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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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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 행위? 유엔 NGO의 일상적 활동”



안보리에 ‘천안함 서한’ 보낸 참여연대 이태호 처장
“중요한 건 진실, 이라크 전쟁안에 반대했던 미국 NGO를 보라”
등록 2010-06-22 15:32 수정 2020-05-03 04:26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 윤운식 기자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 윤운식 기자

“참여연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 6월17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앞, 보수단체 회원들이 들고 선 펼침막에 쓰인 문구는 살벌했다.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한 데 대응해, 참여연대가 안보리 등 국제사회에 보낸 ‘천안함 침몰에 관한 참여연대 입장’이라는 서한이 발단이었다. 족벌언론은 서한 작성 책임을 맡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을 ‘색출’해줘 보수단체를 더욱 자극했고, 검찰은 보수단체가 참여연대를 상대로 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의 수사의뢰서를 받아들여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했다.

이날 이 만난 이태호 처장은 전방위적 ‘마녀사냥’ 광풍을 맞으면서도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군사전문자료와 미국 대사관 쪽의 답변을 근거로 △연어급 잠수정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조사 과정에서 외국 전문가의 역할 등에 대한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보낸 ‘천안함 서한’으로 정부와 한나라당, 족벌언론, 보수단체가 일제히 “어느 나라 국민이냐”며 참여연대를 맹비난하고 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아니, 전혀 예상 못했다. 유엔에서 비정부기구(NGO)에 ‘협의 자격’을 주는 건 NGO가 국경 안에 갇히지 않은 독립적 주체로서 정부가 하는 활동을 보완·견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헌법권리센터’ 같은 미국 NGO들은 9·11 테러 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결의안을 안보리에서 받아내려고 총력 외교전을 펼 때, 그 앞에서 “거짓말이다, 동의하면 안 된다”며 부시 대통령을 공격했다. 나중엔 그를 전범으로 기소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로 보내야 한다고 유엔 안보리에 의견을 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 기준으로 보면 이건 이적 행위, 반국가적 행위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이 사람들을 향해 “우리 국민이냐”고 비난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그런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의 총리·외교부·여당이 이런 활동을 ‘매국 행위’ ‘이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일부 언론은 “유엔 외교가에서는 상식 밖의 일이어서 실소를 자아낸다”며 출처도 근거도 없는 애기를 하는 게 정말 당혹스럽다. 우리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을 상대로 한 NGO 활동과 관련해) 어떤 게 사실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진보·보수를 떠나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언론이라면 ‘국익과 진실’이라는 논쟁이 붙을 때, 진실이 덜 규명됐다고 비판하는 사람을 국익을 내세워 정죄(定罪·죄가 있다고 단정함)해선 안 되지 않나. 이런 걸 파시즘·매카시즘이 아닌 어떤 논리로 정당화할 수 있나.

-참여연대는 이전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용산 참사 등과 관련해 협의 자격 단체로서 유엔 인권위원회 등에 서한을 보낸 적이 있지만 안보리를 상대로 한 것은 처음이다.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뒤에 드는 여러 가지 의문점을 정리해 5월 말에 ‘이슈 리포트’(참여연대가 사회적 의제와 관련해 의견을 내는 부정기적 자료) 2개를 냈다. 언론에 배포했고, 국방부도 이 내용에 대한 반박 자료를 냈으니 정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외신은 이걸 잘 모르는 것 같더라. (정보의 한계 때문에) 종종 외신이 일방적인 얘기만 쓰고, 그게 다시 국내로 들어와 부풀려지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래서 천안한 사건과 관련해 여러 목소리가 있다는 걸 영어로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많이 나왔다. 국문 ‘이슈 리포트’를 좀더 보강해 6월4일 영문 리포트를 완성했고, 우리와 늘 교류하는 국제 언론과 NGO, 합조단에 전문가를 파견한 나라의 대사관 등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이 건은 안보리에서도 다뤄지는 만큼, 정부 발표와 이에 근거한 극단적 조처가 국내에서 다양한 의문과 논란을 낳는다는 사실 정도는 우리가 (안보리에) 제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대단히 고심에 찬 결단이 아니라, 모든 유엔 NGO가 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을 한 거다.

보수언론에선 안보리 의장이 이 서한 회람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협의 자격 단체가 서한을 보내면 담당자가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경제사회이사회나 인권이사회와 달리, 안보리엔 그런 공식적인 절차가 없다. 그래서 우리도 (안보리 의장 이외에) 안보리 이사국 유엔 대표부, 사무총장, 심지어 한국 대표부에도 보낸 거다.

-천안함 서한 발송과 관련해 보수단체가 반국가행위·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지검 공안1부에 배당했는데.

=보도를 보면 안보 관련 이슈라 공안부에 배당했다는데, 너무나 ‘과거스럽지’ 않나. 게다가 이런 수사 의뢰를 검찰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은 두고두고 논란의 대상이 될 거다. 보수적인 법조인들조차 이건 사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만약 검찰이라면 사건을 배당하기 전에 유엔 관련 기구나 사무총장한테 이게 정말 ‘상식 밖의 일’인지 물어봤을 거다. 삼성 관련 사건은 아무리 구체적인 혐의를 적시하고 근거를 댄 고발장을 접수해도 배당에만 3~4개월이 걸린다. 그런데 수사 의뢰를 이렇게 서둘러 처리하는 건 다른 사건과 비교해도 이해가 안 된다.

-최근 한 학술단체에 기고한 글에서 연어급 잠수정(중어뢰를 장착하고 와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정부가 발표한 북한의 130t급 잠수정)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는 연어급 잠수정을 5월20일 합조단의 기자회견에서 처음 들었다. 한 보수언론의 유명한 군사전문기자도 그날 (회견장에서) 처음 들어본다고 질문을 했다. 합조단은 열흘 뒤 자료를 내 “한-미 정보 당국이 2005년 미 정찰위성 등을 통해 북한의 동·서해 해군기지에서 130t급 잠수정을 식별해 ‘연어급’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밝혔다. 또 수출용으로 건조해 중어뢰 발사 능력, 장기 잠항 능력, 소나 회피 능력 같은 고급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군사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군사전문지), (영국이 내는 군사백과사전) 어디에서도 ‘연어급’은 찾지 못했다. 정부는 2007년 이란에서 공개된 ‘요노(YONO)급’(120t급)이 바로 북한이 수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잠수정은 그것보다 작은 ‘유고(YUGO)급’(80t급)이고, 요노급 제원·성능의 잠수정을 수출했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연어급’에 대해 밝힌 5월20일 전까진 북한이 그런 잠수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그렇게 답했다. 장관도 모르는 연어급 잠수정을 군이 2005년부터 모니터링해왔다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미국 최대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2010년 2월 낸 자료에서도 북한의 공격형 잠수함 개수는 0개로 추산됐다. 한-미 양국이 식별하고 이름까지 지었는데, 미국 최대 싱크탱크가 그걸 몰랐다면 그 보고서는 완전히 엉터리라는 얘기 아닌가.

우리가 낸 천안함 서한을 보고 주한 미국대사관 쪽에서 접촉해왔다. 내가 물어봤다. “정부는 한-미 정보 당국이 5년 전 식별한 북한 잠수정에 ‘연어급’이란 이름을 붙였고, 이 잠수정이 중어뢰를 발사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런 일이 있느냐, 그 잠수정이 중어뢰를 발사할 능력이 있느냐.” 정무담당 팀장인 크래그 홀 1등 서기관의 답은 “내가 들은 바는 소형 잠수함이 소형 어뢰를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한국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미국 대사관의 답변이다. 연어급이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다는 것도 틀린 얘기일 수 있다는 거다.

-또 다른 의문점은 없나.

=‘이슈 리포트’에서 제기한 8가지 의문점, 정보공개를 청구한 12가지 사안은 최소한의 의문점이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스웨덴이 포함됐다는 해외조사단이 합조단 조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홀 서기관은 “한국 정부가 요청해 미국 정부가 전문가를 파견한 건 맞지만, 합동조사(joint investigation)를 한 게 아니다. 전문가가 참여(participation)한 것이다. 한국 쪽의 민·군 합동조사였고, 외국 전문가들이 거기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전문가가 조사팀에서 한 역할, 활동, 조사 범위, 결과에 동의한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기 때문에 정부 발표와 달리 합조단이 ‘한국 조사팀’이었다는 주장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 대사관에도 면담을 요청해뒀다.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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