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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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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고집하는 것이 포퓰리즘”

법인세는 예정대로 감면하고 소득세 감세는 철회하자고 주장하는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
등록 2010-11-24 11:33 수정 2020-05-03 04:26

“감세 논의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국가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감세 주장을 고집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은 11월19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감세 철회는 양극화 심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MB노믹스를 훼손하는 게 아니다”면서 “오는 22일 한나라당 정책의원총회(이하 정책의총)에서 법인세는 예정대로 깎아주고, 소득세 감세는 철회해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위원장은 “친서민 정책을 하는 것에 대해 보수 진영이나 한나라당 안에서 ‘좌클릭’이나 포퓰리즘으로 공격하는데, 가진 사람들이 조금 양보하자는 게 좌클릭이냐”고 흥분하면서, “친서민 정책이야말로 참보수운동”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근거는 재정 건전성과 양극화 문제다. 정책은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감세법안을 통과시킬 때와 상황이 변한 만큼 감세를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진보 정치 10년 동안 아이로니컬하게도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위기 이전에는 중산층과 서민이 6 대 4의 비율이었는데, 위기 탈출 이후에는 2 대 8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속에서 경제 살리기에 올인했다. 경제는 회복됐지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그래서 지난 8·15 경축사를 기준으로 친서민으로 정책 기조를 전면 선회한 것이다. 공정사회가 되려면 직접세를 강화하고 간접세를 완화해 서민층의 세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소득세 최고세율(8800만원 초과 35%)은 그대로 유지하되, 법인세 최고세율(2억원 초과)은 예정대로 22%에서 20%로 인하하는 것이 좋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되면 친서민 정책과도 부합한다. 감세 철회는 MB노믹스의 훼손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최고위원은 지난 11월18일 ‘부자 감세’ 철회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잃고 포퓰리즘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감세 논의는 재정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문제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은 맞지 않다. 오히려 국가 재정이 악화되는데 감세 주장을 고집하는 게 포퓰리즘이다.

-정두언 최고위원의 주장처럼 지금의 부자 감세를 그대로 고수하면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부자 정당'이라는 덫에 걸릴까.

=감세만 가지고 한나라당을 부자 정당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서민정책특위에서도 부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여러 노력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이 오는 11월22일 감세 관련 정책의총을 열 예정인데, 의원마다 감세 철회 방안이 제각각이다. 안상수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는 법인세 감면은 그대로 시행하되 소득세 감세는 조정하자고 한다. 반면 정두언 의원은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을 전면 백지화하자는 주장이다. 결론은 어떻게 될까.

=법인세는 예정대로 깎아주고, 소득세 감세는 철회해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법인세가 감면되면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기업들은 금고에 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감세가 경기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법인세 감면을 고수할 명분이 약한 것 아닌가.

=이 자리에서 대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기업의 투자 부진은 적절한 투자처를 못 찾았거나 재무구조 부실 등 여러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소득세 감세 철회로 인한 세수 증대는 수천억원이지만, 법인세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는 3조~4조원으로 훨씬 크다. 재정 악화를 걱정한다면, 법인세 감세를 철회하는 게 맞지 않는가.

=그런 논리라면 법인세율을 오히려 높여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든 말든, 일자리를 늘리든 말든 상관없이 세율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소득세 감면만 철회하면 조세 형평성을 해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호텔의 법인 음식점은 세율 20%를 적용받고 일반 개인 음식점은 35%이면 불만이 없겠나.

=자영업자 문제는 서민정책특위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민정책특위가 출범한 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은행 이익의 10%를 서민용 신용대출에 쓰기로 했다. 이미 ‘새희망홀씨대출’로 선을 보였다. 매년 1조~1조5천억원 정도 서민에게 대출될 것이다. 또 서민정책특위가 요청한 사업과 관련해 내년 예산에 5조2천억원이 배정됐다.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 단체에 대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면 손해액의 세 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연 30% 이상 못 받도록 하는 이자제한법 개정도 연말까지 성사시킬 것이다.

-전경련 등 재계는 영세서민들이 새희망홀씨대출을 손쉽게 받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신용불량자만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미국은 1970년대부터 지역재투자법(CRA·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제정해 금융기관들에 해당 지역의 중소 자영업자와 상공인, 서민들에게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 이상을 빌려주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 169조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 금융기관을 살렸다. 그때는 아무도 관치금융을 말하지 않았다. 위기 극복 이후 금융기관들이 연간 최대 15조원의 이익을 거두었다. 그중 일부를 서민대출로 쓰자니까 관치금융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억대의 연봉 잔치를 벌인다. 가진 자들이 양보하기보다 조금 더 가지려는 것은 탐욕이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 단체에 대기업과의 협상권을 부여하자는 홍 위원장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와 재계는 카르텔 우려를 내세워 반대한다.

=공정거래법의 카르텔 규제는 사회적 강자(대기업)의 독점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강자인가?

-재계와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는데.

=중소기업에 기술은 유일한 자산이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해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해도 재판이 몇 년씩 걸린다. 겨우 이겨도 손해액의 60~70%밖에 인정을 받지 못한다. 회사는 이미 망해버린 뒤다. 사실상 소송에 이겨도 살아날 수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대기업이 기술을 탈취 할 엄두를 못 내도록 해야 한다.

-전경련 등 재계를 포함한 보수 진영은 한나라당의 친서민 정책 전체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한다. 또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한다.

=친서민 정책을 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은행 이익의 10%를 서민대출에 사용하는 방안에 극렬한 반대가 있었다. 내가 친서민 정책을 하는 것에 대해 좌클릭,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한다. 가진 자들이 조금 양보하자는 것이 좌클릭이냐.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사회는 출발선에서 공정하게 하고, 과정에서도 법집행을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홍 위원장은 자신의 성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 집단인 검찰 출신이다. 내가 좌클릭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나는 친서민 정책이 ‘참보수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군대도 안 가면서 탐욕스럽고, 남을 배려하지 않고, 권리와 특권만 누리려는 사람들이 장관, 총리를 하는 세상은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글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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