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개방적인 지리적 특성에 의한 국제성과 왕성한 문화 창조력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 결과 우리 고대문화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선진적인 문화 수용과 재창조를 통해 수준 높은 문화를 주변국에 전파해 동아시아 문화 발전의 중심에 섰다. 백제는 유교와 불교 사상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을 수용·발전시켜 중국-한국-일본을 연결하는 문화 벨트를 형성했다. 이런 백제 문화의 국제성은 주민 가운데 신라인, 고구려인, 왜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있었다는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백제 문화의 복원과 전승은 곧 한국 고대문화의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국 문화의 토대를 놓는 일임과 동시에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가교를 세우고 한류의 원류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문화 콘텐츠화 통한 산업적 활용백제 문화에서 가장 선진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가 예술인데, 특히 금속공예 기술은 당시 동아시아 최고 수준이었다. 무령왕릉 출토품을 비롯해 문양전, 금동대향로,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등은 백제 공예 기술의 극치를 보여주며, 서산마애삼존불, 정림사지 5층 석탑 등은 불교미술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이런 문화예술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창의적 문화예술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문화는 국가·지역 간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으며, 문화산업은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제조업·서비스 중심의 산업 생산에서 문화적 체험을 상품화하는 문화 생산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이제 문화는 단순히 학문적인 연구와 교양의 단계를 넘어 새로운 산업 분야로서 국가 발전의 성장 동력이 돼가고 있다. 백제 시대의 세련되고 창조적인 문화유산은 문화 콘텐츠화를 통한 산업적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문화는 항상 변화한다는 속성을 지니기에, 백제 문화의 복원과 계승이 단순히 복제나 재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백제의 정신, 백제 문화의 가치, 백제인이 추구한 이상을 복원하고 계승해야 한다.
보존·계승 위한 법령 정비 서둘러야웅진·사비 시대의 왕도가 위치한 충청남도는 백제 문화의 가치와 우수성을 인식해 이를 복원하고 전승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제문화권종합개발계획에 따라 현재 부여에 백제문화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백제 시대 문화유적의 정비·복원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던 백제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연구의 발판을 마련하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는 를 편찬했다. 이런 노력은 백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의 활성화를 도모하며, 백제 문화의 가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국 문화, 나아가 동아시아 문화의 한 축을 형성했던 백제 문화를 복원·전승하기 위한 각종 계획들이 지속적이면서 더욱 가시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고도보존법을 서둘러 확정하고, 백제의 고도에 분포한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주민의 경제활동을 지원해 민간 차원에서 백제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백제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부여와 공주의 도시 내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정비와 함께 역사 경관을 회복하고, 이 문화유산들을 경제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도시 조성사업이 필요하다. 각종 개발정책을 추진할 때 매장문화재 조사를 먼저 하는 것은 필수다. 백제문화유산은 대부분 지하에 매장됐기 때문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방안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외형 복원 넘어 정신적 가치 연구
백제 문화 복원이 단지 외형 복원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문화유산의 진정성과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 백제문화유산이 지닌 정신적 가치, 백제인이 추구했던 이상을 복원하고 계승하려면 지속적인 연구와 담론이 필요하다.
끝으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백제 문화를 계승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백제문화제를 비롯해 민간에서 해오던 각종 축제나 추모제 등이 있다. 올해 55회를 맞는 백제문화제는 세계대백제전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백제 문화의 현대적 계승과 활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하나이자 살아 있는 유산으로서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백제 문화가 지닌 보편적 가치를 세계인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백제문화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을 요구한다. 이런 가치를 얼마나 지키려고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시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그동안 백제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 그리고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만들기보다는 이제까지 계획했던 일을 더욱 밀도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이를 위해 먼저, 과거부터 현재까지 백제 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시행했던 정책들을 점검하고, 향후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즉, 현재 추진하는 고도보존법이나 백제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을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문화유산이 지닌 무형의 자원과 가치 측면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에 백제 문화가 지닌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회복을 위한 학술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다음은 추진 주체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백제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은 충청남도와 공주시·부여군이 중심이 돼 추진됐다. 그 결과 백제문화유산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던 주민이나 학계 등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려웠다. 국가의 지원도 미흡했다. 앞으로는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지역민과 시민단체, 학계의 참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한 추진기구를 설립하고 기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지원만으로 백제 문화의 가치를 연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백제문화유산의 등재 범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백제문화권은 충남뿐 아니라 서울·경기와 전라도 일대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왕도 지역만 하더라도 공주·부여 외에 서울이 포함되고, 고도보존법의 적용을 받는 곳으로 익산이 있다. 현재 충남과 전북이 각각 세계문화유산 등재 활동을 벌이고 있고, 서울 지역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주체들이 모여 백제문화유산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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