된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죠. 한국에 돌아와 당신이 활동을 재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신이 처음 시작한 활동은 올리브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심은 그 올리브 묘목 한 그루 한 그루는 다름 아닌 그 나무가 키울 희망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나무들이 숲을 만들고 그곳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새날이 좀더 가까워질 거라고 믿어요. 그 숲을 만드는 사람들 중 한 명인 당신에게 배운 인사를 전합니다. 앗 살람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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