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지난해 일본 ‘가구야’, 중국 ‘창어 1호’ 이어 인도도 달 탐사위성 준비 중, 한국은 올해 말 우주센터 갖춰 </font>
▣ 쓰쿠바·다네가시마(일본)=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한겨레 특파원 moon@hani.co.kr
“지구는 인류의 요람(cradle)이다. 하지만 인류가 영원히 요람에 머물 순 없다.”(옛 소련 물리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 인류는 지금까지 200차례 넘게 우주를 넘나들었다. 1957년 옛 소련이 쏘아올린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는 직경 58cm에 불과한 금속공이었지만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내디딘 첫발이었다. 미국과 옛 소련이 벌여온 우주개발 경쟁은 1980년대에 유럽과 일본이 동참하면서 우주기술 경쟁의 시기로 돌입했다. 특히 21세기 들어 달 탐사위성 같은 행성탐사, 유인 우주선 발사 등에서 불꽃 튀는 경쟁이 다시 펼쳐지고 있는데, 미국·러시아·유럽의 독무대에 중국·일본·한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가 대거 가세하는 형국이다.
중국, 우주공간에 공산당 지부까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우주개발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쪽은 중국이다. 중국은 2003년과 2005년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州) 5·6호’ 발사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우주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미국·러시아에 이어 인류 역사상 세 번째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최초의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1호’를 발사함으로써 우주개발의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중국 언론들은 창어 1호 발사를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의 꿈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올해 세 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 7호’를 쏘아올리고 2009년에 화성 탐사선 ‘잉훠(熒火) 1호’를 발사해 화성 입체사진을 지구에 전송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중국은 이미 1994년 우주 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한 ‘창어공정’을 수립하고 △2012년 달 무인 착륙선 △2107년 유인 왕복선 △2022년 우주인 달 착륙이라는 우주개발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간쑤성 주취안(1958년 건설)과 쓰촨성 시창, 산시성 타이위안 등 3곳에서 위성발사장을 운영하고 있고, 하이난섬 원창에 네 번째 우주발사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흥미롭게도 중국은 우주공간에 공산당 지부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부를 세우려면 당원이 3명만 있으면 된다. 현재 중국 우주인들은 모두 14명이므로 ‘우주 공산당 지부’를 구성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필적하는 우주 강대국 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야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립과학원 보고서는 “(중국의 위협) 추세가 지속되면 미국은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슈퍼파워의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69년에 우주로켓 발사장을 건설하고 1970년 첫 인공위성 ‘오스미’를 발사하면서 우주경쟁 대열에 뛰어든 일본은 지난해 9월 우주개발에서 새로운 획을 그었다. 중국보다 한 달 앞서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쏘아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아시아 국가의 달 탐사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는 위치에 섰다고 말한다. 일본 문부과학성 우주개발위원회 마쓰오 위원장은 “일본이 가구야를 발사한 뒤에 중국도 발사했고 인도도 현재 발사를 계획 중”이라며 “지금 가구야 위성이 달 표면에 관한 주요 정보를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산업 분야 중 일본이 미국보다 앞서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달 탐사 경쟁은 본격적인 우주개발 경쟁의 전초전인데, 인도 역시 오는 4월 독자 개발한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쏘아올릴 계획이다.
일본은 2025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과 우주실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신흥 경제대국인 중국·인도가 우주경쟁에 빠른 속도로 뛰어들면서 갑자기 아시아에 우주개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주개발위원회 마쓰오 위원장은 “탈냉전 시대에 전세계가 큰 틀에서 우주개발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동 달 탐사 제안도 나오고 있지만, 핵심 우주기술과 매우 어려운 분야는 국가마다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치열한 경쟁 양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12월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까
요즘 일본 정부는 가구야가 지구궤도를 돌면서 촬영한 달 표면 사진을 텔레비전을 통해 국민에게 자주 보여주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다카유키 우주국제협력기획관은 “가구야가 보내온 달 사진을 국민에게 보여주게 된 건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이를 통해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각국이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올해는 한국도 강대국들의 성역인 우주개발 대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탑승 우주인이 될 고산(32)씨가 4월8일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고, 9월에는 전남 고흥군의 외나로도에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돼 우주개척 시대를 향한 첫걸음을 뗀다. 또 12월에는 국산 과학기술 위성 2호를 실은 KSLV-1로켓이 우주를 향해 발사된다. 고씨가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면 우리나라는 전세계 36번째로 우주비행사를 배출하고, 러시아·미국·프랑스 등에 이어 11번째로 우주과학 실험을 한 국가가 된다. 특히 12월,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 로켓에 실어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하면 세계에서 9번째로 ‘스페이스클럽’(자력 위성발사국)에 가입하게 된다. 정부도 지난해, 2016년까지 10년간 우주개발 예산 3조6천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는 ‘우주개발 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먼저 우주 분야의 핵심 기술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2017년 300t급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 △2017년 달 탐사선 개발 착수 △2020년 달 궤도 탐사선 발사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우주개발 관련 기술은 위성체, 발사체, 위성활용 기술 등으로 나뉜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사업 참여인력은 산·학·연을 합쳐 위성 분야 444명, 발사체 분야 495명, 위성활용 분야 335명 등 총 1274명에 이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약 15년간의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공위성의 경우 상당 부분 우주 선진국의 기술에 접근했다고 평가한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에 첫발을 내디딘 시점은 1992년 8월 ‘우리별 1호’ 위성 발사 때라고 할 수 있다. 백홍열 항우연 원장은 “선진국과 대비해 위성체 분야는 80∼90%, 우주발사체 분야는 기술영역별로 50∼70%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위성활용 분야 기술자립도에서 단일위성 운영은 90%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영상자료 활용기술은 이제부터 쌓아가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위성항법과 우주탐사 분야는 기초 기술력이 선진국 대비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갖추려면 위성·발사체 분야에서 핵심 기초기술을 확보해야 하는데, 우주 핵심기술은 기술이전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전략기술이라서 외국이 쉽게 이전해주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독자적인 연구개발에 의해 획득해야 한다.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데다 기술격차에 따른 기술종속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항우연은 “그동안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선진국의 우주기술을 모방하고 내재화하는 전략을 펴왔지만,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능력이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 기술을 습득해온 통로는 주로 러시아다. 대표적인 것이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TSA)에 따라 러시아와 함께 개발한 로켓(KSLV-Ⅰ)이다. 올해 말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 손으로 제작한 100kg급 소형 과학기술위성 2호를 이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올릴 예정이다. KSLV-1 로켓의 핵심인 1단 액체추진엔진은 우리 기술이 부족해 러시아가 맡았고, 2단 킥모터(고체로켓)와 인공위성 탑재부를 포함한 상단은 한국이 맡았다. 비록 러시아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KSLV-1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주발사체에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외국 발사장을 빌리지 않고 우리 땅의 발사장에서 쏘아올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우주개발비, NASA의 10% 한국의 10배
최근 일본·중국·인도는 각각 자체 개발한 대형 로켓인 H2A, 창정, GSLV를 이용해 달 탐사에 도전하고 있다. 백홍열 원장은 “올해 말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위성 자력발사국의 지위를 얻게 된다”며 “현재 액체엔진 발사체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을 실어나르는 로켓은 2∼4단으로 구성되며, 맨 아래에 있는 1단 액체로켓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고흥군 외나로도 511만㎡(여의도 면적의 0.6배)의 터에 들어선 우주발사장 나로우주센터는 우주개발의 최전방 전초기지로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나로우주센터는 발사대 시스템·발사 통제동·위성시험동·발사체 종합조립동·우주교육홍보관 등을 갖추고 있다.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되면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하는 국가가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6기의 위성(아리랑 등 다목적 실용위성, 우리별 등 과학실험위성, 상업용 통신위성인 무궁화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운용하고 있다. KSLV-1 로켓에 실려 발사될 과학기술위성 2호는 2006년에 완성돼 발사를 기다리는 상태다. 우주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2015년까지 총 20기의 인공위성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위성은 하나 개발할 때마다 2천억∼3천억원이 투자된다. 위성체의 경우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식별할 수 있는 1m급 고해상도 카메라 기술을 확보해 세계 6∼7위권의 고정밀 위성국으로 진입했고, 현재 0.7m 급 정밀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우주 선진국은 대부분 이미 위성체·발사체 개발을 끝내고 독자 위성항법 시스템과 우주탐사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위성항법 시스템은 지표면에 있는 차량·선박 등의 위치를 추적하는 위성 시스템으로, 지구를 중심으로 최소 24개 위성이 함께 돌면서 서로 위치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유럽은 이와 관련해 30기의 위성으로 구성되는 갈릴레오 위성항법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있고, 러시아·중국·일본도 총 30여 기의 위성으로 구성되는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각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얼마나 될까? 2006년 기준으로, 전세계 정부투자 우주개발 예산은 총 503억달러에 달했다. 우리 정부의 우주 분야 연구개발 투자액은 2006년에 2억900만달러(GDP 대비 0.026%)였다. 미국은 385억9천만달러(GDP 대비 0.139%), 일본은 22억3천만달러(GDP 대비 0.051%)다. 정부지출 총 연구개발 예산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우주개발 예산은 3.0%(2007년)에 그친다. 일본 문부과학성 다카유키 우주국제협력기획관은 “일본의 우주개발 관련 예산은 2008년에 2666억엔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10%이고, 유럽의 절반, 한국의 10배에 달한다”며 “일본의 국가 총 연구개발 예산 중에서는 약 7%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품은 우주개발에서 나온다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2005년 888억달러에서 2006년 1천억달러로 증가했다. 이 중에서 위성·로켓 산업이 15∼20%를, 나머지 약 80%는 위성을 이용한 통신·방송 서비스, 위성영상 및 부품산업이 차지한다. 위성발사 수요뿐만 아니라 위성활용 시장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항우연은 “정부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이 상용화를 위한 파트너십 형태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문기업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상용성이 높은 기술을 선별해 중장기적으로 획득한 뒤 보유기술을 상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세계 최대의 발명가 집단인 미 항공우주국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주개발은 신산업과 직결돼 있다. 우주선과 우주비행사, 우주정거장 등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발명된 우주 신기술이 민간에 이전돼 속속 상품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자동 박테리아 검출장치 △연기감지 화재경보 장치 △알루미늄 주택 단열재 △중금속과 악취를 걸러주는 이온 여과장치 정수기 △토양 없이 작물을 재배하는 수경재배 △화장품 사용 전후의 피부 상태 확대 사진 △형상기억합금 브래지어 등이다. 태양전지·헬륨3 같은 미래 에너지원을 선점하기 위한 우주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비록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현재는 투자 대비 효율이 낮지만, 우주개발이 단순한 국력 과시를 넘어 ‘큰돈이 되는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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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주 퍼포먼스 준비 중”</font>
은 2월19일, 한국의 첫 탑승 우주인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10박11일의 우주여행을 떠날 고산(32)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오는 4월8일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호를 타고 우주여행을 떠날 고씨는 현재 러시아 가가린 훈련센터에서 우주 환경 적응훈련을 받고 있다.
<font color="#216B9C">우주정거장에서 어떤 실험을 하게 되나? </font>
=여러 실험장비를 가져가 18가지 실험을 수행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우주 공간에서 식물의 발아 생장 및 변이 관찰 △초파리를 이용해 중력과 노화 유전자 찾기 △미세 중력이 안구압에 미치는 영향 및 우주 환경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 연구 △우주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메모리 소자 실증 실험 △미세중력 상태에서 소질량 물체의 무게 측정장비 개발 △한국 전통식품을 활용한 우주식품 개발 △미세중력 상태에서 우주인 신체(얼굴)의 형상 변화 연구 등이 있다.
<font color="#216B9C">첫 한국인 우주인으로서 감회는?</font>
=지금까지 500명 정도가 우주에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한 명으로 선택됐다는 사실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번 여행이 한국이 우주로 향한 길을 열어가는 큰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font color="#216B9C">훈련센터에서 어떤 훈련을 받고 있는지?</font>
=우주선 발사와 귀환시 우주인은 지상에서 느끼는 중력(1G)의 3∼8(G)배에 달하는 힘을 받게 되는데, 현재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유사한 크기의 중력가속도를 직접 체험하면서 적응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또 중력 상태에 머물다가 갑자기 무중력 상태가 되면 신체의 감각기관이 혼란을 일으켜서 우주 멀미를 하게 된다. 회전의자에 앉아 머리를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우주 멀미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font color="#216B9C">부여된 미션 이외에 개인적으로 우주 공간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font>
=주요 임무는 우주 실험이지만, 우리 국민이 우주를 좀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주에서만 가능한 재미있는 퍼포먼스들을 포함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font color="#216B9C">‘우주와 지구’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font>
=우주는 끝없는 신비와 경이로움의 대상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가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기적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인간은 이런 신비로운 세상에 ‘생명’을 갖고 살아 숨쉬고 있다. 비록 인간은 우주 속에 아주 잠시 존재하다 티끌로 돌아가는 작은 존재지만, 이 세상의 신비를 머리로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전율할 수 있는 놀라운 존재다. 우주와 인간에 대한 이런 경이로움은 아마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을 한 번쯤은 휘젓고 지나갔겠지만, 일상생활에 묻혀 자주 잊혀지는 것 같다. 이번 우주비행이 어른들에게도, 이 신비로운 우주와 그 속에 살아 숨쉬는 고귀한 존재인 ‘나’와 ‘우리’를 되돌아보고, ‘푸른 별’ 지구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길지 않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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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짓는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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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한국의 첫 탑승 우주인 고산씨가 11일 동안 머물게 될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지구궤도에 건설되는 거대한 우주 건축물이다. 여기에 사람이 생활하면서 우주실험, 우주관측 등 우주개발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우주정거장은 1971년 4월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살류트’를 발사한 데 이어 1973년 미국이 ‘스카이랩 1호’를 쏘아올렸다. 특히 옛 소련이 1986년 궤도에 올린 우주정거장 ‘미르’호는 15년 동안 지구를 8만6320번 돌면서 12개국 104명이 탑승했는데 2001년에 폐기됐다.
고씨가 머물게 될 국제우주정거장은 1995년 미국이 러시아와 공동으로 건설에 착수했다. 현재는 유럽·일본을 포함해 1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빠져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승무원 거주시설과 연구시설, 지원시설 등 총 43개 모듈이 합쳐져 완성된다. 2010년에 완공될 예정인데, 길이 109m, 무게 450t으로 러시아의 미르 정거장보다 4배 크고, 747 여객기와 맞먹는 사상 최대의 우주 구조물이 된다. 우주공간에서 수행되고 있는, 피라미드나 수에즈운하에 견줄 만한 인류의 대역사로 불린다.
우주정거장에 결합될 구조물들은 각국이 맡아 제작하고 있다. 구조물이 완성되면 컬럼비아·챌린저·디스커버리·애틀랜티스· 인데버호 등 우주왕복선(space shuttle) 화물칸에 실려 지구궤도 407km 우주공간으로 옮겨져 로봇팔 등에 의해 조립된다. 지상에서 미리 규격화된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차례로 하나씩 쏘아올려 우주정거장에 도킹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에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에 첫 상주 승무원이 도착했고, 미국 우주왕복선 인데버호가 초대형 태양전지판 2개를 싣고 우주로 올라가 우주정거장에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 완공될 때까지 우주왕복선은 완성된 구조물을 싣고 10여 차례 더 발사될 예정이다.
미국은 2014년까지 달에 발을 다시 딛고 2024년까지 달 기지를 건설한 뒤 화성 탐사를 추진한다는 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달 기지가 인류가 꿈꿔온 장기 우주탐사의 전초기지라면 국제우주정거장은 더욱 먼 거리의 우주탐사 길을 여는 중간 정거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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