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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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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끊으면 술·살·돈 삼중고 해결

‘덜 하는’ 삶을 위한 <한겨레21> 기자들이 제안하는 ‘실천21’
등록 2009-01-01 15:43 수정 2020-05-03 04:25
카드 끊으면 술·살·돈 삼중고 해결

카드 끊으면 술·살·돈 삼중고 해결

몇 년 전 한 지인과의 대화 한토막.

“너한테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어.”

“뭔데?”

“힌트. 모두 한 글자야.”

“음…, 술? 나머지는 뭐야?”

“술! 살! 돈!”

“….”

반쯤 장난으로 웃으며 나눈 대화였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소름이 끼친다. 이보다 더 정확하고 날카롭게 내 생활의 문제점을 지적당해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술만 좀 덜 마시고, 살만 좀 빼고, 돈만 좀더 벌면 대한민국 최고의 신랑감이 될 자격이 충분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우선 술. 누군가를 만나 즐거이 마시며 웃고 떠드는 것은 내게 있어 제일 큰 낙이다. 직업적으로도 필수불가결하다. 특별히 글발이 좋은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어서 수시로 팀장에게 구박을 받는 나로서는, 술자리마저 없으면 아무런 할 일이 없게 될 것이다. 거기서 오가는 온갖 잡소리는, 내게 각종 취재 단서와 기사 아이디어의 보고다. 그러니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다음 살. 살은 술의 종속변수다. 아무리 운동을 한다고 해도 들어가는 열량을 매일매일 모두 태워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술을 좀 줄이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뻔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물론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올해도 이 결심을 다시 해볼 작정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돈. 그런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유일한 수입원인 월급은 뻔하다. 결국 방법은 한 가지, 덜 쓰는 것! 물론 공과금과 경조사비 빼면 술값, 밥값, 택시비가 지출의 전부이니, 여지가 크지는 않다. 그런데 요새는 아침에 일어나 신용카드 영수증을 살펴보며 새벽 일들을 떠올리고 후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왜 나는 “한 잔만 더!”를 외치며 굳이 일행들을 이끌고 한 차수를 더 간 것일까? 숙취는 숙취대로 늘고, 돈은 돈대로 쓰고, 마음은 마음대로 불편하다.

그래서 다짐해본다. 올해는 지갑에서 카드를 없애보자. 적당한 정도의 현금만 가지고 다녀보자. 최소한 한 차수만큼의 술은 줄어들고, 한 차수만큼의 살은 덜 찌고, 한 차수만큼의 돈도 아끼지 않을까.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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