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계 이단자의 시장경제에 대한 경고
한겨레경제연구소가 뽑은 2008반 상반기 경제·실용서
경제·경영·자기개발서 분야 상반기 결산…실용적인 경제 상식부터 인생의 지혜까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해준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1만원
기업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제에 미래는 없다!
“자본주의 경제의 도덕적 비판자”라고 불리는 갤브레이스는 여러 저서를 통해 현대사회의 공룡이 된 거대기업의 문제에 경종을 울려왔다. 타계하기 2년 전에 쓴 마지막 저작인 이 책도 그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갤브레이스가 보는 오늘날 시장경제는 모든 것이 거짓된 사기의 세계다. 우선 오늘날 자본주의를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부터 사기라고 말한다. 자본가의 지배력과 노동자의 종속성을 함축하는 동시에, 착취적일 뿐만 아니라 공황을 거치면서 자기파괴적이라는 부정적 의미까지 담게 된 ‘자본주의’라는 말을 버리고, ‘시장체제’라는 개념으로 이름을 새로 짓는 것부터가 사기다. 적어도 화폐가 존재한 시기만큼이나 오랜 시장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특정한 시기의 경제체제에 ‘시장체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의 실체를 감추려는 변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갤브레이스가 열거하는 사기의 목록은 무척 길다. 실질적으로는 거대기업의 광고가 지배하는 소비자의 선택을 이른바 ‘소비자 주권’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현실을 호도하는 사기일 뿐이고, 거대기업 조직 자체가 이미 관료주의화된 상황에서 관료제의 폐해를 들먹이며 ‘시장 자율’을 외치는 것도 사기고, 실제로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행하는 공개시장 조작의 거짓된 명성도 사기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기업 권력에 주목하는데, 기업 권력은 민간 부문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으로까지 확장된다. 기업 권력은 이미 국방·환경·조세정책도 좌우한다. 그는 이처럼 경제 전반을 장악한 거대기업의 통제받지 않는 이익 추구 행위는 국민경제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업사회’의 현실을 돌아보다
“경제는 도덕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며, 윤리와 도덕에 토대를 두지 않는 경제발전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주장한 갤브레이스는, 현대 경제학이 숫자놀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역사적인 관점을 강조했다. 20세기 미국의 발전 과정과 권력의 본질을 분석하면서 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해, 미국 경제학계의 ‘이단자’로 불리기까지 했다. 미국 경제학계의 이단자 갤브레이스 교수의 경고는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공기업 민영화, 민간 의료보험 도입, 전경련의 교과서 수정 요구 등 이미 기업이 사회를 재조직하기에 이른 ‘기업사회’ 대한민국의 현실은 갤브레이스가 비판하는 미국 자본주의를 더욱 닮아간다. 더구나 총수 1인 혹은 일가족 지배 형태인 한국 대기업들의 행태는 미국보다 더욱 심각하고 위험하다. 뿐만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 거대기업의 영향력까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학계의 거두로 98살을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줄곧 주류 경제학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해온 갤브레이스의 마지막 목소리는 한국 사회가 분명 귀담아들어야 할 경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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