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시절 실행능력 없는 기업에 상암 DMC 금싸라기 땅 5천여 평 분양… 외자유치사업이 ‘오피스텔 분양업’으로 급변한 사정은
▣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지금까지 세인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 가운데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사건를 순서대로 꼽으라면 ‘상암 DMC’ 택지 분양을 둘러싼 의혹이 맨 앞자리를 차지할지 모른다. 그동안 언론을 장식해온 ‘BBK 사건’이나 아들·딸의 ‘위장 취업’, 도곡동 땅 실소유주 공방 등은 숱한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자연인 이명박’을 둘러싼 문제였다. 즉, 사인(私人)이, 사적 영역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터진 일인 것이다.
그러나 ‘상암 DMC’ 택지 분양 의혹은 다르다. 서울특별시장이라는 ‘공적 지위’에 있던 이 후보가 ‘한독산학협동단지’(이하 한독)라는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DMC 지구 안의 금싸라기 땅 5천여 평을 분양해 수천억원대의 개발 이익을 얻게 했기 때문이다. 한독은 독일 쪽의 학자·기업인들의 모임인 ‘독일대학컨소시엄’(이하 KDU)과 함께 5천여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한독연구단지’(Korean-German Institute of Technology·이하 KGIT)라는 이름의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서울시로부터 DMC 내 땅 세 필지(C4·E1-1·E1-2)를 받아 그 위에 최고 지상 32층짜리 오피스텔을 지어 팔아먹었다.
서울시는 애초 사업제안 내용을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한독 쪽의 비상식적인 업무 추진 과정을 빤히 지켜보면서도 땅을 팔고, 분양승인을 내줬으며, 결국 건물의 사용승인까지 내줬다. 사건은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들의 고발로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오수)로 넘어간 상태다. 지난 6년 동안 DMC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때는 200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MB 방독 때마다 한독 인사들 동행
일은 한 대학교수의 ‘선의’에서 출발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윤여덕(61) 교수가 독일의 우수한 공학 기술을 받아들여 우리나라에 연구시설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00년 여름께였다. 그는 독일 본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독일통으로, 서강대 기획처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독일 기업인들을 초청해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해가며 인맥을 넓혀갔다. 그는 주변 지인들을 끌어모아 2000년 11월1일 ‘한독산학협동단지’(당시 자본금 1억원)라는 법인을 만들고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독일 쪽 지인들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연구소는 똑 부러진 사업 경험이 없는 윤 교수와 주변 인사 몇 사람이 의기투합한다고 해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때마침 도움의 손길을 준 것은 윤 교수와 전주 동향인 탁병오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다. 서울시는 그 무렵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자리한 상암동에 앞으로 디지털·미디어 사업의 메카로 성장해나갈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를 조성하던 중이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2002년 2월2일 서울시 ‘DMC 추진반’의 배상필 반장은 한독에 “귀사의 사업 내용은 우리 시에서 조성 예정인 DMC 사업 목적에 부합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회신을 보내기에 이른다.
이에 용기를 얻은 한독은 한 달 뒤인 3월21일 KDU와 ‘KGIT 설립에 관한 협정서’를 맺는다. 한독 쪽에서 연구소 설립을 위한 토지와 5년간 연구단지 운영 비용을 부담하고, KDU 쪽은 독일연방 정부와 독일 기업들의 지원을 얻어 2억유로어치의 연구시설과 기자재를 제공한다는 조건이었다. 서울시와 한독이 “DMC에 KGIT를 짓도록 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만든 것은 그로부터 다시 석 달이 지난 2002년 6월25일이었다. 고건 전 서울시장 때 일이다.
2002년 7월 취임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초기엔 고건 전 시장의 업적인 DMC 쪽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한독 쪽의 사업계획을 듣고, 이 사업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2003년 6월9일 프레스센터 목련홀에서 한독 관계자들을 불러 아침을 샀고, 독일을 방문할 때마다 여러 차례 한독 관계자들을 동행시켰다. 2004년 4월8일 건물 기공식이 열릴 때는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으며, 그날 밤 조선호텔에서 열린 리셉션에도 일부러 다시 찾아 축사를 했다.
문제는 한독 쪽에 사업을 이끌어나갈 만한 역량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독이 받은 땅은 ‘교육연구시설’과 ‘외국기업용지’로 각각 용도가 정해진 C4(2389평)와 E1(2875평)을 합친 5264평이었다. 용도가 정해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C1에 짓는 건물은 최소한 60% 이상이 KGIT의 연구소로, E1에 짓는 건물은 최소 50% 이상 KGIT와 관계된 외국 기업 사무실로 쓰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이 마지막, 이번이 마지막…
서울시가 한독에 판 땅의 평당 판매가는 C4는 885만원, E1은 1115만원이었다. 모두 용적률 800%가 적용되는 서울의 금싸라기 땅이다. 비슷한 조건으로 평가되는 뚝섬 ‘서울숲’ 앞 상업지구는 2006년 평당 7500만원 선에 팔렸다. 땅을 받는 것만으로도 평당 최소 5천만원, 땅 전체로는 3천억원어치의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한독이 C4의 공급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2002년 8월20일, E1은 12월20일이었다.
그 무렵부터 한독이 KGIT 사업을 이끌어나갈 만한 깜냥이 못 된다는 사실을 서울시와 서울시 도시개발공사(현 서울SH공사) 실무진들은 알았던 것 같다. 2002년 8월20일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직원 김주영씨가 한독에 보낸 공문 ‘DMC 사업용지 공급대상자 선정결과 통보’를 보면, 땅 매각 조건으로 세 가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첫째는 독일 쪽 참여자 ‘KDU’의 구체적인 사업참여 계획서를 6개월 내에 제출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제시한 용도 비율을 지킬 것, 셋째는 선정 발표일 다음날로부터 10일 안(2002년 8월30일)에 계약을 맺을 것이었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계약은 당연히 해지된다.
한독은 그 조건을 맞췄을까. 그렇지 않다. 첫째 조건인 KDU 쪽의 사업참여 계획서는 5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투자하기로 한 2억유로어치 기자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계약 날짜를 지키지 못해 다섯 번이나 “계약 날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신기하게도 서울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되뇌며 그 요청을 수용했다. 결국 계약을 맺은 것은 2003년 4월이다.
한독은 연구소와 외국 기업을 유치하라고 한 땅에는 오피스텔을 만들어 분양했다. E1 터에 세워진 오피스텔 세 동에는 402가구가 분양을 받아 1천여 명이 입주해 있다. 한독이 2007년 3월13일 작성한 문건 ‘한독 DMC 분양보고서’를 보면, 회사는 C4·E1에 상가와 오피스텔을 분양해 6135억3611원의 수입을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동균 한독 전무는 국감에서 “실제 지금까지 분양 수입은 3400억원이고 아직 700억원은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이 없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행정이다.
서울시와 한독이 맺은 토지매매 계약서 11조를 보면 △허위 내용으로 땅을 샀을 때 △지정 용도로 땅을 사용하지 않을 때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놨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월29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벤처 성격을 갖는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이 전 시장이 한독 쪽에 기회를 주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독은 왜 다섯 번이나 계약 날짜를 미뤘을까. 계약금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땅의 전체 매입 자금은커녕 회사 운영비와 계약금조차 마련할 수 없는 작은 회사였다. 당연히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꼬여들기 시작했다.
공급자 지정 전 오피스텔 분양 계약
부동산 개발업체 시티밸리가 한독과 2002년 11월18일 맺은 계약서를 보면 당시 한독이 놓였던 상황을 알 수 있다. 시티밸리는 한독에 땅 계약금(53억5천만원)과 사무실 운영비, 기타 업무추진 비용을 대기로 하고 회사 지분 60%를 인수한다. C4는 연구소로 개발하고, E1에는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할 속셈이었다. 한독이 E1의 토지 공급자로 지정된 것은 시티밸리와 계약을 맺은 뒤 한 달이 지난 그해 12월20일이다. 어떻게 한독은 공급자로 지정되지도 않는 땅에, 그것도 오피스텔을 지어 팔 수 없는 땅에 “오피스텔을 분양할 수 있다”며 시티밸리의 돈을 끌어들일 수 있었을까. 최규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실의 박진형 비서관은 “이 사건에 서울시 윗선이 개입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2003년 1월부터 그해 8월까지 한독 부사장을 지낸 박하용씨는 “시티밸리가 나중에 사업에서 손을 떼 결국 계약금은 명동에서 사채 100억원을 끌어와 충당했다”고 말했다. 잔금과 건축비는 국민은행(300억원), 금호생명(200억원), 녹십자생명(130억원) 등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충당했다. 윤여덕 한독 대표이사는 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10월29일 서울시 국감에 불려나와 “그때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인정하는 실수는 딱 하나다. 실무자가 실수로 오피스텔 분양승인을 내줬다는 것이다. 2004년 4월 기공식을 연 한독은 상암동이 자리한 마포구청에 17평에서 43평까지 오피스텔 402가구를 분양하겠다는 신청서를 낸다. 이를 받아든 최종안 마포구 건축과장은 2004년 4월29일 서울시에 “한독으로부터 오피스텔 분양승인 신청이 있어 협의하고자 한다”는 공문을 보낸다. 다음날 서울시는 “그것은 자치구청의 소관 업무”라며 “알아서 하라”고 회신한다. 사실상의 ‘승인’이었다. 공문을 처리한 주인공은 지난해 5월15일 현대차 양재동 사옥 증축 허가를 둘러싸고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석안(사망 당시 60살) 전 서울시 주택국장(2004년 당시 주택과장). 그는 왜 시장의 지대한 관심 사업을, 그것도 조금만 검토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업을 임의로 처리했을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결국 환부는 곪아 터졌다. 2006년 4월13일 최재성 대통합민주신당(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한독 비리를 처음 언급하며 서울시의 대책을 촉구한다. 서울시는 당시 기자실에 뿌린 보도자료에서 “지정용도 준수 비율을 파악해 규정을 위반했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말했지만, 규정 위반 사실을 파악하고도 지금껏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사건의 마무리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것은 2006년 7월이었다. 한독은 1년쯤 지난 2007년 5월과 6월, C4와 E1에 지어진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물 사용승인 신청서를 서울시에 낸다. 오 시장은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3개월을 버틴다.
하지만 그해 8월20일, 새로운 변수가 하나 등장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이다.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뽑히기 전날 오후 6시 한독은 본점 5층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개최해 한독이 지정용도 비율을 채우지 못했을 때 서울시가 돌려받을 수 있는 위약금 산정 방식을 뼈대로 한 이행각서를 의결한다. 오 시장의 불호령을 받은 서울시 실무진들의 채근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각서를 받아놓고 오 시장은 8월31일 건물의 사용승인을 내준다.
“조용히 5년만 버틸 생각”
금싸라기 땅에 지은 금싸라기 건물은 이제 어떻게 될까. 서울시가 “지정용도로 땅을 사용해야 한다”고 계약서에 못박은 기한은 ‘최소 5년’이다. 한독은 지정용도 비율을 맞추기 위해 오피스텔 분양자들을 설득해 외국 기업들과 임대차계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건물 일부를 KGIT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쪽에 등기이전하거나 임대계약을 맺을 것이다.
건물이 완공된 것은 2007년. 5년 뒤면 2012년이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 한독의 부사장을 지내다 회사를 나온 박하용씨는 “나도 조용히 5년만 버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5년 뒤면 건물은 어떻게 될까. 애초 계획대로 독일의 선진 공학기술을 한 수 배울 수 있는 연구소로 자라나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깔끔하게 마무리된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 한 편을 구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복잡한 사건에서 서울시의 총책임자였던 이명박 전 시장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한독의 호언장담에 끌려다닌 피해자일까, 그들의 섣부른 계획을 알고도 방조한 공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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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변북로를 타고 달리다 성산대교 북단 어귀에서 우회전해 도로를 빠져나오면 저만치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경기장을 오른쪽으로 스치고 지나 ‘월드컵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터널을 지나 좌회전하면 30여 층 높이의 고층 빌딩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는 상암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에 닿는다.
DMC에는 문화방송·한국방송 등의 방송사와 팬택앤큐리텔·LG텔레콤·LG CNS 등의 정보기술(IT) 기업들, CJ엔터테인멘트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 문화 콘텐츠 기업·기관들이 입주했거나, 입주를 기다리는 중이다. 10월30일 현재 전체 48필지 가운데 29필지의 공급 대상자가 확정됐고, 건물이 완공된 것은 16필지다.
올해 추가로 나온 12필지를 분양받기 위해 매일경제TV·동아일보·한화에스앤씨·세계일보·조선일보·김종학프로덕션·CJ인터넷 등 153개 업체가 45개 컨소시엄을 꾸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DMC는 방송·게임·영화 등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몰려드는 클러스터로 발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독산학협동단지’(이하 한독)가 서울시로부터 분양받은 땅은 그 가운데서도 금싸라기로 꼽히는 DMC홍보관 맞은쪽에 자리한 E1과 서쪽에 있는 C4다. 한독은 2002년 8월30일 서울시에 제출한 ‘한독연구단지(KGIT) 설립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독일 쪽 사업 파트너인 ‘독일대학컨소시엄’(KDU)과 함께 C4 터에는 정보통신 및 멀티미디어 연구소, 나노공학연구소, 생명공학연구소 등 12개 연구소로 구성된 KGIT를 만들고, E1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 바스프, BMW, 아디다스, 알리안츠 등 독일의 유수 기업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KDU에는 프라운호퍼 연구재단, 뮌헨공대, 뒤스부르크대, 아헨공대, 베를린공대, 함부르크공대 등 독일의 유수한 대학과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독은 주장했다.
연구소를 세울 막대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생각이었을까. 한독은 서울시에서 땅만 제공해주면 전체 투자 금액 5544억원 가운데 3110억원은 외국 투자기관의 직접 투자를 받아 조달하고, 나머지 2434억원은 KDU가 연구기자재를 통해 현물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2007년 11월 말 현재까지 한독의 사업계획서는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한독 관계자는 “연말까지 300만달러어치의 기자재가 들어올 예정”이라며 “2008년 초에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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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산학협동단지’(이하 한독)의 상암 DMC 택지 ‘사기 분양’ 의혹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그러나 감사원이 조금만 더 성의 있는 태도를 보였다면, 한독 관련 의혹은 좀더 빨리 정리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2005년께 접수된 핵심 제보를 감사원이 사실상 무시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반포에 사는 민아무개씨는 2005년 6월29일 감사원장 앞으로 한독이 연구소를 만들 돈이 없는 회사이며, 독일대학컨소시엄(KDU)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한독은 E1 터에 지을 빌딩의 지정용도 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한다. 민원을 받아든 감사원은 직접 감사에 나서는 대신 서울시 쪽에 “내용을 검토해 회신하라”고 이첩한다. 감사 대상에게 제보 내용과 제보자를 그대로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변명의 기회까지 준 셈이다.
민원을 이첩받은 고흥석 서울시 ‘DMC 담당관’은 2005년 7월12일 “2005년 7월22일까지 답변을 하겠다”고 1차 회신문을 내려보냈고, 열흘 뒤인 7월22일에는 민씨의 진정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해명으로 가득한 2차 회신문을 내려보낸다.
서울시는 ‘진정서 처리결과 회신’이라는 이름이 붙은 공문에서 ‘연구소 건립자금 조달’에 대해서는 “사업이 정상 추진 중에 있어 사업 차질이 생길지 판단이 어렵다”고 했고, ‘KDU가 땅 매매계약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KDU의 참여는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관은 E1에 지은 빌딩 세 동이 적어도 50% 이상은 외국 기업 사무실로 쓰여야 한다는 지정용도 비율 준수 조건을 한독이 지키지 못할 것이란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서울시는 2004년 5월4일 오피스텔 402가구의 분양승인을 내주고도 “한독이 이를 위반하면 계약해지를 하지만 아직 건물이 준공되지 않아 지정용도 비율 준수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한독이 지정용도 비율을 어기고 있음을 시인한 것은 2006년 4월12일로, 그때도 아직 건물은 준공되지 않았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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