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국제경제의 균형적 성장을 위한 환율과 경상수지의 적절한 협력과 관리 △개발도상국의 대표성을 증대하기 위한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및 지배구조 개선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강화, 은행 자본 및 유동성 규제 등 금융규제 강화 △개발 격차와 빈곤 감축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지원을 강화하는 서울 컨센서스 등 다섯 가지 주요 의제를 다뤘다.
금융규제 강화 못한 G20
서울 G20 정상회의는 다섯 가지 의제에 대해 환율과 경상수지의 협력 및 관리를 제외하고는 상당한 정도의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국제경제의 균형적 성장을 위한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는 당초의 예상대로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어려움 때문에 지난 경주 G20 재무장관 합의에서 더 진전되지는 못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한다는 선언에 그쳤으며, 경상수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지표로 구성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년 프랑스 회의에서 평가할 것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중요한 세 가지 문제를 국제사회가 어떻게 다뤄나가고 있고, 또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뤄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회의였다. 첫째는 이미 지난 여러 G20 정상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온 금융개혁 문제다. 이미 G20은 지난 네 차례 정상회의를 통해 금융 건전성과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여러 의제를 다뤄왔다. 이 의제들의 핵심은 금융 주체의 위험행동 억제와 금융규제 강화에 있었다. 이번 서울 회의에서는 이전 회의에서 합의된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규제 강화, 헤지펀드 등 유사 금융기관 등록 및 감독, 파생상품의 표준화 및 거래소 교환 등의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촉구했다. 그러나 시스템적으로 주요한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강화는 아직도 논의가 진행 중이고, 이들에 대한 위기 손실 분담금의 부과 문제는 지난 토론토 회의에서 아예 각국의 자율에 맡겨버렸다.
이런 G20의 금융개혁은 금융 부문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 부문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그동안 발전해온 복잡하고 위험한 금융개혁과 금융자산의 과잉 팽창이 금융 부문을 위험에 빠트리고 금융위기를 초래한 일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은행자본 규제의 강화나 비은행 부문의 투명성 강화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G20은 금융개혁 문제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으며, 그나마 의제로 설정된 금융개혁 과제마저 효과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했다.
둘째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국제적 균형성장을 위한 국제경제 질서의 구축 문제다. 사실 국제적 균형성장을 위한 국제질서의 구축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의 플라자 합의 등을 보더라도 국제적 균형성장을 위한 국제경제 질서의 합의가 얼마나 어려운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은 경상수지 적자로 고통받는 데 반해, 중국이나 독일은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편으로는 환율 조정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경상수지 흑자폭의 제한을 통해 국제적 불균형을 시정하려 한다. 그러나 중국과 독일은 이에 대해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 요인 때문만은 아니며, 경상수지 흑자도 생산성 등 다른 여러 요인을 반영하는 것으로 국제적 불균형의 유일한 지표가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동상이몽만 확인한 환율 문제이번 서울 정상회의는 이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시장 결정적 환율제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며, 경상수지에 대해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평가한다는 정도의 선언에 그쳤다. 중국과 미국이 언제 환율전쟁을 멈추고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를 받아들이게 될지, 또 어떤 지표를 국제적 불균형 지표로 이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못했다. 실제로 세계경제가 평화 속에서 균형성장을 하려면 국제협력의 경제질서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나 경상수지의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국제통화제도와 자본 이동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가 국제 균형성장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은 이런 문제를 깊이 있게 고려하지 못한 채 성급히 환율 문제로만 접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의 주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컨센서스다. 서울 컨센서스는 지난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개발 격차를 줄이고 빈곤을 감축하자는 합의의 구체적 행동계획을 담고 있다. 이 행동계획은 인프라 구축, 인적자원 개발, 무역역량 강화, 민간투자와 고용창출, 식량안보, 복원력을 갖는 경제성장, 금융 소외계층 포용, 국내 재원 동원 등을 지원하고, 개발 경험을 공유한다는 개발도상국 개발의 9가지 실행계획을 마련했다.
이 실행계획은 기존 워싱턴 컨센서스와 비교해 개발도상국의 처지를 더 크게 반영한 개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재정긴축, 이자율 자유화, 민영화, 규제완화, 무역자유화 등 시장 중시 개발 전략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는 데 반해, 서울 컨센서스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적자원을 개발하며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등 개발도상국의 지속적 성장과 빈곤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개발 전략을 담고 있다.
새로운 개도국 성장 전략 가능성 보여그러나 이 개발 전략도 필요한 재원 마련에서 국제금융기구의 신용 제공이나 국내 재원 동원만이 아니라 선진국의 적극적인 원조 계획을 포함해야 하며, 빈곤 감축 수단으로 사후적 사회보장 체계의 구축만이 아니라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균형성장 전략을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 컨센서스는 선진국의 이해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 전략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G20이 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에서 열렸고,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아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는 것은 G8과는 다른 G20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만하다.
조복현 한밭대 교수·경제학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정우성 “아버지로서 책임 다할 것” 청룡영화상 시상식서 밝혀
[단독] 친한 “한동훈, ‘공천개입 수사’ 김 여사까지 갈 수 있다 해”…친윤에 엄포
검찰·대통령실·감사원 특활비 다 깎았다…민주, 예결위서 강행
“화내서 미안” 명태균에 1시간 사과 ‘윤석열 음성’…검찰이 찾을까 [The 5]
박단 전공의 위원장, 재차 “의대 모집 중지를…여론 조금씩 바뀌어”
어도어와 계약 해지한 뉴진스, 왜 소송은 안 한다 했을까
한동훈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불법정차 뒤 국힘 점퍼 입어”
롯데호텔에서 밤에 페인트칠 하던 노동자 추락 사망
‘TV 수신료 통합징수법’ 국회 소위 통과에…KBS 직능단체 “환영”
6·25 때 미그기 몰고 참전한 우크라 조종사들…윤석열 정부는 알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