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스마트폰 사용자만을 위해 ‘EBS 수능방송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이라는 보편적 서비스가 값비싼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에게만 제공돼 형평성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수능 방송 중요성은 계속 커져
KT는 5월말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EBS 수능방송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다. 6월에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3월 KT와 EBS가 동영상 수능 강의를 KT 스마트폰에서 서비스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KT 컨버전스와이브로사업본부 이경수 전무는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있어 효율적 학습, 사교육비 절감 등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누리는 건 전체 KT 가입자 약 1550만 명(5월22일 기준) 가운데 아이폰(70만 명)과 안드로이드폰(3만 명)을 사용하는 4.7%에 불과하다.
EBS 수능 강의는 정부가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70%까지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서울 도곡동 EBS 본사를 방문해 “대입 수험생은 EBS를 보라”고 말했다. 또 “EBS 같은 수능 강의만으로도 대학을 준비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며 “사교육에 노심초사하는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에게 EBS가 길을 터주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게 소위 ‘교육복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EBS 강의는 6월에 치러지는 2011학년도 수능 대비 첫 모의고사부터 반영된다. 6월10일 첫 모의고사에는 EBS 강의가 50%, 9월 모의고사 때는 60% 반영된다. 11월 수능시험에는 70%까지 높아진다. 그만큼 수험생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천 ㅅ고교의 박아무개 진학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교재를 봐도 EBS 교재를 먼저 본다”며 “교사들도 EBS 강의와 교재를 우선하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KT가 비싼 스마트폰 구입하도록 유도”하지만 KT는 일반 휴대전화를 쓰는 가입자를 위한 모바일 수능 강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는 “우선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보기술(IT) 업체들은 KT가 기업의 이윤만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IT 업체 대표는 “기존 피처폰(스마트폰이나 PDA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에서도 모바일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KT가 비싼 돈을 들여 스마트폰만을 구입하도록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방송통신대의 동영상 강의 서비스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일반 휴대전화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인천 ㅅ고교의 박 교사는 “EBS 강의가 강조되는 것은 저소득층을 고려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용자가 많은 일반 휴대전화에서 먼저 서비스를 하고 스마트폰 서비스를 나중에 해야 하는데, 순서가 거꾸로 됐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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