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8일 광주에서 작지만 중요한 소동이 빚어졌다. 광주시의회가 통과시킨 조례 개정안 때문이었다. ‘기초의원 4인 선거구제’를 ‘2인 선거구제’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오전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의장 직권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광주시의회는 2월18일 기초의원 4인 선거구제를 2인 선거구제로 바꿨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민주노동당 등 진보 정당 당원이 격렬히 반대했지만 소용 없었다. 연합 전승현
이 조례 개정안이 날치기 처리됨에 따라 진보 정당 후보가 광주시의회에 진출하기는 앞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 4인 선거구에는 한 정당이 4명의 후보를, 2인 선거구에서는 2명의 후보를 낼 수 있는 만큼 제도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4명의 시의원을 뽑는 4인 선거구에서는 ‘견제 심리’ 때문에라도 한 정당에 4석 모두를 몰아주지 않는다. 민주당이 ‘독점’하는 호남에서 민주노동당 등 소수 정당이 간혹 당선자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중대선거구제 덕분이었다.
광주시의회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틀 전 작성된 ‘합의문’과 관련이 있다. 6·2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 연합( 793호 표지이야기 참조) 논의를 진행하던 민주당 등 야 5당은 2월16일 ‘2010 지방선거 공동승리를 위한 야 5당 협상회의’를 공식 출범시켰다. 야 5당 협상회의의 출범과 함께 이날 발표된 내용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협상회의 아래에 정책 연합을 위한 ‘야 5당 정책연합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가 바로 4인 선거구의 2인 선거구 분할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합의문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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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논의가 있었음.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인 선거구의 2인 선거구로의 분할 움직임과 관련하여 (나머지 4당이) 민주당에게 시정을 요청하였다.”
선거 연합 논의를 위해 모인 야 5당 가운데 4당이 민주당의 기득권 확대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야 5당은 이에 앞서 2월10일 선거 연합을 위한 1차 합의문을 낼 때도 ‘호혜 존중’을 강조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포함하여 각 선거에서 어느 일방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하여는 향후 본격적으로 협상한다”는 것이 1차 합의문의 핵심이었다. 2월18일 광주시의회가 기습 통과시킨 선거구 분할안은 야 5당이 두 차례 냈던 선거 연합 합의문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셈이다.
광주시의회의 조례 개정안 날치기가 이뤄지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윤난실 진보신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선거 연합을 위해 ‘5+4 회의’(야 5당과 4개 시민단체의 선거연합 논의기구)가 합의한 핵심은 ‘묻지마 연합’이 아닌 정책 연합을 지향한다는 것과 민주당의 기득권 양보였는데, 선거구 분할 과정에서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기수 전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위원장 역시 “중앙당에서 합의된 사항이 지역까지 조직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버린다면 자칫 5+4회의가 우스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5+4 선거 연합’에 암초 될라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의 말이다. “야 5당의 합의 정신을 존중해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는 광주시당을 통해 나름대로 조정해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며 “우리로서는 민망한 일이지만, 선거 연합에 중대한 암초로까지 작용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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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대가 들어맞을지는 미지수다. 광주시의회의 선거구 분할안 날치기 직후 진보신당 광주시당 등은 호남 지방의원 선거에서 ‘반민주당 연합공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의원 선거를 ‘민주당’ 대 ‘반민주당’ 구도로 치르겠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쉽지 않았던 야 5당의 선거 연합 논의가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난 것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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