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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식은 어차피 포스코와 하나”

특혜 의혹 받는 전정도 성진지오텍 회장 인터뷰 “포스코가 경영 요청했다”
등록 2010-10-21 16:11 수정 2020-05-03 04:26
성진지오텍의 전정도(51) 회장.

성진지오텍의 전정도(51) 회장.

“포스코와 인연을 맺어 회사를 재창업한 것이다.”

성진지오텍의 전정도(51) 회장은 지난 10월8일 울산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스코에 자신의 지분 일부와 경영권을 매각한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또 경영권 매각에 앞서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산 것은 자신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의 토종 기업인인 전 회장은 20대 중반에 맨손으로 시작해 30년 가까이 산전수전 다 겪으며 매출 6천억원대의 중견기업을 일궈낸 창업자 특유의 자신감을 보여줬다.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이 부진했는데, 하반기 상황은 어떤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다. 키코의 영향으로 (회사 재무구조가 나빠져) 외국기업들이 발주를 안 해줘 타격이 컸다. 하지만 올해 말부터 다시 바람이 불 것이다. 전세계 기업들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곧 세계적 기업과 기술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는다.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이륙을 끝내고 본궤도에 올라서려 하는 시점이다.

-키코 손실이 2008년 이후 3천억원을 넘을 정도로 컸다. 이제 다 해결됐나.

=올 연말까지는 다 털어내려고 한다. 키코를 판 은행이나 감독 책임이 있는 당국에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

-올해 매출 목표는 65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5천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은 어떤가.

=2011년 매출은 6500억~7천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20대에 창업해서 28년간 키워온 회사의 경영권을 포스코에 매각했다.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오너는 마음을 비워야 멀리 볼 수 있다. 포스코와의 인연을 통해 재창업한다고 생각했다. 전 직원이 같은 마음이다.

-포스코에 경영권을 매각한 이후에도 계속 회장을 맡고 있다. 전례가 드문 일인데, 본인이 원했나.

=내가 미쳤나, 스스로 하겠다고 하게. 포스코가 요청한 것이다. 내가 그만두면 회사를 무슨 이유로 사느냐고 말하더라. 하지만 경영을 못하면 미련 없이 나갈 것이다.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다.

=우리 회사는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많다. 나와 직원들은 피를 나눈 형제와 같다. 제조업은 그런 생각이 없으면 못한다.

-포스코가 왜 인수했다고 생각하나.

=포스코가 새로 하고 싶은 담수화설비, 원자력발전, 해상풍력발전 설비용 플랫폼 개발 등의 사업을 우리가 이미 다 하고 있다. 지난 7월 정준양 회장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좋은 회사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놀라워하더라.

-포스코와의 시너지 효과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연말 이후 나타날 것이다. 가장 큰 시너지는 우리가 사용하는 특수강을 포스코가 개발·공급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인수했다. 경영권을 완전히 넘긴 게 아닌가.

=신주인수권 인수는 포스코에 주식을 매각할 때 내가 요구한 것이다. 그 신주인수권은 원래 다른 사람이 인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리고 신주인수권의 주식 전환은 포스코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다). 경영권을 넘긴 내가 왜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지 나도 의문이다. (웃음)

-경영권을 매각한 전 대주주가 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시장에서는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경영권을 되찾을 생각이 있는가.

=내 주식은 어차피 포스코와 하나라고 보면 된다. 포스코가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또 주식을 사려면 포스코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전환상환우선주를 살 생각도 있는가.

=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나. 산업은행이 알아서 하겠지. 나는 돈보다 내가 창업한 이 회사가 1등 기업이 되는 게 더 기분 좋다.

울산=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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