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일해도 6년치 성과급을 받고 퇴직한다?’ 한국공항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 등 세 곳이 퇴직자에게 한 해치 성과급을 중복 지급하는 부당한 제도를 운영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 입수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결서를 보면,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007년 두 달에 한 번씩 고정상여금 총 500%를 지급해 1912명에게 269억1500만원을 나눠준 뒤 2008년 7월 새로운 성과급 제도에 따라 2007년치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으로 1967명에게 289억9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같은 2007년의 성과에 대해 약 290억원을 중복 지급한 것이다.
이는 공기업마다 달랐던 성과급 체계를 통일한 정부 조처 때문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고정상여금, 인센티브 성과급 등으로 제각각이던 체계를 2008년부터 25개 공기업 모두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 제도로 통일했다.
한국공항공사가 2007년치 성과급을 중복 지급한 것은 이런 제도 변경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마다 고정으로 주던 상여금 제도를 바꿔, 해당 연도에 대한 경영평가를 이듬해 실시한 뒤 그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했기 때문에, 제도 시행 첫해에는 중복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복 지급분은 사원이 퇴직할 때 정산하고 나가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퇴직 사원이 중복 지급된 성과급을 그냥 챙기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공항공사의 2006년 1월 입사자가 오는 12월에 퇴직할 경우 2006~2007년에는 고정상여금을 받고 2008~2010년에는 2007~2009년치 경영평가 성과급을 받은 데 이어 퇴직 때 2010년치 경영평가 성과급을 다시 받게 된다(실제 경영평가는 2011년에 이뤄지지만 퇴직자의 경우 전년도 성과급을 기준으로 추산해 성과급을 미리 지급한다). 결국 5년을 일하면서 2번의 고정상여금과 4번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받아 6년치 성과급을 받고 퇴직하는 셈이다.
권익위는 의결서에서 “2007년 고정상여금을 지급받은 한국공항공사 소속 직원 1976명 중 2008년 이후 퇴직한 76명에게 1년분의 경영평가 성과급 11억8100만원을 중복 지급하여 해당 공공기관에 재산상 손실을 가한 부패행위 혐의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 보수 규정을 개정해 이미 지급한 2007년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재직 기간 중 분할 정산하거나 퇴직시 일괄 정산하는 등의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 한 2007년도 고정상여금을 받은 직원 가운데 재직 중인 1891명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중복 지급받아 한국공항공사에 277억2743만원의 재산상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1년치 경영평가 성과급이 중복 지급됐다고 판단했다. 2004년부터 자체적으로 경영평가 성과급을 도입한 한국석유공사는 이후 입사자에게 입사 전년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했다. 또 퇴직할 때는 당해연도 경영평가 성과급까지 받도록 했다. 결국 한 해분 성과급이 중복 지급된 것이다. 이렇게 중복 성과급을 받고 퇴직한 직원들이 그동안 챙긴 액수는 총 4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권익위는 추산했다. 그나마 한국석유공사는 성과급 제도가 통합된 2008년부터는 신입사원에게 입사 전년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2002년부터 같은 방식으로 성과급을 한 번 더 지급해왔으나, 그 사이에 퇴직자가 생기지 않아 중복 지급에 따른 손실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같은 권익위의 판단에 한국공항공사는 반발하는 반면 다른 두 공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노무복지팀 관계자는 “감사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세한 것을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권익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의) 고정상여금과 (2008년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성격이 엄연히 달라 중복 지급이 아니다”라며 “당시 기획재정부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공문이 와서 이를 따른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font color="#006699">가스·석유공사는 제도 보완 뜻 밝혀</font>하지만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석유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권익위 지적대로 성과급이 2번 나간 것이 맞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 역시 “성과급이 이중으로 지급될 수 있는 구조”라며 “올해 안에 관련 규정을 고쳐 환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익위는 이 사안을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이첩했으나 감사원은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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