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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몰빵’ 작전 실패?

등록 2008-07-18 00:00 수정 2020-05-03 04:25

출시 한달만에 4조원 끌어모았던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수익률 -30%까지 추락하기도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내가 말한 인사이트 펀드 얘기는 기사로 싣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회사도 미래에셋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데, 내가 한 말 때문에 다른 부서 사람들이 곤란해지지 않았으면 해요….”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에 관해 얘기를 나눴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화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마지막 말에서 미래에셋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사이트 펀드는 이렇게 미래에셋의 영향력을 배경으로 지난해 10월31일 출시됐다. 곧바로 한 달 만에 4조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현재 설정규모는 4조8천억원쯤 된다.

전체 자산의 66%가 중국 증시에

인사이트 펀드는 요즘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7월4일 기준으로 ‘미래에셋 인사이트혼합형자 1Class-C’와 ‘미래에셋 인사이트혼합형자 1Class-CE’가 -30.20%와 -30.06%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7월11일 현재 수익률은 -25%대로 다소 개선됐다.

인사이트 펀드의 마이너스대 수익률은 전체 자산의 66%를 차지하는 중국 증시가 최근 폭락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사실 지난해 이맘때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 펀드 ‘열풍’은 ‘광풍’에 더 가까웠다. 지난해 10월 중국 펀드 수탁고는 불과 보름 만에 6조7천억원이나 불어났다. 지난해 2월에는 2570억원이었다. 지난해 11월 상하이종합지수가 6천을 돌파하며 중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자 중국 펀드 투자는 ‘묻지마 투자’로 이어졌다. 서춘수 신한은행 스타시티지점장은 “고객 한 명이 전세자금 2500만원을 대출받아 중국 펀드에 투자하겠다고 해서, ‘중국 펀드가 지금처럼 오르면 좋겠지만 급락할 수도 있는데 전세자금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정중히 거절한 적이 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백승화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팀장은 “친구나 친척들에게 중국 펀드 수익률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돈을 갖고 와 무조건 중국 펀드를 사달라는 고객들도 많았다”고 기억했다.

때마침 인사이트 펀드가 나왔고, 곧바로 중국 펀드 열풍을 잠재웠다. 당시 미래에셋은 중국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막는 대신 투자자들을 자산배분형 펀드로 유인했다고 평가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인사이트 펀드를 ‘몰빵 펀드’로 부르지 말라. 인사이트 펀드가 안 나왔으면 오히려 중국 펀드 몰빵 현상이 더 심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배분형 펀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자산에 한정하지 않고 시장 상황과 전망에 따라 특정 국가·지역·자산을 넘나드는 펀드를 일컫는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상품 등에 골고루 투자해 수익률을 높여나간다. 변동성이 큰 금융시장에서 특정한 지역과 상품에만 투자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인사이트 펀드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던 이유도, 투자자가 떠맡아야 할 자산 배분에 대한 고민을 펀드 쪽에 믿고 맡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산배분형 펀드라는 눈속임

하지만 자산배분형 펀드라는 포장은 눈속임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말 미래에셋의 자산운용 보고서에선 국내외 채권이나 부동산, 상품 등의 투자자산은 하나도 편입되지 않았다. 주식이 90% 이상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단기대출과 예금으로 채워졌다. 주식 투자 지역도 홍콩을 포함한 중국 40.28%, 러시아 16.55%, 브라질 13.80% 등으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중국 주가가 급격히 빠지는 가운데서도, 자산배분형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인사이트 펀드는 중국 주식을 많이 편입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수익률도 떨어졌던 것이다.

4월 말 기준의 자산운용 보고서를 보면 더욱 의아해진다. 중국(홍콩 포함) 66.02%, 러시아 10.29%, 한국 8.50%, 브라질 6.51% 등으로 투자 비율이 조정됐는데, 오히려 중국은 더 늘어났고 수익률이 높은 러시아와 브라질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장경호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은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경우 중국의 리딩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봤다. 중국에 투자한 게 아니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업을 찾다 보니 중국 기업이 많이 걸린 것뿐이었다. 하지만 유가가 급등하면서 이같은 분석이 약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설정 이후 평가손실액이 7월11일 현재 1조2천억원에 이른다. 펀드런(환매)도 이어지고 있다. 3월에는 11억원이 줄었고 6월 들어서는 59억원이 빠져나갔다. 7월11일 현재 100억원 이상의 환매가 이어졌다.

인사이트 펀드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매월 불입하는 적립식이 아니라 한꺼번에 목돈을 넣어둔 거치식에 가입한 것도 문제다. 적립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그치는 반면 97%가 뭉칫돈으로 들어왔다. 회사원 조성찬(가명)씨도 그랬다. 그는 지난 2007년 11월 인사이트 펀드에 1천만원을 넣었다. “중국 펀드가 너무 달아올라 좀 부담스러울 때니까요. 미래에셋만을 믿었죠. 아이들 교육비에 보탤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지금 상태에서 뺄 수도 없잖아요.” 그는 지금 빼면 600만원 정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투자자 97%가 뭉칫돈 맡겨둔 상황

이같은 비판 때문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7월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미래에셋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보고 미래에셋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미래에셋에 대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9만100원으로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고점(20만6500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장경호 팀장은 “6개월 동안의 짧은 기간 펀드 수익률은 큰 의미가 없다.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 펀드 수익률도 처음 몇 달 동안 마이너스였다. 앞으로 1~2년 동안의 수익률을 지켜봐야 한다. 증시가 좋아질 경우 인사이트 펀드가 가장 먼저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원금을 까먹고 있는데, 인사이트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는 보수(수수료)로 짭짤한 수익을 거둬들인 것도 눈총을 받는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운용보수로 294억원을 벌었고, 판매사는 207억원을 벌어들었다.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로 상품이 잘 팔리기 때문에 인사이트 펀드를 판매하는 곳만 증권사와 은행 등 20곳이 넘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자신의 얘기를 싣지 말아달라는 것도 미래에셋의 이같은 파워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의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비판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 전략이 드러나고 보니 결국 투자자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미래에셋에 현혹된 것이더라는 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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