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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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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권’ 묘수풀이 답 뭘까

SBS, 밴쿠버 겨울올림픽 단독방송으로 재미 톡톡…
월드컵 공동 중계 압력 커지겠지만 비용분담 이견에 채널 다양성 요청도
등록 2010-03-10 11:57 수정 2020-05-03 04:26

밴쿠버 겨울올림픽 중계로 대박을 낸 SBS는 오는 6월 열릴 남아공 월드컵의 단독 중계권도 갖고 있다. “중계권 갈등은 이제부터”라는 게 업계 표현이다. 월드컵은 올림픽보다 광고 등 전체 시장 규모가 30배를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은 ‘공동 중계’를 SBS에 요청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지난 2월부터 본격화한 협상을 3월 둘쨋주까지 끝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표면상 여전히 ‘공회전’이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회식 마지막 무대연습이 2월12일(한국시각)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회식 마지막 무대연습이 2월12일(한국시각)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KBS 또는 MBC 한쪽과만 공유할수도

학계에선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겨울올림픽 단독 중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고, SBS 쪽의 단독 중계권료(6500만달러)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수익성도 불투명하다.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성패를 가른다. 더불어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계약에 따른 의무 편성이 있는데 이는 SBS가 ‘축구 채널’을 자처해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정 가능성을 높게 내다본다.

이때 관건은 중계 파트너가 1곳이 되느냐 2곳이 되느냐다. 한 신문방송학 교수는 “SBS가 비용 등 단독 중계 부담은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축구 중계에 강한 문화방송을 배척하고 한국방송과만 공동 중계를 꾀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때마침 문화방송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4일 문화방송은 “자체 조사 결과 상업방송 위주인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하고 유럽의 모든 국가와 중국, 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올림픽 중계는 공영 방송사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계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하지만 중계권료 배분 문제에 가로막힐 가능성도 여전하다. SBS가 지불하는 중계권료는, 2006년 협상 당시 방송 3사의 협의체였던 ‘코리안풀’이 제시한 금액보다 950만달러가 많다. 두 방송사는 SBS가 ‘신사협정’을 깨며 인상시킨 비용은 분담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BS가 양해할 리 없다. 월드컵 단독 중계를 위해 ‘기타 경기’를 그간 홀로 중계해왔다. FIFA가 묶음 판매한 ‘2007 17살 이하 월드컵’ ‘2007 여자 월드컵’ 등이다.

모범 답안이 구해질까? 미디어 전문연구기관인 유플러스연구소의 김원제 소장은 “비용 분담 문제에 제3자가 개입하긴 어렵다”면서도 “조정이 된다면 3사 공동 중계와 순차 편성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협상을 통해 중계권료를 분담하고 3사가 경기 중계를 나누는 방식이다.

스포츠 단독 중계가 폐해만 가져온 건 아니다. 최진봉 미국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이번 올림픽 때는 다른 채널이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결과적으론) 채널선택권과 방송의 다양성이 확보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시청자가 더 나은 스포츠 해설과 중계를 고를 권리는 박탈당했다.

‘단독 중계는 악, 공동 중계는 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협상을 위한 국가의 중재조차 무조건 선이 될 수는 없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지상파 3사가 공동 중계한다고 자동으로 품질이 높아지거나 그럴 개연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는 환상”이라며 “(스포츠 이벤트의 정치적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계권 협상에 정권이 개입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는 경계 대상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한 칼럼에 적고 있다. 그만큼 얽혀 있다는 얘기다. 최영묵 교수는 “세계 방송의 가장 큰 이슈는 스포츠 중계권”이라고 규정한다.

박탈당한 채널선택권도 함께 고민을

장기적으로는 ‘코리안풀제’ 부활에 대개 동의한다. 3개 방송사가 협의체를 구성하는 게 국제사회에서 ‘짬짜미’ 의혹을 사는 문제가 있다면 3사가 공동 출자해 별도의 스포츠마케팅사를 세우는 것도 대안으로 꼽는다. 독일의 경우가 그렇다. 일본도 덴쓰 광고사가 〈NHK〉와 민방 등을 아울러 마케팅을 하고 있다.

시청자는 3사 공동 방송 때도 단독 중계 때도 채널선택권이 박탈당했다고 말해왔다. 답은 방송사들이 찾아야 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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