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의 실험(815호 표지이야기 ‘어뢰 폭발물질은 없다’ 참조)에 이어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양판석 박사의 문제 제기가 더해지면서 천안함 폭발 물질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교수가 제기한 의혹의 경우 합조단이 적극 반박에 나서고 있지만, 이 교수의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어뢰에 들어 있는 알루미늄 성분이 폭발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거쳐 천안함 선체와 어뢰 부품 등의 흡착 물질에 남아 있는지다.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폭발에 의한 고열과 바닷물에 의한 급속한 냉각을 거치면서 알루미늄이 ‘비결정질화’ ‘산화’라는 과정을 거친 뒤,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화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 물질은 에너지 분광기를 통한 분석에는 알루미늄 성분으로 나타나지만, 엑스선 회절기를 거친 분석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왔다. 한마디로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 알루미늄이 보이지 않는 게 폭발이라는 증거”(5월20일 합조단 발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헌 교수는 알루미늄이 고열과 냉각을 거치더라도 합조단의 논리대로 100% 비결정질이 되거나, 100% 산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따라서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도 알루미늄이나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쟁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합조단이다. “추가 조사를 해보니 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극소량 검출됐다”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합조단이 내놓은 과학적 자료와 설명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합조단은 “다만 산화알루미늄은 극소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난 6월18일 과의 전화 통화에서 “합조단의 해명에는 여전히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합조단의 추가 조사에서 나온 에너지 분광기와 엑스선 회절기의 자료(그래프 참조)를 검토해보면 엑스선 회절기에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극소량 나오는데 이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실험 결과에 비춰보면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 공개 실험 하자”다시 국방부의 반박이 이어졌다. 지난 6월21일 국방부가 직접 나서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이승헌 교수의 실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이 교수의) 전기로 실험은 폭발 환경과 차이가 있다”며 “합조단이 실시한 수중폭발 시험의 조건은 3천℃ 이상의 고온과 20만 기압 이상의 고압이며, 수십만분의 1초 이내에 급격히 산화하는 방식이어서 대부분 비결정성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체, 어뢰 부품, 폭발 실험 등 세 종류의 흡착 물질에서 결정질 및 비결정질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동시에 검출됐지만 대부분은 비결정질이고 결정질은 무시할 정도로 극소량이며 이는 폭발재임을 증명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승헌 교수는 “실험 온도나 기압은 용융점(녹는점) 이상만 된다면 이 실험에서 핵심적인 사안은 아니다. 합조단의 수중폭발실험과 나의 실험은 알루미늄이 액체와 기체가 혼합된 상태에서 고체로 변하는 유사한 환경(냉각)이기 때문에 실험결과도 비슷하게 나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냉각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는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합조단이 가정한 냉각 시간은 수십만분의 1초다. 이 교수는 “알루미늄이 대부분 비결정질이 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합조단이 이렇게 짧은 시간을 가정한 것 같다”며 “하지만 오히려 시간을 짧게 설정한 것이 합조단의 오류”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간을 단축하면 할수록 산소와 알루미늄이 결합해 산화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며 “알루미늄이 산화되지 않으면 결정질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합조단의 가정대로라면 결정질 알루미늄이 많이 나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합조단의 추가 조사에서도 대부분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만 나타났으니, 이는 합조단의 가정과도 맞지 않고 ‘흡착 물질=폭발 물질’이라는 결론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제 공개된 장소에서 합조단이 아닌 공인된 사람들이 참가하는 식의 재실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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