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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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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고개 숙인 언론자유를 일으켜세우다

[특집] 올해 최고의 판결 유무죄보다 ‘위축’을 바랐던 정권과의 지난한 싸움에서

언론 자유의 손을 들어준 서울중앙지법의 〈PD수첩〉 무죄판결
등록 2010-12-09 15:08 수정 2020-05-03 04:26

조능희(50) PD는 “5분 뒤 직접 전화를 걸겠다”며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 전화가 걸려왔다. 문화방송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이 방송된 지 32개월, 그에게 습관이 하나 생겼다. 중요한 얘기는 굳이 직접 만나서 한다. 급할 때는 공중전화를 쓰거나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이용한다. 누군가 엿들을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그에 대한 검찰의 체포 방침이 떨어지고 압수수색이 임박했을 때 한 정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PD수첩〉 제작진이 공유하는 정보는 우리도 다 듣고 있다고 보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섬뜩했고, 믿기지 않았다.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가 유·무죄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PD수첩〉의 위축, 나아가 언론 자유의 축소를 의도한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거침없이 행동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1심 판사 보수 언론의 뭇매 맞아

» 2008년 4월 광우병 쇠고기를 다룬 문화방송 방송 당시 책임PD였던 조능희 PD(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지난 12월2일 항소심 판결이 나온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일부 방송 내용에 대해 허위라고 판결했다. 착잡한 표정의 이춘근 PD(맨 왼쪽)와 송일준 PD(맨 오른쪽). 한겨레21 김정효

» 2008년 4월 광우병 쇠고기를 다룬 문화방송 방송 당시 책임PD였던 조능희 PD(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지난 12월2일 항소심 판결이 나온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일부 방송 내용에 대해 허위라고 판결했다. 착잡한 표정의 이춘근 PD(맨 왼쪽)와 송일준 PD(맨 오른쪽). 한겨레21 김정효

“청와대가 대포폰을 쓰는 세상 아닙니까.”

그런 일상적 감시를 의식하는 상태가 스트레스가 됐다. “모두가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도 컸고.”

기소된 다른 제작진 모두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선례로 남는다는 생각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수사가 시작된 지 6개월여, 2008년 12월에는 수사를 지휘하던 임수빈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PD수첩〉 제작진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뒤 사의를 밝혔다. 검찰은 오히려 담당자를 달리해 압박 수위를 높혔다. 문화방송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김은희 작가의 전자우편이 공개됐다. 물러설 곳이 없었다. 농성을 어떻게 진행할지, 압수수색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체포된 뒤에는 어떻게 수사에 응할지 등 수사에 관련된 모든 사안을 합의하고 결정했다.

“죄가 없으면 일단 나와서 무죄를 입증하면 되는 것 아니냐.”

출두를 요구할 때마다 들었던 검찰의 논리다. 제작진은 “무죄인 줄 알면서도 무고한 사람들을 법정에 세워 죄인처럼 대하면서 ‘아니면 말고’식으로 괴롭히는 것은 수사 자체로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막대한 탄압”이라고 맞섰다.

지난 1월20일, 1심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는 정운천(56)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하고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PD수첩〉의 조능희(49) 당시 책임PD, 송일준(52)·이춘근(34)·김보슬(32) PD, 김은희(38) 작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은 ‘보도가 허위냐’, 그리고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느냐’ 등 두 가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를 광우병 의심소라고 보도한 점 △인간 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숨진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vCJD’(인간광우병)로 보도한 점 △한국인의 광우병 쇠고기를 먹었을 때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이 높다고 보도한 점 △특정위험물질 보유 30개월 미만 소의 수입 가능성을 보도한 점 등에 대해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PD수첩〉이 30여 군데 고의를 가진 왜곡 번역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은 정부 당국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왔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허위라고 주장한 대목들이 일부 과장이 있더라도 의도적인 왜곡이나 허위가 아니므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PD수첩〉의 보도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충분하고 합리적인 이유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한 비판”이라며 “국민의 생명 및 건강에 관련된 정부 정책이라면 항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정책 감시와 비판 기능의 수행은 언론 보도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파장은 컸다. 1심 판결을 한 문성관 판사는 한 보수 언론으로부터 얼굴이 공개되고 ‘색깔론’이 제기됐다. 보수 언론들은 판사 개인을 두고 ‘국민의 법감정에 반한 판결’이라고 일제히 공격했다. 다만 보수 언론이 국민의 법감정을 앞세웠음에도 당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60.5%가 잘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2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요.”(송일준 PD)

검찰은 곧바로 항고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1심과 증인은 중복됐고, 질문이 반복됐다.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본 제출을 요구했다. 재판부가 직접 나서서 본사를 방문했다. 제작진은 지쳐갔다. 결국 39분 분량의 핵심 부분 영상 원본을 제출하기로 재판부와 합의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해 어머니가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로 언급한 것을 자막에서 ‘vCJD’(인간광우병)로 의도적으로 표기했다고 검찰에서 주장하는 대목이었다.

검찰 쪽 증인도 “〈PD수첩〉 보도 사실과 가깝다”
» 2008년 4월29일 방송된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 2008년 4월29일 방송된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지난 10월7일은 〈PD수첩〉 제작진에게는 선고만큼 의미 있는 날이다. 제출된 원본이 법정에서 공개된 것이다. 보도된 영상과 다를 바 없었다. 이어진 증인신문에서 〈PD수첩〉 쪽 증인으로 참석한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전체 문맥상 vCJD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인간광우병 전문가인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였다. 검찰 쪽 증인이었다. 그런데 김 교수는 검찰 의도와는 달리 “한국인이 광우병에 노출됐을 때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영국·미국 사람보다 광우병에 노출된 소를 먹었을 때 (인간광우병)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PD수첩〉이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방송한 것은 사실과 가깝지 않느냐’는 〈PD수첩〉 변호인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장내는 술렁였다. 〈PD수첩〉의 오류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던 검찰이 오히려 자신의 증인신청으로 〈PD수첩〉의 정확성만을 입증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지난 12월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상훈)의 2심 선고가 있었다. 역시 ‘무죄’였다. 하지만 다음날인 3일 보수 언론이 ‘법원이 광우병 보도를 허위·과장으로 판결했다’고 보도한 것처럼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인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 등 일부 사실에 대해 허위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1심에서는 아레사 빈슨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했고 이 사건이 〈PD수첩〉에 방송될 당시까지는 그에 대한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방송 이후에 실제 사인이 급성 베르니케 뇌병변으로 밝혀졌다고 해도 보도 내용을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한 상태였던 것은 사실이나, 부검 전에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태였고 방송 이후 부검 결과 아레사 빈슨의 사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보도 내용은 허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허위 인정 아쉽지만 언론 자유 확대

또 한국인의 광우병 발병 확률이 높다는 보도에 대해 2심은 국민의 94.3%는 유전자형이 MM형이고 MM형인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유력한 논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광우병 발병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고 MM형인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한다고 해서 100%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므로 보도는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국내 정상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돼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본 것과는 다른 판단이었다. 앞서 2심 재판에서 김용선 교수도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말한 사실이었다.

다우너 소 보도에 대해서도 허위라고 판결했다. 주저앉는 증상이 광우병에 걸린 소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소가 주저앉는 증상의 발생에는 광우병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고, 동영상 속 다우너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허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같은 사실을 두고 1심에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서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는 다른 해석이다.

제작진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송일준 PD는 검찰이 수사 내내 자신의 말실수(‘광우병 소’라고 방송 중 언급한 부분)에 대해 의도적이었다고 문제 삼았던 부분이 떠올랐는지 “검찰이 본질이 아닌 사소한 잘못을 꼬투리 잡으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진행한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조능희 PD는 “2심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면서도 허위 판단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판단을 내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광우병 전문가 그룹은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재판부의 허위 판단이 과학적 사실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과학적 내용을 재판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특히 허위 판단은 그동안 현 정부가 주장하던 바를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매우 정치적인 재판”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광우병 관련 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근거로 허위라고 판결했는지 묻고 싶다”며 “재판부가 검찰의 무리한 주장을 받아들인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제작진이나 광우병 전문가들의 서운함과는 달리, 2심 판결 또한 1심 판결에 이어 무죄라고 판단한 점과 언론의 자유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여전한 의미를 갖는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미국의 도축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과 안전성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방송 내용에 대해 그것이 명예훼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점에서 광우병 편 방송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2월2일 성명을 통해 “비록 방송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소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였으나, 급박한 일정에서 제작진들이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기에 허위사실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전반적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상당 부분 보장하고 정부 정책 비판에 대한 무리한 검찰의 기소에 제동을 걸어 의미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결을 반겼다. ‘올해의 판결’ 심사위원인 임지봉 서강대 교수(헌법학)는 “〈PD수첩〉의 보도가 허위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2심은 아쉬운 판결”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일부 허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허위라는 것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을 사정이 없는 한,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서는 언론보도 자유의 보호 범위를 간접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어 1심에 이어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지친 제작진, 하지만 끝까지 간다

2심이 끝났지만 검찰은 여전히 상고의 뜻을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PD수첩〉 수사와 재판이 이제 3년을 향해가고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촬영·편집했던 김보슬(32) PD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남편은 을 찍은 조준묵 PD다. 그리고 아버지가 세상을 떴다. “선고를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겠죠.” 만삭의 몸으로 6시간이 넘는 재판을 모두 참석했다. 아기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예정일보다 보름 정도 빨리 세상에 나왔다. 지금까지 별 탈은 없어 안심이지만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갔을지 걱정이다. 이춘근(34) PD는 “촬영이라 죄송하다”며 전화를 서둘러 끊는다. 바쁘다. “저는 이제 많이 식었고, 조능희 선배가 아직 펄펄 끓는다”고 덧붙인다. 조능희 PD는 이 PD의 말대로 펄펄 끓는다. “끝까지 간다, 두고 보자”는 말에 오기가 서려 있다. 송일준(52) PD는 최근 편성제작국 외주제작관리부서로 왔다. 〈PD수첩〉에서 하차하고 부국장을 그만둘 때 외압설이 돌기도 했다. 그는 방송이 나간 뒤 겪은 과정에서 온 스트레스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1심·2심 판결 모두 올해 ‘최고의 판결’로 선정됐다. 검찰의 상고로 재판은 계속된다. 이 재판을 제외하고도 〈PD수첩〉이 가야할 길은 멀다. 그들 앞에 걸려 있는 재판은 이 소송을 포함해 모두 7건이다. 제작진은 솔직하게 “지쳤다”고 말하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료 언론인들이 위축될까 걱정하고, “끝까지 간다”고 다짐한다.

심사위원 20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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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조능희 PD 인터뷰
“상식을 지키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사회”

조능희 PD를 지난 12월2일 2심 판결이 나온 직후 인터뷰했다. “2심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애초부터 재판받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올랐다. 2심 결과를 두고서는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형사사건에서 큰 흐름을 바꿀 수 없는 사소한 실수에 왜 그렇게 집착하고 끊임없이 따지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한숨과 탄식이 반복됐다. “이럴 수 있는 거냐”는 말이 대화 중간에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조 PD는 2008년 4월 〈PD수첩〉 방송 당시 책임PD였다.

-1심과 비교해본다면.
솔직히 나는 1심이 끝나고 그 결과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재판 결과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불만이었다. 매우 상식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야 알겠다. 그 판결은 용기가 필요했던 판결이다. 1심 판결 뒤 판사 개인이 당한 마녀사냥식 매도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제는 상식을 지키는 데도 용기가 필요한 비극적인 사회가 된 것이다.

-2심에서 일부 허위라고 판단된 부분에 대해 듣고 싶다.
허위라고 판단한 다우너 소, 아레사 빈슨, MM형 유전자 부분은 이미 〈PD수첩〉 제작진이 실수라고 인정했거나 유·무죄를 판단하는 사실관계와 관련 없는 부분이어서 1심에서는 그것이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2심이 아쉬운 것이다. 의도한 듯 검찰 쪽 의견을 담아줬으니까 말이다. 결국은 ‘허위’라는 말을 판결문 안에 담고 싶었던 것 아닌가.

-그래도 무죄라고 판단한 부분은 인정할 만하지 않은가.
정부 협상단의 실책과 관련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비판 내지 의견 제시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한쪽 사실에 더 중점을 둬 얼마든지 개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의미를 둘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재판 과정을 지켜본 언론인과 그들의 자유다.

-검찰은 상고를 한다고 밝혔다.
〈PD수첩〉 보도를 한 뒤 32개월 동안 어차피 우리의 유·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와 재판은 아니었다.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을 흠집 내고 우리를 포함한 언론 전체를 겁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 부르는 이름을 꼭 남겨달라. 전현준, 박길배, 김경수, 송경호, 정진우, 정병두, 노환균. 방송 뒤 32개월 동안 우리와 진실을 두고 다툰 검사들이다. 더 이상 검찰이라는 이름 뒤로 숨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이미 검찰의 핵심 요직으로 영전했거나, 앞으로 최소한 이 정권 아래에서는 영화로운 길을 갈 것이다.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이름이 또 있다. 〈PD수첩〉 사건 수사를 거부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임수빈 전 부장검사와 1심을 판결한 문성관 판사다. 역사는 반드시 이들을 기억하고 불러낼 것이다. 그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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