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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 강골마을] 외갓집이 생각나는 한옥들

등록 2008-07-18 00:00 수정 2020-05-03 04:25

▣ 보성= 정대하 한겨레 지역부문 기자 daeha@hani.co.kr

“그 댁 할머님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감자까지 캐서 챙겨주시고. 정말 눈물 나려고 했습니다. …잠자리도 어느 호텔보다 더 포근했고요. 운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최근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에 다녀간 이진기씨가 득량마을(dr.invil.org)의 누리집에 올린 체험후기 한 대목이다.

강골마을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작은 마을이다. 30여 호의 작은 마을에 3채의 한옥과 1개의 정자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 이식래 가옥(민속자료 제160호)은 살림채엔 초가를 얹고 광에 기와를 얹은 것이 이채롭다. 열화정(민속자료 제162호)은 1845년(조선 현종 11년) 지역 동량들을 길러내기 위한 정신 수양의 도장이었다. 이용욱 한옥 담장 옆 우물가에 뚫린 조그만 구멍은 소리통으로 불린다. 동네의 이런저런 여론이 전해지는 소통의 창구였다고 한다. 아주 오랜 연조는 아니지만 전통적 구조에 근대적 실용성이 엿보이는 가옥들이라는 점 때문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골마을 체험 프로그램은 마치 외갓집에 놀러간 것 같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너른 득량벌을 자전거로 나들이하고, 10분 거리의 득량만에 나가 갯벌에서 바지락을 캘 수 있다.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첫 새벽 안개가 자욱한 차밭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단 한 가족만 방문해도 진행한다. 휴가철이나 주말 등 성수기엔 미리 예약한 관광객 40명 정도가 함께 체험장을 찾아간다.

1박2일짜리 체험 프로그램을 보면, 첫쨋날 마을 도착 시간은 보통 오후 3~4시다.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마을과 갯벌 체험을 한다. 저녁 7시에 마을회관이나 한옥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주민들은 갖가지 산나물과 해산물에 조미료를 치지 않고 ‘웰빙 시골밥상’을 차린다. 저녁엔 바지락구이에 가볍게 술 한 잔을 한 뒤,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둘쨋날 아침은 숲 속의 새들이 잠을 깨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15분 정도 떨어진 보성 녹차밭을 찾아가 새벽 안개를 만난다. 율포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서 은빛 바다를 감상한다. 마을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한 뒤 한옥에서 다도 체험을 한 뒤, 정이 물씬 묻어 있는 쌀엿도 맛볼 수 있다. 주민들은 마을에 오신 손님들에게 감자나 매실 등을 들려서 보낸다.

체험 프로그램 진행자인 박홍주(34)씨는 “예전에 사람이 살았고 지금 살고 있는 한옥에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독특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며 “마을 나들이 외에도 갯벌과 녹차밭 등 보성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자가용을 갖고 가지 않을 경우 기차를 타고 보성 득량역에 내려 득량정보화마을 관계자에게 연락하면 역까지 마중을 나간다. 숙박은 예약해야 하고, 숙박비와 체험 프로그램 비용은 별도다.

●주요 체험 프로그램

녹차밭 체험:

새벽 안개가 자욱한 보성 녹차밭을 둘러보며 심신을 달랜다. 보성녹차밭은 새벽녘에 보아야 제 맛이며, 햇살이 비치는 모습도 감탄을 자아낸다. 득량만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강골마을에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한 뒤 직접 차를 마시며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코스는 대한다원 → 보성녹차밭 전망대 → 제2다원 → 해안일주 도로 → 다도체험(3시간 걸림)

전통마을 체험: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전통 가옥 30여 채가 오봉산 작은 골짜기 안에 접시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금재 가옥과 열화정 등은 문화재적으로 가치가 높다. 가옥과 가옥 사이를 잇는 담쟁이넝쿨과 대나무로 뒤덮인 돌담길이 씨족마을의 전형을 보여준다. 영화 의 촬영지다. 외갓집에 간 기분으로 마을을 돌며 우물과 담장 등을 보고,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전통 생활풍습을 체험할 수 있다.

● 일정별 체험 프로그램

당일 프로그램: 마을 둘러보기, 갯벌체험(1만원)

1박2일 프로그램: 첫째날- 마을체험, 갯벌체험, 시골밥상 맛보기/ 둘째날:녹차밭 체험, 다도체험/성인(3만5천원) 소인(3만2천원)

2박 3일 프로그램: 첫째날- 마을체험, 갯벌체험, 시골밥상 맛보기/둘째날- 녹차밭 체험, 다도체험/ 셋째날- 용추폭포 놀이, 장수풍뎅이 잡기/ 성인(4만5천원), 소인(4만2천원)

● 문의

보성 득량마을(http://dr.invil.org) 이정민 마을위원장(010-6211-5777)/ 마을정보센터 김소연(061-853-2885)

● 숙박시설

부흥민박: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 061-853-2885, 010-3102-9886, 3만~4만원(성수기 1만원 추가)

평화의 집: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 061-853-2885, 010-3102-9886, 3만~4만원(성수기 1만원 추가)

아침마루(한옥펜션):
득량면 비봉리 061-853-2885, 010-3114-5757, 6만원(주말 10만원, 성수기 12만원)

이중재 한옥: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 061-853-1222, 010-6211-5777, 3만~4만원(성수기 1만원 추가)

이용욱 한옥: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 061-853-1222, 010-6211-5777, 3만~4만원(성수기 1만원 추가)

이식래 한옥: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 061-853-1222, 010-6211-5777, 3만~4만원(성수기 1만원 추가)

● 찾아오는 길

서울 → 동광주나들목 → 광주외곽순환도로 → 29번 국도 → 화순 → 능주 → 보성 → 득량면(845번 지방도) - 엘지주유소 삼거리에서 좌회전 - 강골마을

부산 → 호남고속도로 순천나들목(2번 국도) → 벌교 → 보성(2번 국도) → 득량면(845번 지방도) → 엘지주유소 삼거리에서 좌회전 - 강골마을

목포 → 강진(2번 국도-보성 방면) → 보성 → 득량군두사거리 → 강골마을

● 추천 맛집

낙지한마당: 낙지요리, 득량면 비봉리, 061-85308714
송죽식당: 해물탕, 득량면 오봉리, 061-853-7347
대성식당: 백반, 득량면 예당리, 061-853-7168
녹차먹인돼지: 돼지고기, 보성읍, 061-853-3399
중수문횟집: 생선회, 득량면 예당리, 061-853-7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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