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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지원 0원, 전직지원 0원


평택 ‘고용개발촉진지역’ 지정하고 여러 정책 추진했으나 쌍용자동차 해고자에게 혜택은 거의 없어
등록 2010-05-27 21:56 수정 2020-05-03 04:26

지난해 8월11일 노동부는 1년 동안 경기 평택시를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해고 사태로 고용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처방이었다. 지난 1994년 고용정책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고용개발촉진지역이 지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내용은 생각보다 풍성했다. 우선 평택 지역에서 사업을 이전 또는 신·증설하는 사업주가 평택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근로자를 뽑으면 임금의 절반을 정부가 1년 동안 지원하는 지역고용촉진지원금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노동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전직지원장려금을 1년 한도로 근로자 1인당 최고 40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실직자를 위한 창업지원사업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예산 505억원을 평택시의 일자리 관련 사업비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쌍용차가 자리잡은 평택시의 고용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 지역을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정책 효과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이르지 않았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8월13일 평택고용지원센터를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지난해 8월 정부는 쌍용차가 자리잡은 평택시의 고용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 지역을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정책 효과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이르지 않았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8월13일 평택고용지원센터를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505억원이 사업비로 잡혔지만…

야심에 찬 발표가 나온 지 10개월이 지났다. 정책이 집행된 진도를 살펴보기 위해 평택고용지원센터와 노동부에 물어봤다. 우선 실직자를 위한 창업지원사업에는 집행된 나랏돈이 한 푼도 없었다. 정부는 이 사업에 5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신청자는 고작 4명이었다. 이들도 심사에서 탈락했다. 구직 등록 뒤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창업지원사업을 벌이게 되면 고용보험법의 기준을 따라야 해서 기준이 엄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직자를 위한 전직지원장려금도 집행된 액수는 ‘0원’이었다. 역시 기준이 까다로웠다. 게다가 이 제도는 해고에 앞서 근로자에게 이직 교육을 해주는 기업만 대상으로 했다. 이미 일자리를 많이 줄인 쌍용차와는 상관없는 사업이었다. 정부가 평택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쓰겠다던 505억원도 90% 이상 쓰이지 않고 나라 금고로 돌아갔다. 노동부는 이 가운데 집행된 금액은 43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출신이라면 일자리 주지 않아”

그나마 평택 거주 실업자에 대한 지역고용촉진지원금은 58개 업체가 혜택을 받았다. 집행된 액수는 지난 5월14일 현재 4억2200만원으로, 653명의 근로자가 지원을 받고 일자리를 찾았다. 평택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653명 가운데 혜택을 받은 쌍용자동차 출신 근로자가 몇 명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고용개발촉진지역 제도가 쌍용자동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택 지역 고용 상황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 자료를 보면, 평택시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지난해 7월 8만2522명에서 지난 4월 8만7862명으로 늘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역고용촉진지원금 사업 등에서 고용 증대 효과가 점점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쌍용 출신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사뭇 다르다. 양형근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 지부 대외협력실장은 “정부가 고용개발촉진지역 등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지만,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운데 일자리를 새로 얻은 수는 10명에 한명꼴도 안된다”라고 말했다. 장영규 쌍용차 수석부지부장은 “업체들이 쌍용차 출신이라고 하면 일자리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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