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인연을 맺어 회사를 재창업한 것이다.”
성진지오텍의 전정도(51) 회장은 지난 10월8일 울산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스코에 자신의 지분 일부와 경영권을 매각한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또 경영권 매각에 앞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산 것은 자신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의 토종 기업인인 전 회장은 20대 중반에 맨손으로 시작해 30년 가까이 산전수전 다 겪으며 매출 6천억원대의 중견기업을 일궈낸 창업자 특유의 자신감을 보여줬다.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이 부진했는데, 하반기 상황은 어떤가.=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다. 키코의 영향으로 (회사 재무구조가 나빠져) 외국기업들이 발주를 안 해줘 타격이 컸다. 하지만 올해 말부터 다시 바람이 불 것이다. 전세계 기업들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곧 세계적 기업과 기술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는다.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이륙을 끝내고 본궤도에 올라서려 하는 시점이다.
-키코 손실이 2008년 이후 3천억원을 넘을 정도로 컸다. 이제 다 해결됐나.=올 연말까지는 다 털어내려고 한다. 키코를 판 은행이나 감독 책임이 있는 당국에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올해 매출 목표는 65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5천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은 어떤가.=2011년 매출은 6500억~7천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20대에 창업해서 28년간 키워온 회사의 경영권을 포스코에 매각했다.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오너는 마음을 비워야 멀리 볼 수 있다. 포스코와의 인연을 통해 재창업한다고 생각했다. 전 직원이 같은 마음이다.
-포스코에 경영권을 매각한 이후에도 계속 회장을 맡고 있다. 전례가 드문 일인데, 본인이 원했나.=내가 미쳤나, 스스로 하겠다고 하게. 포스코가 요청한 것이다. 내가 그만두면 회사를 무슨 이유로 사느냐고 말하더라. 하지만 경영을 못하면 미련 없이 나갈 것이다.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다.=우리 회사는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많다. 나와 직원들은 피를 나눈 형제와 같다. 제조업은 그런 생각이 없으면 못한다.
-포스코가 왜 인수했다고 생각하나.=포스코가 새로 하고 싶은 담수화설비, 원자력발전, 해상풍력발전 설비용 플랫폼 개발 등의 사업을 우리가 이미 다 하고 있다. 지난 7월 정준양 회장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좋은 회사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놀라워하더라.
-포스코와의 시너지 효과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연말 이후 나타날 것이다. 가장 큰 시너지는 우리가 사용하는 특수강을 포스코가 개발·공급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인수했다. 경영권을 완전히 넘긴 게 아닌가.=신주인수권 인수는 포스코에 주식을 매각할 때 내가 요구한 것이다. 그 신주인수권은 원래 다른 사람이 인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리고 신주인수권의 주식 전환은 포스코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다). 경영권을 넘긴 내가 왜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지 나도 의문이다. (웃음)
-경영권을 매각한 전 대주주가 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시장에서는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경영권을 되찾을 생각이 있는가.=내 주식은 어차피 포스코와 하나라고 보면 된다. 포스코가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또 주식을 사려면 포스코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전환상환우선주를 살 생각도 있는가.=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나. 산업은행이 알아서 하겠지. 나는 돈보다 내가 창업한 이 회사가 1등 기업이 되는 게 더 기분 좋다.
울산=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