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경제 분야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강만수 신임 청와대 경제특보로 이어지는 이명박 경제팀의 ‘삼각 편대’와 팀워크를 잘 이룰 수 있을까? 물론 총리는 정책 조정자 역할을 하는 자리이고, 각료들과 일을 하는 것이지 청와대 쪽과는 업무상 관련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정 후보자가 우리나라 거시경제학 분야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만큼 본인의 소신과 판단이 경제정책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싸고 청와대 쪽 경제팀과 종종 긴밀한 교신·협의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갈등과 대립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갈등의 진원지가 될 공산이 큰 인물은 화려하게 복귀한 강만수 경제특보다. 잘 알려졌다시피 강 특보는 확고한 감세론자다. 반면 정 후보자는 최근 발표한 글에서 “감세가 실제로는 경제 활성화에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소수 부자들의 재산을 불려주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학계의 정설로 굳어진 지 오래”라며 “레이건 정부 시절의 공급 경제학에 기대어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을 하겠다는 건 큰 실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강만수 특보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강 특보를 옆에 두고 윤진식 경제수석이 정책실장을 겸할 정도로 이 대통령은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경제정책에 관한 한 ‘강한 청와대’를 표방하고 나섰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부자에 대한 감세 이미지를 가진 강만수 특보가 다시 경제정책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1년 반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됐으니 이제 통합·서민 노선은 우선순위에서 뒤에 놓고, 지지층인 보수층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펴겠다는 구상일까? 이럴 경우 이 대통령과 정운찬 후보자는 갈등 관계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 후보자와 경제각료 윤증현 장관 쪽은 어떨까? 정 후보자는 윤 장관에 대해 “경제학자로서도 훌륭하시고, 장관이 된 이후에도 신중한 언행을 보이시고 경제를 보는 심층적인 관점을 가지신 분”이라고 평했다. 윤 장관은 무색무취한 전형적인 기술관료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경제 전문가들은 정 후보자가 윤 장관과 정책 엇박자를 빚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장관은 최근 위기 대응 이후에 나타나는 작은 성과에 자만해 개혁을 게을리하면 위기가 재발하게 된다는 ‘CRIC’(Crisis Response Improvement Complacency)를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한 엄격한 구조조정을 주창해온 정 후보자의 생각과 엇비슷한 맥락이다.
경제철학 떠나 상황 따라 접목 가능성한번 맡은 일은 끝까지 밀어붙인다고 해서 ‘진돗개’라는 별명을 가진 윤진식 경제수석 겸 정책실장은 청와대에서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복지·노동 정책까지 아우르는 중책을 맡게 됐다. ‘청와대 쪽 총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따라서 국무를 총괄하는 정 후보자와 어떤 형태로든지 정책 조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 이념과 철학은 단지 구분을 위한 도구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여러 경제 정책을 섞어 구사하는 ‘미세 조정’을 통해 정운찬 경제학과 이명박 경제팀이 미묘한 조화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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