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춤추기는커녕 주저앉고 있는 코끼리 IBM을 살릴 명의로 1993년 영입된 루이스 거스너 회장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심어주고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혁신을 단행했다. 지식 경영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환경도 조성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 춤추는 코끼리의 몸엔 대대적 인력 감축이란 외과수술 자국이 깊게 패어 있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펀 경영’은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로 전파됐다. 직원들 간 자발적 협력으로 경쟁사에 비해 이착륙 대기시간이 짧기로 유명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기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REUTERS/ JEFF HAYNES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날개 위에서 맘껏 피우세요. 오늘 흡연하면서 감상할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펀 경영’의 원조인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유명한 기내 방송이다. 직원 채용면접 때 유머 감각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는다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회장 허브 켈러허는 유머 경영이 바로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9·11 테러’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 항공사는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으면서 연속 흑자 경영을 이뤄냈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노조 활동이 가장 활발한 기업 중 하나다. 모든 직원들은 입사기념일마다 임금이 인상되고 시간제 근로자를 거의 채용하지 않는다. 미국 상위 500여 개의 회사가 학위를 요구하지만 이 회사는 “전문가는 도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광고한다. 사우스웨스트에서는 조종사가 시간이 나면 체크인을 도와주고, 기내 승무원들이 수화물 처리를 돕기도 한다. 사우스웨스트의 이런 미덕 뒤에 숨은 이면은 없을까?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으로 일한 신시아 샤피로는 이라는 책에서 그 밀실의 커튼을 열어젖혔다. ‘젖소의 사회학’이란 말이 있다. 인본주의적 경영에 대한 야유다. 기업의 직원 배려를 농장주가 소의 젖을 많이 짜내기 위한 전략에 빗댔다. 표면적인 존중 뒤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냉정한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여기에 들어맞는다. 쇼를 멋지게 소화해냈을 때 즉각적인 칭찬으로 ‘고래 반응’을 유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호객 행위에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모토는 “비행기는 가능한 한 하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착륙 사이의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종사까지 비행기 청소에 달려들어 15분 안에 해치운다. 조종사와 승무원 사이에 장벽이 없고 서로의 업무를 도와주는 문화, 이것이 사우스웨스트가 자랑하는 가족주의 문화다. 그 결과는 최고의 노동강도다. 인간 존중 경영이라는 명분이 종업원의 실질적인 복지 향상으로 연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렇듯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이윤 극대화 위한 냉정한 계산인가와인 애호가의 필독서 은 “진정한 명품 와인은 흉년인 해에 나온다”고 했다. 천·지·인 중에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주인공인 시즈쿠는 다른 목적을 위해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와인 자체를 즐긴다. 그래서 와인에 더 몰입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빨리 키워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헌재는 포커페이스…윤 탄핵 가늠할 ‘비상계엄 위헌’ 판단 안 해
대형 싱크홀 안에 토사·물 2천톤…“오토바이 구조에 수십시간”
한덕수 ‘파면’ 의견 정계선 “재판관 임명 거부는 윤 탄핵심판 방해”
강풍 올라탄 산불…바짝 마른 산림에 안동·양산도 위험
국민연금 고갈 막을 대안 떠오른 국고 지원…“연금소득세 투입하자”
현대차그룹 “미국에 200억달러 투자…철강공장·HMGMA 포함”
이재명,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 증인 또 불출석해 과태료 300만원
“절벽 끝 의대생에 선배들 ‘잘 싸운다’ 부추겨…‘돌아가라’ 말할 때”
[속보] 법원, 전농 트랙터 서울 진입 불허…“트럭 20대만 허용”
외신, 김건희에 “살해 욕구 드러내”…‘이재명 쏘고 자결’ 발언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