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요금 게으르거나 무지하거나
‘웹하드 이달 요금 2200원….’ 매월 한 번씩 어김없이 오는 문자메시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몇 년째 받고 있다.
처음 웹하드 서비스를 접했을 때 ‘자료를 빠르고 안전하게’라는 그 표어는 바깥으로 돌아다니며 일하는 내게 매력적인 것이었다. 베트남의 외진 시골에서도 서울 공덕동 데스크 앞으로 정확하게 사진을 배달해주었다. 이제는 이동식 저장장치가 흔해지고 전자우편의 전송 용량도 늘어나면서 웹하드를 이용하는 일이 뜸해졌고 웹하드는 거의 방치하고 있다. 그사이 요금 방식이 몇 번 바뀌었지만 처음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추억의 앨범 같은 자료들을 어디론가 옮겨야 하는 일도 그렇고 가입보다 까다롭다는 해지 절차를 밟기도 귀찮아,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매월 이용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도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요금 방식이 여러 가지 있지만 나는 그냥 10여 년 전 방식대로 내고 있다. 영어 약자로 시작되는 여러 요금제가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 작심하고 들여다본 적이 있지만 그 복잡한 조건에 하품 한 번 하고 포기했다. 그 이후론 쭉이다. 자동이체되니 지난달 사용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단지 지난번 기기 교환 때 대리점 직원의 말에 현혹되어 한 달에 한 번도 사용할까 말까 하는 데이터 통화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며칠 전에는 이동통신 회사로부터 멤버십포인트가 곧 소멸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제과점에서 계산을 할 때 “이동통신 회사 포인트로 10% 할인되는데요”란 말을 듣기는 했지만 사용해본 적은 없다. 소비자가 이런 손해를 보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이런 나쁜 놈들!” 하고는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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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이 어느 회사 무슨 상품인지도 모른다. MP3를 다운받기 위해 가입한 사이트에서도 처음의 가입조건에 따라 다달이 몇천원씩 빠져나간다(요즘 큰딸이 열심히 사용하고 있으니 돈값은 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기술(IT) 세상을 살면서 그 당시에는 유용하겠다는 마음에 ‘질렀으나’ 이제는 버려진 것들. 또는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려 개선된 걸 모르고 사용하는 것들. 내가 한 달에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얼마를 지출하는지 따져봐야겠다. 복잡하고 귀찮더라도 참을성을 갖고 적응하자. 알뜰해지자.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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