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기후변화’가 핵심 의제인 G8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 목표’ 제시 못할 듯</font>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의 지구 온난화 대응 카드는?’
이 대통령이 7월7~9일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지구 온난화 대응책과 관련해 어떤 비전을 밝힐지에 관심이 쏠린다.
애초 20% 감축 비전에서 갈수록 후퇴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기후변화’라는 지구촌 공동 과제다. 최대 관심사는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 목표를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하는가’다. 2012년으로 끝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13년부터 적용될 ‘포스트 교토의정서’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영국은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60~80%, 캐나다는 55% 감축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우리 정부의 철학과 미래 비전을 선진국과 신흥 경제 강국 정상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의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치를 발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 때문일까?
애초 우리 정부는 G8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Business as usual) 대비 20%를 줄이고 이를 통해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견인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했다. Bau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특별한 노력 없이 정상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할 경우의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를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그만큼 줄이기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해 결국 정부는 규모를 낮췄다. 지난 6월25일 총리실·외교통상부·지식경제부·환경부 등 정부부처가 공동 주최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이명규 총리실 기후변화기획단 부단장은 2020년까지 Bau 대비 10~15% 감축을 국가 감축 목표로 제시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반도체·석유·석유화학·양회·자동차·제지·철강 등 28개 업종 단체와 함께 자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감축 목표를 정하는 데 반대하며 자율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주장이다. 김영주 철강협회 환경기술팀장은 “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그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결국 공청회가 끝난 뒤 총리실은 보도자료를 내어 “국가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7월1일 산업계·환경단체와 함께 정부 감축 목표에 대해 다시 한 번 논의를 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G8에서 발표할 만한 수준으로 감축 수위를 조절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리는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 앞에서 뭔가 발표를 하려면 구체적인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구체적인 감축 목표도 없이 앙꼬 없는 내용을 발표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환경단체 “너무 낮다”, 산업계 “너무 높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제시한 안은 누구도 만족하지 못했다. 환경단체 쪽은 목표가 너무 낮다고 주장했고, 산업계 쪽은 너무 높다며 목표 감축량을 꼭 제시해야 하느냐고 맞섰다. 정부가 내놓은 수치는 너무 낮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회의 참가자는 “정부가 제시한 안이 기대 수준에 견줘 너무 낮았다. 정부 감축안을 발표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박수받을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한테 욕을 들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부 쪽이 우려하는 점은 또 있다. 한 정부 인사는 “국민의 컨센선스(동의)가 있어야 한다. 감축 목표에 대해 환경단체와 산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덜컥 발표를 해버리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처럼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브리지(중간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선진국과 경제성장을 위해 감축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개발도상국에 감축 기술 지원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중간의 회색지대에 있으면서 아무런 의무를 지지 않은 채 ‘열심히 하겠다’는 외교적 레토릭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747에 맞춰 감축 목표 자료 만들기도
청와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감축 목표 기준치를 갖고 있다. 대통령도 이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조만간 감축 목표를 밝히겠지만 G8에서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G8에선 감축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와 의지에 초점을 두고 얘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후변화 대책에 관해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지구 온난화 대책 마련에 안이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환경단체 간부는 “공무원들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747(7% 성장·국민소득 4만달러·7대 경제 강국)에 파묻혀 경제성장 7%에 맞춰 감축 목표 자료를 만든 적도 있다. 이 경우 감축 목표치는 크게 달라진다. 실현 가능하지도 않은 7% 성장 우선주의에 기대어 엉뚱한 자료를 만들어낸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흔하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을 경우 이런 산업이 추진력을 받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거세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은 각 부처가 추진하겠다는 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친다. 예산이나 정책의 우선순위도 없다. 단기적으로 무엇을 먼저 할지, 중장기적 대안은 무엇인지를 결정한 뒤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후변화 정책은 총리실에서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가 힘이 없다 보니 말발이 안 선다. 총리실이 환경부와 외교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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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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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경제학원론에서는 환경오염 등 이른바 ‘외부불경제 효과’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세금 부과 △직접 규제 △당사자 간 자발적 협약 △배출권 거래제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배출권 거래제는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라는 공해를 ‘거래 상품화’하는 것인데, 환경에 대해 재산권을 설정한 뒤 경제주체 간에 거래를 통해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촉진한다는 주장이다. 세부적으로는, 각 국가에 배출 가능한 연간 탄소량이 배정되는데, 이 배출권 총량을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경매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배분할 수도 있고, 일단 배출권을 기업들에 제공한 뒤 거래시킬 수도 있다.
배출량이 각 기업들에 정해지면 거래를 통해 배출량을 사고팔 수 있다. 기업은 배출권 보유량 이하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거나 다른 업체로부터 부족한 양만큼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다.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데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기업은 배출량을 더 삭감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탄소배출 저감 비용이 큰 업체에 잉여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내다버리는 공간으로 대기를 사용할 권리를 부여하는 이런 탄소배출권 제안은 이미 각국과 국제기구에 의해 합법화됐고, 주류의 학계·정치권·업계는 물론 시민단체도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해 “전 지구적 공유자산인 대기조차 상품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탄소배출권 시장이 형성되면서 기업과 금융회사들은 이 새로운 투자 시장에서 막대한 이윤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연조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상품화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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